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영방송 이사 추천단체를 다양화하고 사장 선출 절차에 국민참여 제도를 신설하는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에 대해 대통령의 재의요구를 건의하기로 했다.

정부는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방송3법’, ‘노란봉투법’(노조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안(거부권)을 의결했다.

한덕수 총리는 이날 회의를 시작하며 “정부는 여러 차례 개정안의 부작용과 문제점에 대해 설명드렸지만 충분한 논의 없이 국회에서 통과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고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정부는 방송을 정치권력으로부터 분리하고 방송의 공정성과 공공성을 확립함으로써 공영방송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울러 급속한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라 공영방송의 전면적인 체질 개편이 필요한 시기”라며 “그럼에도 이번 개정안은 공영방송의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역할 정립보다는 지배구조 변경에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다”고 말했다.

▲2023년 12월1일 임시국무회의를 주재한 한덕수 국무총리. 사진=유튜브 KBS News 생중계 갈무리
▲2023년 12월1일 임시국무회의를 주재한 한덕수 국무총리. 사진=유튜브 KBS News 생중계 갈무리

이어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 보장의 개정 목적이라고 하지만 내용을 보면 오히려 이와는 반대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총리는 “특정 이해관계나 편향적인 단체 중심으로 이사회가 구성됨으로써 공정성과 공익성이 훼손되고 아울러 견제와 감독을 받는 이해당사자들의 이사 추천권을 부여함으로써 이사회의 기능이 형해화될 위험이 매우 높다”며 “이러한 문제점들을 모두 감안할 때 이번 개정안들이 과연 모든 근로자를 위한 것인지, 그리고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위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하청 등 간접고용 노동자들에 대한 원청업체의 책임을 강화하고 파업 등 쟁의행위에 대해 과도한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하도록 하는 ‘노란봉투법’(노조법 개정안)에도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교섭 당사자와 파업 대상을 무리하게 확대하고 민사상 손해배상 원칙에 예외를 둠으로써 건강한 노사관계를 크게 저해할 뿐만 아니라 산업 현장의 갈등과 혼란을 야기하고 국민 불편과 국가 경제에 막대한 어려움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는 것이다.

한 총리는 “불명확한 개념으로 인해 헌법상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을 위반할 소지도 있다. 아울러 노동 쟁의 대상이 크게 확대됨에 따라 조정이나 사법적인 절차, 공식적인 중재기구 등을 통해 해결해오던 사안까지 모두 파업을 통해 해결을 시도하는 것이 가능해지게 되었다”며 “개정안은 유독 노동조합에만 민법상 손해배상 책임 원칙에 예외를 두는 특혜를 부여하고 있다. 이는 기업이 노조의 불법 파업으로 손해를 입어도 상응하는 책임을 묻기 어렵게 만들어 불법 파업을 조장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야권에선 강도 높은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적 합의가 높고 또 실제 법안을 개정해야 될 필요성이 높은데 정략적인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여당이 취할 태도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언론자유대책특별위원회는 방송3법 거부권 행사에 대해 “방송장악을 멈추지 않겠다는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라는 입장을 냈다.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진정한 자유민주주의는 의회주의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은 정당한 입법 절차를 거쳐 국회를 통과한 법”이라며 “그런 법들을 마치 입법부 위에 군림하듯 거부권으로 찍어눌렀다. 윤 대통령 스스로 의회주의를 걷어차고, 자유 민주주의를 짓밟았다고 시인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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