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지난 26일 윤석열 대통령의 검사 시절 부산저축은행 부실 수사 의혹을 제기했던 경향신문 전·현직 기자 2명과 인터넷매체 뉴스버스 전직 기자 1명의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을 집행했다. 이날 한국기자협회는 “정부와 권력에 의한 언론 탄압 시도가 지속된다면 대한민국 위상은 급격히 추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기자협회는 26일 오후 성명을 통해 검찰의 기자 압수수색에 “권력을 감시하고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언론의 기본 소명 중 하나”라며 “그런데도 여론조작이라는 명목을 앞세워 이를 취재하고 보도했던 기자들에 대해 압수수색을 강행하는 것은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을 상실시켜 권력의 입맛에 맞춰 길들이고자 하는 의도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라고 반문했다.

▲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총장 시절 모습. ⓒ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총장 시절 모습. ⓒ연합뉴스

기자협회는 “언론이 의혹을 제기할 때마다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기자들을 상대로 압력을 넣는다면 취재 활동이 위축되고 보도 내용은 경직될 수밖에 없다”며 “이는 대한민국 국민이 함께 쌓아온 민주주의와 언론자유를 퇴색시키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기자협회는 “검찰은 언론사와 기자들에 대한 일련의 압수수색을 당장 중단하고 의혹을 제기한 사건은 정당한 방법으로 공명정대하게 시시비비를 가리기 바란다”며 “그것이 공권력을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 검찰의 역할”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기자협회는 언론 자유가 침해되는 상황을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경향신문 기자들과 함께 행동할 것”이라고도 했다.

26일 서울중앙지검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은 2021년 10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에 대한 허위보도 관련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경향신문 전·현직 기자 2명,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 전직 기자 1명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했다.

당시 경향신문 전·현직 기자들은 대검 중수부가 2011년 부산저축은행 부실 대출 사건을 수사하면서 대장동 대출 건을 부실 수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부산저축은행 수사의 주임 검사는 윤석열 대검 중수2과장이었다.

뉴스버스 전직 기자 역시 지난 대선 국면에서 “대검 중수부가 2011년 부산저축은행 비리 수사 과정에서 대장동 대출 관련 비리 혐의를 잡고 압수수색 등 수사를 진행하고도 은폐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당시 부산저축은행 비리 수사 주임검사는 중수2과장이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라고 보도했다. 아래는 한국기자협회 26일자 성명 전문이다.

경향신문 기자에 대한 언론탄압 시도를 당장 멈춰라!

공권력을 앞세운 언론탄압 시도가 끊임없이 자행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이 26일 오전 ‘2011년 대검 중수부의 부산저축은행 대장동 대출 비위 봐주기 의혹’ 보도와 관련해 정보통신망법위원 혐의로 경향신문 전·현직 기자 2명과 인터넷 매체 전직 기자 1명의 주거지를 압수 수색했다.

권력을 감시하고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언론의 기본 소명 중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작이라는 명목을 앞세워 이를 취재하고 보도했던 기자들에 대해 압수수색을 강행하는 것은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을 상실시켜 권력의 입맛에 맞춰 길들이고자 하는 의도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언론이 의혹을 제기할 때마다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기자들을 상대로 압력을 넣는다면 취재 활동이 위축되고 보도 내용은 경직될 수밖에 없다. 이는 대한민국 국민이 함께 쌓아온 민주주의와 언론자유를 퇴색시키는 것과 같다.

정권에 따라 다소 부침이 있긴 했지만 현 정부 출범 이전까지 상위권을 유지됐던 우리의 언론자유 상황이 현 정부 출범 이후 불과 1년 남짓 만에 국경없는기자회(RSF)와 국제기자연맹(IFJ) 등 공신력 있는 해외 유수 언론단체들로부터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국제사회가 예의 주시하는 상황으로 전락했다.

이처럼 정부와 권력에 의한 언론 탄압 시도가 지속된다면 대한민국의 위상은 급격히 추락할 것이며 우리의 피와 희생으로 일군 민주주의와 언론자유는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다.

검찰은 언론사와 기자들에 대한 일련의 압수수색을 당장 중단하고 의혹을 제기한 사건은 정당한 방법으로 공명정대하게 시시비비를 가리기 바란다. 그것이 공권력을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 검찰의 역할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한국기자협회는 언론 자유가 침해되는 상황을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경향신문 기자들과 함께 행동할 것이다.

2023년 10월 26일

한국기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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