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1층 브리핑룸에서 ‘2030 엑스포 관련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 연합뉴스
▲ 11월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1층 브리핑룸에서 ‘2030 엑스포 관련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 연합뉴스

2030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 선정 전까지 ‘대역전극’ 등 판세전망에 함께 실패한 일부 보수매체가 이제와서 정부가 오판했다며 선긋기에 나서고 있다. 1일자 중앙일보는 편집인이 직접 나서서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고 말하기 민망할 정도다”, “애초에 승산이 적은 싸움이었다”, “성과를 내려고 조급했거나 잘못된 정보로 오판했던 것 같다” 등의 유체이탈 화법을 동원해 정부를 비판했다. 엑스포 관련 보도로 비판받고 있는 서울신문, 조선일보 등도 결과 발표 이후 보도 양상이 달라졌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지난달 30일 당 지도부에 공천관리위원장 자리를 요구했다. 지도부와 친윤·중진의 불출마 또는 험지출마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자신에게 공천권을 달라는 주장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역시나 거절의사를 밝혔다. 혁신위가 무의미해졌다는 평가가 이어지면서 인요한-김기현 갈등이 부각되는 양상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측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불법 정치자금 및 뇌물 수수 혐의 1심 재판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추징금 6억7000만 원과 벌금 7000만 원도 선고됐다. 이 대표의 추가 해명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 1일자 아침신문 1면 모음
▲ 1일자 아침신문 1면 모음

유체이탈 화법, 정부만 비판하는 중앙일보

엑스포 개최지를 선정한 지난 11월29일 이전부터 보수매체들은 마치 부산이 엑스포를 유치할 것처럼 보도했다. 다음은 관련 기사 제목이다. 

<“49대51까지 따라왔다”… 결선서 대역전극 ‘BUSAN is Ready’> (매일경제, 11월21일)
<“49대 51까지 쫓아왔다”… 2차 투표서 사우디에 역전 노려> (조선일보, 11월24일)
<“대역전극 벌인다”…1년 늦게 뛴 부산, 사우디와 초접전> (한국경제, 11월27일)
<대역전극 노리는 부산…尹 “종료 휘슬 때까지 최선” 당부> (중앙일보, 11월28일)

하지만 결과는 참패였다. 사우디가 119표를 받은 반면 한국은 29표밖에 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서울신문, 서울경제는 <2030 부산엑스포 유치 불발…사우디에 석패>와 같이 ‘석패’라고 제목을 달았다. ‘석패’는 아깝게 졌을 때 쓰는 용어다. 중앙일보는 엑스포 유치 실패를 전하는 기사 제목을 <1차투표 ‘사우디 119 부산 29’...오일머니 벽은 높았다>라고 달았다. 

1일 중앙일보는 고현곤 편집인의 칼럼 <엑스포 실패에서 생각해볼 것>에서 승산 적은 싸움에 정부와 기업이 총동원됐다고 비판하며 태세를 전환했다. 고 편집인은 “대통령에게 보고가 제대로 됐는지 의문이다”라며 “도중이라도 버겁다고 판단했으면 세련되게 발을 뺐어야 했다. 다들 어렵다고 하는데, 정부가 끝까지 이길 것처럼 밀어붙여 의아했다”고 했다. 

▲ 1일자 중앙일보 편집인 칼럼
▲ 1일자 중앙일보 편집인 칼럼

고 편집인은 “실패했을 때의 출구전략도 딱히 없어 보였다”며 “우리가 모르는 비장의 카드가 있는 줄 알았다. 뚜껑을 열어보니 별게 없었다”고 썼다. 중앙일보가 ‘비장의 카드라도 있는 줄 알고’ 정부 말을 믿었다가 판세예측에 실패했다는 걸 간접적으로 자인한 걸까? 고 편집인은 “정부가 엑스포 유치에 공들일 시간에 연금·노동·교육 3대 개혁이나 저출산 문제에 매진했으면 지금쯤 뭐라도 진전이 있지 않았을까”라며 “엑스포를 유치하지 않고 여기서 멈춘 게 어쩌면 다행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중앙일보는 이날 사설 <기대 못 미친 대통령실 재편…참모진, 쓴소리 주저 말아야>에서 “자기 편의 약점을 지독할 만큼 혹독하게 검증하는 ‘레드팀’은 찾아볼 수 없다”며 “이러니 대통령 입맛에 맞는 보고만 올라가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과 판단이 양산돼 온 것 아닌가. 예상을 뛰어넘는 큰 격차로 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부터 부산 엑스포 유치 참패에 이르기까지 현장과 거리가 먼 대통령의 오판이 이어진 것은 대통령이 ‘예스맨의 장막’에 갇혀 있었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 1일자 한겨레 만평
▲ 1일자 한겨레 만평

‘석패’라던 서울신문 이제와서 “29표는 충격적 결과”

지난달 29일 서울신문은 <[속보] 2030엑스포 부산 유치 실패... 사우디에 석패>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1일 <부산 엑스포는 불발됐지만 균형발전 과제는 계속돼야 한다>란 서울신문 전국부 기자의 칼럼에서는 “그래도 29표는 충격적인 결과다”라며 “그래서 엑스포 유치와 관계가 깊었던 가덕도신공항 조기 개항 등 각종 지역 현안 사업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지역에서 나온다”고 썼다. 이어 “지더라도 박빙의 승부였다면 이런 걱정까지 할 일이 있을까”라고도 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조선일보는 3면 <‘엑스포 올인’ 분위기에…정부도 기업도 객관적 보고 못해 오판>이란 기사에서 “정부와 재계는 2차 투표에서 한두 표 차이로 승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보고, 사우디에 투표하겠다고 이미 약속한 국가들을 대상으로 ‘2차에서는 한국에 투표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는데 집중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49대 51까지 쫓아왔다’며 ‘역전’을 말했던 조선일보는 오판의 주체에서 빠진 기사다. 

공천권 달라는 인요한에 “공천 갈등만 남은 혁신위”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공천권을 요구하고 김기현 대표가 “혁신위 활동이 공관위원장 되기 위한 건 아니다”라고 거절하면서 대다수 신문에선 혁신위가 실패했고 두 사람 간 공천 갈등만 남았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쇄신과 희생은 없고 공천 갈등만 남은 여당 혁신위 한달>에서 “혁신위 주장을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으니 답답한 마음에 그렇다면 공천 관리를 맡겨달라고 요청한 심리는 이해할 측면이 있지만 혁신위원장이 공관위원장을 자청하는 것은 과했다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며 “김 대표가 즉각 면박하듯 거부한 것도 좋은 모양새는 아니다. 혁신위가 내세운 쇄신과 희생은 사라지고 공천권 갈등만 부각되고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김 대표가 자기와 가까운 영남 의원(김석기 의원)을 최고위원에 앉혀 비대위 가능성을 원천 차단했다. 친윤 의원들은 이런 김 대표를 지지하며 박수를 보냈다”며 “말로는 윤 정권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면서, 공천권을 쥐고 기득권을 지키려 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했다. 

인 위원장이 이준석 전 대표를 향해 “도덕이 없다. 부모 잘못이 크다”고 했다가 사과했다. 조선일보는 해당 발언을 인용하며 “잇따른 구설에 혁신위 무용론과 조기 해체론이 제기된다”며 “여당의 변화를 기대한 국민은 실망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른 언론사도 혁신위의 끝을 예고했다. 경향신문은 정치면 기사 제목을 <‘벽’만 두드리다 무너지는 혁신위>라고 했고, 한국일보는 사설 제목을 <여권 난맥상만 드러내고 실패한 인요한 혁신위>라고 했다. 

▲ 1일자 경향신문 정치면 기사
▲ 1일자 경향신문 정치면 기사

한겨레는 사설 <공관위원장 다툼 인요한·김기현, 무슨 혁신을 했나>에서 “애초 혁신위 스스로가 국정기조 변화와 대통령에게 ‘노’라고 말할 수 있는 당정 관계 정립이라는 본질적 과제에 눈감은 채 변죽만 울린 결과”라며 “여당의 요란했던 혁신쇼가 막장 권력다툼으로 막을 내리는 현실이 씁쓸하다”고 했다. 

이재명 분신 김용, 징역 5년 선고

김용 전 부원장 징역 5년 선고로 다시 이재명 대표에게 시선이 이동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내 분신”이라던 측근의 대선 자금 수수, 이 대표가 모를 수 있나>에서 “이제 관심은 이 대 표가 경선 자금 수수를 몰랐느냐에 쏠릴 수밖에 없다”며 “이런 사람(김 전 부원장)이 이 대표 몰래 거액의 경선 자금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불법 자금은 1 원도 쓴 일 없다’면서 여전히 조작이라고 한다”고 했다. 

▲ 1일자 경향신문 사설
▲ 1일자 경향신문 사설

경향신문도 사설 <김용 뇌물·정치자금 유죄, 이재명 대표 유관 여부 소명해야>에서 “김 전 부원장은 즉각 항소 뜻을 밝혔지만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며 “자신의 최측근 인사가 대장동 관련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만큼 이 대표는 사건의 인지·유관 여부를 소명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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