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방송3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모습. ⓒ연합뉴스
▲9일 방송3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모습. ⓒ연합뉴스

1987년 방송법 제정 36년 만에 공영방송 정치 독립을 위한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법률에도 없는 추천권을 행사하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낙하산 사장을 앉히던 구악의 고리를 끊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시민과 함께 했던 35년 언론 노동운동의 역사에서 이번 법안 통과는 거대한 전환이 될 것”이라며 환영했다. 이어 “약 1년 전 모든 정당이 망설이던 법안 상정을 가능케 한 5만 명의 노동자·시민의 승리”라고 강조했다.

방송3법(공영방송 정치독립법) 개정안은 본회의 통과까지 1년이 걸렸다. 이번 개정안의 골격이 된 법안은 지난해 11월18일 시민 5만 명이 직접 본인 인증을 통해 ‘언론 자유와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위한 법률개정 국민동의청원’에 나선 결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 상정됐다. 해당 법안은 특정 정당이나 국회의원 발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파를 초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해 12월2일 국회 과방위(위원장 정청래)는 공영방송 정치독립을 위한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3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하지만 이듬해 1월16일 국회 법사위(위원장 김도읍)가 위원장 직권으로 방송3법 개정안을 법안심사2소위로 보내며 ‘월권’ 논란이 불거졌고, 국민의힘이 시간 끌기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왔다. 결국 그해 3월21일 국회 과방위는 법사위가 이유없이 법률 심사를 마치지 않는다고 판단해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했다.

이후 4월27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방송3법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에 올랐다. 국민의힘은 이에 반발하며 퇴장했다. 이후 본회의 직회부가 위법하다며 국민의힘이 헌법재판소를 통해 권한쟁의심판에 나섰으나 10월26일 기각 결정이 나왔다. 지난 1년간 끝없는 언론현업단체의 통과 요구 목소리에 결국 11월9일, 야당 단독으로 방송3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를 통과했다. 방송법과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은 재석 176인 중 찬성 176인 찬성으로, 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안은 재석 175인 중 찬성 175인 찬성으로 가결됐다.

▲그래픽=안혜나 기자.
▲그래픽=안혜나 기자.
▲공영방송 3사.
▲공영방송 3사.

개정안 핵심은 거대양당의 ‘정치적 후견주의’에 의해 움직이던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이다. 기존 지배구조는 KBS 이사회 11명(여야 7대4), 방송문화진흥회(MBC) 9명(여야 6대3), EBS 이사회 9명(여야 7대2)으로 암묵적인 추천이 이뤄졌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공영방송 이사를 21명으로 늘리고 이사 추천권은 국회가 5명, 시청자위원회가 4명, 방송·미디어 관련 학회가 6명, 직능단체가 6명(방송기자연합회, 한국PD연합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각 2인) 갖게 된다. 공영방송 사장 선임은 100명의 ‘사장후보국민추천위원회’가 후보를 추천하면 이사회가 재적 이사 3분의2 이상 찬성으로 의결하게 된다. 

언론노조는 “이제 윤석열 대통령의 시간이 왔다. 헌법이 보장한 국회의 입법권과 언론 자유를 함께 외친 민심을 앞에 두고 자행될 대통령 거부권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언론노조는 “어떤 명분과 변명도 거부권의 핑계가 될 수 없다. 대통령이 말했던 ‘반성’과 ‘성찰’이 진심이었음을 증명할 마지막 기회를 저버리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어 “대통령 거부권을 저지하고 언론 자유를 지켜내기 위해 모든 양심적 시민들과 함께 싸워나갈 것”이라 밝혔다.

한국기자협회도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낙하산 사장으로 논란을 빚었던 구태가 사라질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고 환영하며 “윤석열 대통령은 양곡법과 간호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며 국회를 무력화시킨 전례가 있다. 방송 3법 개정안까지 거부권 행사로 민의를 짓밟는다면 자신이 후보 시절 그토록 부르짖은 방송의 공영성과 언론의 공공성, 언론자유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동임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위원 일동은 본회의 의결 직후 성명을 내고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은 시대적 과제였다. 이제 공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넘어갔다”며 “국민과 국회, 언론인들의 강력한 요구를 수용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당 과방위원들은 “최근 윤석열 정권의 막무가내식 방송장악 시도도 공영방송 독립이 얼마나 절실한 시대적 과제인지 보여주고 있다”며 “민주당은 앞으로도 공영방송 독립을 향해 꿋꿋이 나아가는 동시에, 방송장악 시도에도 단호히 맞서겠다. 그 출발은 이동관 방통위원장 탄핵”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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