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역점 사업으로 총력전을 벌인 2030년 부산엑스포 유치에 실패했다. 방송사들은 “막판 뒤집기가 가능하다”, “이미 역전했다는 전망도 나온다”, “부산에서 엑스포가 열릴 경우” 등 낙관적인 보도 일색이었으나 불과 몇시간도 안돼 대한민국 부산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득표수는 119대 29로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예측이 많이 빗나갔다며 모든 책임은 자신의 부족의 소치라고 사과했다. 정부의 정보력의 부정확성과 실효적이지 못한 교섭 전략도 문제였지만, 방송사들도 ‘희망고문’식 낙관론을 따라가기 보다 좀더 냉정하고 차분하게 접근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가장 크게 보도를 한 곳은 KBS였다. KBS는 28일 밤 아예 엑스포 후보지인 부산에서 특설 스튜디오를 마련해 특집 뉴스를 하며 9꼭지의 리포트를 내보냈다. 이날 KBS <뉴스9> 톱뉴스 ‘“부산 이즈 레디”… 마지막 PT 직후 투표’에서 박장범 앵커는 “오늘(28일) 9시 뉴스는 2030 부산 엑스포가 열리게 될 경우, 세계인들의 이목이 집중될 이곳 부산시 북항에서 엑스포 특집 뉴스로 전해드린다”고 전했고, 최위지 기자는 “지난 4차 프레젠테이션 때는 부산이 압도적 우위 평가를 받았다. 그런 만큼 이번에도 기대감 높다”고 보도했다.

KBS는 ‘막판 뒤집기 노린다… 로마 표 흡수할까’ 리포트에서는 “일단, 1차 투표에서 리야드의 1위가 유력하다. 그런데 만약 리야드가 회원국의 2/3 이상, 120개국 이상의 지지표를 얻지 못해 2차 결선 투표로 가면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다”며 “1차 투표에서 부산이 리야드에 약 30표 차이로 지더라도, 2차 결선 투표에서 로마 지지표를 흡수한다면 역전 뒤집기를 노려볼 수 있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KBS가 지난 28일 밤 뉴스9에서 부산 엑스포 유치여부가 결정되기 직전 부산에서 특집 뉴스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KBS 뉴스9 영상 갈무리
▲KBS가 지난 28일 밤 뉴스9에서 부산 엑스포 유치여부가 결정되기 직전 부산에서 특집 뉴스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KBS 뉴스9 영상 갈무리

모두 3꼭지를 보도한 MBC도 이날 <뉴스데스크> ‘오늘 밤 개최지 결정… 현지 분위기는’에서 “결선 투표까지 간다면, 3위가 유력한 이탈리아표를 우리가 최대한 흡수한다는 전략”이라며 “더 나아가서 1차에 사우디아라비아에 투표하겠다고 약속한 나라의 표도 2차 투표에서는 우리 쪽으로 뺏어 올 수 있다고 대표단은 기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MBC는 “하지만 이처럼 박빙 승부가 펼쳐진 사례 역시 없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만큼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다음 각국의 판단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이번 유치전을 ‘박빙’으로 규정했다. MBC는 이어진 ‘엑스포 승전고 울릴까‥“결선 뒤집기 총력”’에서도 “그동안 전략대로 차근차근 준비해온 만큼 1차 투표에서 2등을 하더라도 결선에서는 충분히 역전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4꼭지를 보도한 SBS는 <8뉴스> ‘예측 불허 전자 비밀투표… 치열한 득표전’에서 “정부 유치단은 1차에서 2/3 득표지가 없을 때 최종 결선이 이뤄지는 투표방식에 기대를 걸고 다”며 “유치위 관계자는 1차에서 25표 안팎 차이가 나면 결선투표에서 역전극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종합편성채널 역시 막판 역전극에 대한 낙관적 보도를 했다. 신동욱 TV조선 앵커는 같은 날짜 TV조선 <뉴스9> ‘운명의 밤…“결선 가면 역전 가능”’에서 “‘오일머니’로 무장한 사우디아라비아에 비해 늦은 도전으로 그동안 유치 가능성이 높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았는데 파리의 우리 대표단은 막판 대역전극을 기대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신동욱 TV조선 앵커가 지난 28일 밤 뉴스9에서 부산이 2030 엑스포 유치에 막판 대역전극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TV조선 뉴스9 영상 갈무리
▲신동욱 TV조선 앵커가 지난 28일 밤 뉴스9에서 부산이 2030 엑스포 유치에 막판 대역전극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TV조선 뉴스9 영상 갈무리

신 앵커는 기자와의 스튜디오 대담 (‘[따져보니] 막판 대역전 노린다… 판세는?’)에서 “애당초 너무 늦은 출발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사우디의 어머어마한 오일 머니를 넘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고”라면서도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그 격차를 상당히 좁혔다는 평가도 있다”고 했다. 이에 홍혜영 기자는 “1차 투표 때 세 나라 이상 붙어서 3분의 2 이상 지지를 얻은 전례가 없다”며 “우리는 2위로 결선투표까지 끌고 간다는 전략인데 … 1차에서 로마를 탈락시킨 뒤에, 로마에 갔던 유럽 표를 흡수하고 리야드로 갔던 표 일부를 가져오면 역전극을 노려볼 수 있다는 게 우리 측 계산”이라고 답변했다.

동정민 채널A 앵커도 같은 날짜 <뉴스A> ‘운명의밤, 5시간 뒤 결정… 숨 막히는 파리’에서 “한국 이태리 사우디, 우리보다 먼저 뛰어들었고 오일머니로 전력질주한 사우디를 역전할 수 있느냐, 현지에서는 역전했다 기대섞인 전망도 나오는데요”라고 전했다. 동 앵커는 기자와 스튜디오 대담인 ‘[아는기자] 2차 투표서 진검승부’에서 “1차 투표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가 1등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면서도 “우리는 2등으로 2차 투표까지 끌고 간 뒤, 로마 표를 받아서 뒤집겠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조영민 기자도 “1차 투표 상위 2개국 가운데 한 표라도 많은 나라가 승리하기 때문에 1차에 사우디를 찍었던 국가들을 2차에 우리 쪽으로 끌어온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동정민 채널A 앵커가 28일 저녁메인뉴스인 뉴스A 에서현지에선 역전했다 전망도 나온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채널A 뉴스A 영상 갈무리
▲동정민 채널A 앵커가 28일 저녁메인뉴스인 뉴스A 에서현지에선 역전했다 전망도 나온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채널A 뉴스A 영상 갈무리

김주하 MBN 앵커도 같은 날짜 <뉴스7> ‘결전의 날… 박빙의 경합’에서 “경쟁 상대인 사우디 리야드와 부산은 '전무후무'한 박빙의 경합 상황이라고 하는데요”라고 낙관했다. 최윤영 기자는 스튜디오에 출연한 ‘뉴스추적’에서 “우리는 1차에서 2위를 차지한 뒤 2차 결선에서 대역전극을 펼친다는 전략”이라며 “로마 표를 흡수한다면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라고 보도했다.

이밖에 YTN과 JTBC도 2차 결선 투표에서 막판 역전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리포트에 담았다.

그러나 예측은 크게 빗나갔다. 2차는커녕 1차 투표에서 165개국이 투표에 참여한 결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가 119표(72.1%)를 얻어 29표에 그친 부산(17.6%)에 압승했다. 이 같은 결과를 두고 외교 정보라인의 잘못된 상황 판단 뿐 아니라 대응 전략도 실패였다는 분석이다. 파리 현지에서 취재해온 박중석 부산CBS 기자는 29일 오전 <김현정의 뉴스쇼>와 전화연결에서 우리 예측이 어긋난 이유를 두고 “외교 정보라인의 실책으로밖에 볼 수 없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주하 MBN 앵커가 지난 28일 저녁메인뉴스인 뉴스7에서 엑스포 2030 개최지에 도전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와 대한민국 부산이 전무후무한 박빙의 경합상황이라고 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사진=MBN뉴스7 영상 갈무리
▲김주하 MBN 앵커가 지난 28일 저녁메인뉴스인 뉴스7에서 엑스포 2030 개최지에 도전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와 대한민국 부산이 전무후무한 박빙의 경합상황이라고 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사진=MBN뉴스7 영상 갈무리

박중석 기자는 “1차 투표에서 사우디에게 1위 자리를 내주더라도 2차 결선투표에서 사우디 이탈표와 탈락한 로마표를 흡수해 승부를 뒤집겠다는 전략이었는데, 이 때문에 근래에는 사우디를 이미 지지한 국가들을 상대로 집중 교섭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며 “2차 투표를 염두에 둔 교섭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박 기자는 그러나 “결국에는 집토끼도 산토끼도 모두 놓치는 결과로 이어”졌다면서 “현실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고 우리에게 긍정적으로만 해석한 것이 잘못된 교섭 전략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박 기자는 “애초 계획대로라면 최소 이번에 부산이 2차 결선투표까지만 진출해서도 재도전 이야기가 곧장 나왔텐데, 하지만 예상을 벗어났듯이 너무 차이가 크게 나버려 재도전 이야기를 꺼내기조차 힘든 상황으로 전해진다”고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2030 엑스포 부산 유치에 실패하자 모든 책임은 자신의 부족의 소치라고 사과하고 있다. 사진=윤석열 유튜브 영상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2030 엑스포 부산 유치에 실패하자 모든 책임은 자신의 부족의 소치라고 사과하고 있다. 사진=윤석열 유튜브 영상 갈무리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을 찾아 모든 게 자기 책임이라고 사과했다. 윤 대통령은 29일 오전 “민관에서 접촉하면서 저희들이 느꼈던 입장에 대한 예측이 많이 빗나간 것 같다”며 “이 모든 것은 전부 저의 부족이라고 생각해달라”고 시인했다. 윤 대통령은 “제가 잘 지휘하고 유치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은 대통령인 저의 부족의 소치라고 하겠다”며 “총 책임자로서 실망시켜드린 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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