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3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국민의힘은 곧바로 대통령에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주무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는 통과된 법안을 반대하는 입장을 내놓았다. 대통령실도 부정적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정의당 진보당 등 야당들은 일제히 법안 통과를 환영하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특히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을 비호하기 위해 반대토론도 포기한 데 대해 우려하기도 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민주당이 의회폭거 자행해 기어코 통과시킨 방송 3법 당장 폐기해야 한다”며 “국민의힘은 대통령 거부권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과방위원들은 절차적 정당성이 없고, 내용상으로도 민주당 방송, 민주노총 방송을 만드는 법이라며 “민주당 방송법은 시작부터 끝까지 불법이며, 공영방송의 정치적 후견주의 배제라는 허울좋은 명분을 내세웠으나, 실상은 친 민주당 세력들이 더 공영방송을 영구히 획책하게끔 하는 법안”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과방위원들은 “방송 3법은 공영방송을 무덤으로 보내는 사형선고를 내린 것”이라며 “당연히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도 이날 통과된 법안을 두고 일부 언론을 통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비쳤으나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연합뉴스는 대통령실 관계자가 통화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집권하고 국회에서도 압도적인 다수 의석을 점하고 있던 전임 정부 시기에도 이들 법안을 추진하지 않았다”며 “이는 민주당 자체적으로도 무리라고 판단했다는 것인데 지금 와서 처리하려는 의도가 무엇이겠냐”고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대통령실은 다만 공식적으로는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언급하는 건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였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박성중 의원 등 국민의힘 과방위원들이 9일 오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방송3법 통과에 대해 대통령 거부권 요청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국회 기자회견 영상 갈무리
▲박성중 의원 등 국민의힘 과방위원들이 9일 오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방송3법 통과에 대해 대통령 거부권 요청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국회 기자회견 영상 갈무리

연합뉴스는 이 관계자가 “당에서 대응할 문제”라며 “지금 우리가 재의요구권을 섣불리 말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썼다.

뉴스핌은 대통령실 관계자가 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 통과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절차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방송 3법 관련 정부 주무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는 통과된 법안에 노골적인 반대 입장을 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변경하는 법안은 야당이 여·야간 합의 없이 상임위부터 본회의까지 강행처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통위는 △이사회 이사 21명 가운데 16명이 방송분야여서 각 분야 대표성 부족 △일부 법적 지위가 불분명한 단체도 포함 △특정 이념에 편향된 단체들이 추천한 이사들로 이사회를 구성해 편파성 우려 △방송사 집행부와 노조대표가 선정하는 시청자위원회가 이사 추천, 공정성 침해 우려 △이사 수 확대로 운영비 증가 및 비효율성 등을 제시했다.

특히 방통위는 법안 처리 절차적 정당성 부족 문제를 들어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 및 사장 선임방식의 변경은 지난 20대 국회에서부터 여러 논의가 있었으나 진전을 보지 못한 사항을 지금 야당이 여당이었을 때는 처리하지 않고 있다가, 정권이 바뀌고 나서야 여·야 간 합의도 거치지 않은 채 강행처리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반드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방통위는 헌법에서 규정한 ‘법률안에 대한 재의 요구안’(대통령 거부권 행사)을 제안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 국회 과방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오후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방송 3법 개정을 통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은 시대적 과제였다”며 “5만명의 국민들이 국회 청원에 참여했고, 우리 당도 결단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그동안 국민의힘이 법안처리를 미루는 등 방해했고,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까지 청구했으나 기각된 과정을 들어 “이제 공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넘어갔다”며 “국민과 국회, 언론인들의 강력한 요구를 윤석열 대통령은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안 발의를 하자 국민의힘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까지 전격 철회한 경위를 두고 민주당 과방위원들은 “이동관 위원장을 비호하기 위해 본인들이 공언한 방송법 필리버스터까지 포기했다”며 “얼마나 끈질기게 방송장악에 집착하고 있는지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조승래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국회 과방위원들이 9일 오후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방송3법 국회 본회의 통과를 두고 윤석열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사진=국회 기자회견장 영상 갈무리
▲조승래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국회 과방위원들이 9일 오후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방송3법 국회 본회의 통과를 두고 윤석열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사진=국회 기자회견장 영상 갈무리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변인도 이날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여야의 방송장악 공수교대 속에 36년을 끌어온 방송3법 입법이 오늘에야 마무리됐다”며 “정부 여당은 오늘 국회가 의결한 방송3법을 수용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강 원내대변인은 “방송과 언론을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을 오늘로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며 “야당 시절에는 언론장악을 규탄하다 여당만 되면 전방위적인 언론장악 행위에 나서는 해묵은 병폐를 청산해야 한다”고 밝혔다.

손솔 진보당 대변인은 이동관 방통위원장 탄핵을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포기한 것을 두고 “본회의를 빨리 끝내 탄핵 표결 자체를 하지 않으려는 술수였다”며 “여전히 국민과 싸우겠다는 여당의 악다구니는 꺾이지 않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손 대변인은 “대통령 거부권 건의할 생각도 말라”며 “방송3법으로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는 세상에 이제 더이상 여당의 몽니는 통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