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야당이 주도해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13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법안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줄 것을 건의한다”고 말했다.

이날은 전태일 열사 53주기인데 국민의힘은 논평을 통해 “청년 전태일을 떠올리며 노동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는 하루가 되길 바란다”며 노란봉투법을 “거대 노조만을 위한 법안”으로 규정했다. 

노란봉투법은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과 노사관계에서 사용자의 범위 확대를 골자로 한다. 손배가압류로 고통받는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법안으로 지난 2014년 쌍용차 노동자 탄압 국면에서 법원이 선고한 47억 원의 손해배상액에 대해 시민들이 노란색 봉투에 성금을 전달한 것이 ‘노란봉투’ 캠페인의 시작이었다.

▲ 전태일 동상.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 전태일 동상.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노란봉투법 국회 통과와 전태일 53주기를 맞아 정치권에선 관련 메시지가 나왔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전태일 열사 53주기, 그의 희생을 기억하겠습니다>란 논평에서 “1960~70년대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노동자의 인권 개선을 위해 22세의 꽃다운 청춘을 바친 전태일 열사의 숭고한 희생은 민주주의 발전과 노동환경 개선의 기폭제가 됐다”며 “그럼에도, 아직까지 기본적인 근로기준법조차 적용받지 못하고 위험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노동자가 많고, 산업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는 안타까운 소식까지 들려온다”고 한 뒤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노동개혁을 통해, 현장에서 땀 흘리는 노동자의 진정한 권익과 노동의 가치 보장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란봉투법을 ‘거대노조만을 위한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거대노조만을 위한 법안이 아닌 현장에서 땀 흘리는 노동자 그 누구도 예외 없이 존중받고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기틀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했다. 

김기현 대표도 당 최고위원회에서 “거대 귀족 노조의 불법 행위에 무작정 관대했던 지난 정권의 책임자들이 그동안 파업을 잠시나마 고민하게 했던 최소한의 제어 장치마저도 완전히 없애버리겠다고 나섰다”며 “거대 귀족 노조의 불법 파업 프리패스를 갖다 바친 것”이라고 노란봉투법을 비판했다.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전태일 열사 53주기, 노조법 개정으로 그의 정신을 이어나가겠습니다>라는 서면브리핑에서 여권을 겨냥해 “어렵게 이뤄낸 주52시간제를 무력화하고 다시 장시간 노동으로 되돌리고, 중대재해처벌법을 축소하려고 하고 있고 노조법 개정에 대해서도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한다”며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노동자의 삶을 다시 어둡고 비좁은 공간으로 쫓아내려고 해서는 안 되고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보장하라”라고 주장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에서 관련 발언을 하지 않았다. 서영교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11일 전국노동자대회에 민주당 노동존중실천단장으로 참석한 사실을 언급하며 “노조법 2·3조는 합법적인 노조 활동, 노동 활동을 했을 때 엄청난 손해배상으로 목숨을 끊는 노동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게 하는 아주 소중한 법”이라며 “국민의힘 의원들이 ‘윤 대통령이 달라졌다’고 노래를 부른다는데 진짜 달라졌는지 이번에 보겠다”고 말했다. 

▲ 지난 12일 2023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 '청년의 약속 선포식'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맨 오른쪽). 사진=대통령실
▲ 지난 12일 2023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 '청년의 약속 선포식'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맨 오른쪽). 사진=대통령실

배진교 정의당 당대표 직무대행은 이날 오전 당 비상대책회의에서 여당의 노란봉투법 거부권 행사 건의에 “환노위 파행과 법사위 발목잡기, 헌법재판소 권한쟁의심판, 본회의 필리버스터 시도까지 이미 국회사에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며 “거부권 건의를 비롯해 입법 방해는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을 향해서도 “기어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이제 국민과 국회가 행정부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배진교 당대표 직무대행은 SNS에 “지난 주말, 전태일과 열사들을 기리며 거리로 나선 노동자들의 구호는 하나같이 ‘윤석열 정권 퇴진’과 ‘노조법 2·3조 개정’이었다”며 “윤 대통령은 개혁의 탈을 쓴 노동탄압을 멈추라”라고 비판했다. 이어 “‘절망은 없다’ 2년 전 공개된 전태일 일기장에 네 번이나 등장하는 글귀”라며 “전태일이 꿈꾸던 세상을 향해 흔들림없이 나아가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12일 홍성규 진보당 대변인은 <노동자 스트레스 유발하는 정부여당의 반노동정책부터 거둬라>라는 브리핑에서 전태일 열사 53주기를 앞두고 양대노총이 노동자대회를 열어 윤석열 정권 심판을 외쳤는데 한국노총이 11월에 대규모 노동자대회를 연 것은 4년 만이라고 전하며 “우리 국민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자들은 ‘국민이 무조건 옳다’며 반성하겠다던 그 대통령이 도대체 어디로 갔는지 찾고 있다”며 “‘노란봉투법 즉각 공포’야말로 당연한 그 첫 걸음”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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