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엑스포 유치전에서 사우디 리야드에 완패하자 연일 ‘박빙승부’라고 홍보성 보도를 내놓았던 언론에 책임론이 제기됐다. 정부와 언론이 우리 국민들을 정보통제와 땡윤뉴스에 갇히게 했다는 지적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자기 책임이라 사과했는데, 국민의힘 일부 의원은 늦게 시작한 문재인 정부 탓으로 또 지난 정부책임론을 들고 나왔다.

이언주 전 국민의힘 의원은 29일 낮 KBS 라디오 <배종찬의 시사본부>에 출연해 ‘165개국 중 119 대 29 완패’ 결과와 관련해 “(우리 정부와 언론이) 어느 날부턴가 마치 될 것처럼 난리를 쳤다. ‘박빙’, ‘역전, 접전이다’ 그런 얘기들을 계속 했었는데, 보면 그 근거가 없었다”며 “이미 며칠 전에 외신에서는 사우디를 공식적으로 지지한 국가가 120개국이 넘는다 이런 얘기들이 나왔었다. 그런데, 대한민국에 이런 기사가 거의 안 나왔다”고 지적했다.

이 전 의원은 “대한민국이 정부가 통제되는 국가구나 이런 것을 느꼈고, 우리가 선진국이고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 정보 접근권, 국민들의 액세스권 이런 것들이 굉장히 광범위에 보장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우리 국민들은 여전히 이런 것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마치 곧 역전될 것처럼 생각하고 너무나 흥분했었다”며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노력은 하되, 계속 희망고문을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이언주 전 국민의힘 의원이 29일 KBS 라디오 배종찬의 시사본부에 출연해 우리 국민들에게 정보가 통제되고 있다며 아무 것도 모르고 엑스포 부산 유치가 마치 될 것처럼 흥분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사진=KBS 시사본부 영상 갈무리
▲이언주 전 국민의힘 의원이 29일 KBS 라디오 배종찬의 시사본부에 출연해 우리 국민들에게 정보가 통제되고 있다며 아무 것도 모르고 엑스포 부산 유치가 마치 될 것처럼 흥분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사진=KBS 시사본부 영상 갈무리

이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는 “문제는 정보통제하며 어제까지도 박빙승부라며 떠들며 홍보하던 정부와 언론들”이라며 “대한민국 수준이 이거밖에 안되었나”라고 비판했다.

이 전 의원은 “비교도 안되게 박살났다. 뭐, ‘치열?’, ‘박빙승부?’ 거짓말도, 언론찬양도 정도가 있는 법 … 국민을 완전히 농락했다”며 “엑스포 핑게대고 해외순방 그리 다니더니 결과는 참패!!!”라고도 썼다. 이 전 의원은 “기업이라면 이 정도로 비용만 진탕 쓰고 주주들한테 온갖 감언이설로 오판케 했으면 당장 책임지고 사퇴할 일”이라며 “이미 대부분 알고 있었다. 지적하는 사람들한테 책임 뒤집어씌울까봐 완곡한 문제제기만 하고 가만 있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 의원은 “외신동향과 블록별 각국 동향만 봐도 짐작되는 상황인데 우리만 우물안 개구리 같이 정보통제와 땡윤뉴스에 갇혀 있었다”며 “국제정세만 보더라도 다들 짐작했다. 현재 우리 외교노선을 보면 사우디의 전략적 가치와 비교나 되겠나? 모두 자초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 전 의원은 “사방에 홍보예산 뿌려가며 그 난리를 치고 마치 역전극이라도 되는 양 근거도 없이 언론에 과장된 브리핑을 했다”며 “멍청한 거냐, 교활한 거냐? 외교 참패를 넘어 대국민 사기극이었다”이라고 성토했다.

부산시와 부산지역 언론을 두고도 이 전 의원은 “부산시장 취임 이래 엑스포 말고는 생각나는 게 없다”며 “천문학적 예산을 엑스포 홍보에 갖다부으며 일상의 시정을 팽개치디시피 한 것 아닌가. 그 홍보예산 때문인지 찬양으로 일관하며 정신승리한 지역언론들도 참딤하다”고 비판했다. 이 전 의원은 “애먼 혈세 낭비해가며 국민들 농락한 무능한 대통령과 국무총리, 외교부장관, 부산시장 등은 국민들에게 석고대죄하라. 국회는 이들을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도 이날 페이스북에 “부산 시민과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성과는 냉정하게 분석해야 다음에 비슷한 실패를 경험하지 않을 것”이라며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제적 지원을 바탕으로 한 유치전과 그에 따른 제3세계 국가들의 외면이 있었던 것 같지만, 유치관계자들은 너무 그런 부분을 대외적으로 강조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야당에서도 정보력의 문제점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도전을 계속하기 위해서도 정부의 유치전략과 외교력 및 정보력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돈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엑스포 유치 실패에 대해 대통령과 정부가 책임감을 느끼고 국정 운영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이번 결과를 토대로 한국 정부의 외교 성과와 정보력에 대한 국제 사회의 평가를 겸허히 돌아봐야 할 것”이라며 “압도적 표차로 1차 투표에 승자가 가려진 이례적인 결과는 교차투표로 결선을 노렸던 한국의 전략이 무효했음을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국제행사를 유치하기에는 못 미더운 한국의 실력을 유치전 검증만으로 뒤집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달리 국민의힘 내에서는 문재인 정부 책임 전가 움직임이 나왔다. 부산시장을 지낸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2018년 4월, 기재부 국제행사 타당성 심사를 통과 후 2019년 5월, 국무회의 의결로 국가사업 확정까지 1년, 국가사업화 이후, 2022년 7월 국무총리 산하 유치위원회가 만들어지기까지 3년, 도합 4년, 문재인 정부가 손 놓고 있는 동안, 사우디아라비아는 전 세계를 상대로 유치전을 펼쳐 온 결과라는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썼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도 이날 “뒤늦게 유치전에 뛰어들며 처음부터 불리한 여건으로 시작했지만”이라고 밝힌 뒤 “유치 과정에서 우리는 ‘K-컬쳐’의 우수성을 알리며 소프트파워 강국의 면모를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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