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윤석열 대통령의 검사시절 부실수사 의혹 보도에 대해 기자들을 압수수색하는 가운데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없는 명예훼손 사건에 대해 무리하게 수사한다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범위의 한계가 있는데 검찰이 자의적으로 수사 범위를 확장한다는 비판이다. 

서울중앙지검 ‘대선개입 여론조작 특별수사팀(부장 강백신)’은 최근 뉴스타파와 소속 기자들, JTBC, 리포액트 기자, 경향신문 전현직 기자, 뉴스버스 전직 기자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들은 대체로 윤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이 김만배씨에게 책값 명목으로 거액을 받고 김만배씨와 대화를 뉴스타파가 보도한 것이다. 검찰은 이 둘에 대해 배임수재·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는데 이 부분이 법에 근거한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다. 

검찰청법 제4조(검사의 직무) 1항 1호에서 검사가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 범위를 규정했는데 이중 가목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에 신 전 위원장의 혐의가 해당한다. 명예훼손은 검찰이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가 아닌데 JTBC 본사와 봉지욱 전 JTBC(현 뉴스타파) 기자를 압수수색할 때 적용한 혐의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이다. 

▲ 검찰. ⓒ 연합뉴스
▲ 검찰. ⓒ 연합뉴스

다만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들어 시행령을 개정했고 이에 따라 검찰이 직접수사하는 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경우 이 역시도 직접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신학림·김만배 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경우만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결국 신학림·김만배 범죄를 JTBC 사건 수사로 확장한 건 검찰의 자의적 판단이다. 

또한 허재현 리포액트 기자의 경우 신 전 위원장의 범죄와 연관성에 대해 영장에 기재돼 있지 않았다. 검찰 측도 허 기자 주거지 압수수색 이후 기자들에게 ‘신학림·김만배 범죄사실이 배임수재이며 허 기자 죄명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허 기자 영장에 신 전 위원장의 혐의사실을 넣어 허 기자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이다. 

지난 26일 압수수색을 진행한 기자들이 쓴 경향신문과 뉴스버스 보도는 논란이 되고 있는 지난해 3월 대선 직전에 나온 보도가 아니다. 해당 기사들은 2021년 10월 기사들로 취재원도 신학림·김만배 등과 관련 없는 이들이다. 

사안을 잘 아는 한 변호사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이번 보도(2021년 10월)는 대선 훨씬 전에 이뤄진 보도로 신 전 위원장 청탁금지법 등과 시기상으로나 내용상으로 관련이 없다”며 “검찰이 ‘직접 관련성’이 있는 사건의 범위를 너무 확장해 수사하고 있는데 검사가 직접 수사해서는 안 되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직접 수사 범위를 줄여놓은 검찰청범의 취지를 무시하는 수사”라고 덧붙였다. 

한겨레는 검찰의 윤 대통령 명예훼손 관련 사건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대해 ‘직접 수사 범위가 아니다’라는 지적을 꾸준히 해왔다. 

▲ 한겨레 27일자 기사
▲ 한겨레 27일자 기사

<‘명예훼손’ 혐의 JTBC 압수수색 뒤엔…1년 전 한동훈 ‘꼼수 시행령’>(한겨레 9월15일), <명예훼손 수사에 배임수재 끼워넣기…검찰, 꼼수 압수수색?>(한겨레 10월23일), <‘의혹 검증’을 가짜뉴스 규정…윤 정부 비판언론 정조준>(한겨레 10월27일) 등의 기사를 종합하면 검찰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 측은 피의자와 증거가 공통되면 관련 범죄로 간주해 수사 개시 대상에 포함할 수 있다”며 “관련 범죄로 충분히 수사할 수 있다”며 JTBC에 대한 압수수색도 직접 수사 대상이라고 했다. 리포액트 압수수색에 대해서도 검찰 측은 “기존에 수사가 진행되던 ‘김만배·신학림’ 등 사건과 계속해 범죄사실을 연결해 구성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배임수재 범행이 기재됐다”며 “(두 사건의) 관련성을 소명해 법원에서 적법하게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했다”고 했다. 

경향신문과 뉴스버스 기자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된 지난 26일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다른 사건과) ‘합리적 관련성’이 있으면 직접 수사 개시 범위에 포함되기 때문에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이러한 판단의 근거는 ‘내부 수사지침’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언론의 자유를 존중하며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더팩트 26일자 보도를 보면 검찰 관계자는 “단순 오보 가능성이 있는 경우까지 수사를 확대할 계획은 없다”며 “취재 과정에서 보도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고서도 취재 자료를 왜곡한 정황이 드러난 경우 보도 경위를 확인하기 위한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압수수색이라는 강제수사가 아닌 임의제출 방식의 수사를 선행했어야 한다는 질의에 검찰 관계자는 “증거인멸 우려가 있어 압수수색에 나섰다”고 했다. 

검찰이 검찰청법 개정(검경 수사권 조정) 취지에 거스르며 자의적으로 수사 범위를 넓히면서 ‘직접 수사’ 대상을 넘었다는 비판은 멈추지 않고 있다. 한겨레는 27일 사설 <대선후보 검증 보도가 ‘대통령 명예훼손’인가>에서 “명예훼손은 검찰이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대상의 범죄도 아니다”라며 “검찰은 앞서 뉴스타파 등을 압수수색할 때 신학림·김만배씨의 돈거래(배임수재)와 직접 관련됐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경향신문과 뉴스버스의 보도는 이들의 돈거래와 ‘직접 관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검찰은 앞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꼼수’ 시행령 개정으로 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 억지일 뿐”이라며 “검찰은 지난해 ‘양평 공흥지구 개발특혜 의혹’ 수사와 관련해 경찰이 윤 대통령 처남에 대해 신청한 압수수색 영장은 허가하지 않았다. 이러니 검찰이 ‘윤 대통령 보위 수사’를 한다는 비판을 받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민사회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참여연대는 이날 “고위공직자를 대상으로 한 명예훼손죄에 대해 거듭되는 법원의 판단을 검찰이 모를리 없고 더구나 명예훼손죄는 검찰의 직접수사범죄 범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며 “21세기 국가에서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언론에 대한 강제수사가 벌어지는 것 자체가 민주주의의 급격한 퇴행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또 이러한 검찰의 무리한 수사를 용인한 법원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참여연대는 “법원이 이번 사안과 같이 공직자 관련 명예훼손죄에서 언론인(언론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너무 손쉽게 발부한 것은 아닌지 비판받아야 한다”며 “검찰이 주장하는 범죄 혐의 소명 여부만 따지는 것을 넘어 비판 언론의 위축효과와 자기검열 강화라는 부정적 결과를 과연 고려하였는지 자문할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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