윤석열 대통령이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 실패에 대해 “저의 부족의 소치”라며 고개를 숙였다. 대통령이 직접 육성으로 담화를 발표하는 이례적 자리였지만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은 없었다.

윤 대통령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엑스포 유치를 총지휘하고 책임을 진 대통령으로서 우리 부산 시민을 비롯한 국민 여러분께 실망시켜 드린 것에 대해서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모든 것은 제 부족함”이라며 “국토의 균형 발전을 위한 노력과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있는 기여라는 국정 기조는 차질 없이 수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저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기로 하고 2021년 7월에 부산을 가서 2014년부터 부산 시민들이, 2030년 엑스포를 유치하기 위해서 정말 애써온 시민들의 열망을 목격을 하고, 또 정부에서 좀 지원을 해 줬으면 하는 아쉬움과 무관심에 대한 실망감도 느꼈다”면서 전임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을 에둘러 전했다.

그러면서 “제가 대통령이 되면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해 범정부적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을 드렸다. 당선인 시절에는 고맙게도 우리 기업들이 함께하겠다고, 또 민관이 공동으로 일을 하겠다고 참여해 주셔서 지난 1년 반 동안 아쉬움 없이 뛰었다”면서 “96개국 정상과 150여 차례 만났고, 수십 개국 정상들과 직접 전화통화도 해왔지만 민관에서 접촉하면서 느꼈던 입장에 대한 예측이 많이 빗나간 것 같다. 이 모든 것은 저의 부족”이라고 말했다.

▲ 11월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1층 브리핑룸에서 ‘2030 엑스포 관련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 연합뉴스
▲ 11월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1층 브리핑룸에서 ‘2030 엑스포 관련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 연합뉴스

한편으로 윤 대통령은 “부산엑스포 유치는 단순히 부산만의 발전을 위한 것이 아니라 서울과 부산을 두 개 축으로 해서 우리나라의 균형 발전을 통해 비약적인 성장을 하기 위한 시도였다”면서 ‘국토 균형 발전’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축구에서 운동장을 전부 써야 좋은 경기가 나오듯 세계 10대 경제 강국에서 더 점프를 하기 위해서는 국토의 모든 지역을 충분히 산업화해서 다 사용해야 된다. 영호남 지역을 부산을 축으로 해서, 또 서울을 축으로는 수도권, 충청, 강원 지역으로 두 개의 축을 중심으로 해서 발전시키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며 “부산을 해양과 국제금융과 첨단산업, 디지털의 거점으로 계속 육성하고, 영호남의 남부 지역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나아가 “엑스포 유치 과정에서 국제사회에 ‘우리가 전쟁의 폐허에서 이만큼 성장해 오는 데 국제사회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이제 우리가 돌려주려고 한다, 부산 엑스포는 나눔의 엑스포이고 연대의 엑스포’라는 점을 강조해 왔다”며 “‘글로벌 중추 외교’라는 기조 하에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있는 기여는 대한민국의 국격을 위해서도 반드시 철저하게 추진하고 이행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핵심 파트너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원하던 엑스포 리야드 개최를 성공적으로 이루게 돼서 정말 축하하는 바”라며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산을 사우디에 충분히 지원해 사우디가 2030년에 성공적인 엑스포 개최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엑스포 유치 과정에 참여한 이들을 일일이 언급하기도 했다. “불철주야 수고해 주신 박형준 부산시장, 그리고 민관 합동 유치위원회 공동위원장이신 최태원 대한상의 의장(SK 회장), 한덕수 총리, 바쁜 일정에도 그야말로 기업의 업무를 제쳐놓고 최선을 다해서 뛰어주신 이재용 삼성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을 비롯한 많은 기업인들, 그리고 직원들, 그리고 우리 외교부에 본부와 또 재외공관, 그리고 특히 파리에 최재철 주불 대사를 비롯한 우리 대사관 직원들, 또 박상미 유네스코 대사를 비롯한 유네스코 대사관 직원들, 그리고 최상대 대사를 비롯한 OECD 전 직원들이 파리 현지에서 정말 최선을 다해서 지난 1년 이상을 정말 열심히 뛰었다”고 말한 뒤 “우리 국무위원들도 여러 국가들을 맡아서 바쁜 일정을 뒤로 하고 시간을 내서 먼 거리까지 다니면서 유치를 위해서 뛰었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담화 형태로 자신의 입장을 전한 것은 지난해 10·29 이태원참사 이튿날 ‘이태원 사고 관련 윤석열 대통령 대국민 담화 발표’ 이후 처음이다. 이번 엑스포 관련 입장처럼 세 차례에 걸쳐 “저의 부족”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힌 일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이처럼 ‘대국민 사과’ 수준의 입장을 밝힌 자리였지만 윤 대통령은 이날도 기자들 질문은 받지 않고 브리핑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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