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10월31일자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갈무리.
▲ 2023년 10월31일자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갈무리.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방송소위가 봉지욱 뉴스타파 기자(전 JTBC 기자)가 출연한 MBC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 법정제재를 의결했다. JTBC 시절 봉지욱 기자의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 보도와 관련해 JTBC가 만든 진상조사위원회 보고서를 근거로 여권 추천 위원들이 중징계를 내리자 봉지욱 기자는 “내게 반론을 듣지 않고 만든 보고서”라며 방심위에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방심위는 지난 12일 방송심의소위원회를 열고 MBC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2023년 10월31일)에 법정제재 ‘주의’를 의결했다. 해당 방송엔 봉지욱 뉴스타파 기자가 출연해 ‘윤석열 당시 주임검사를 안 만나서 커피를 안 마셨으니 봐준 것도 없고 수사를 하지 않았으니 무마도 없는 것이고 사실 그건 굉장히 궤변이다’, ‘2011년 대검 중수부는 조우형을 봐줬다고 밖에 볼 수가 없다’ 등 발언한 것이 지나치게 일방적이고 반론은 방송되지 않아 공정성·객관성을 위반했다는 취지의 민원이 제기됐다.

▲JTBC는 2023년 10월17일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을 제기한 자사 보도가 왜곡이었다는 내용의 진상조사 보고서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JTBC는 2023년 10월17일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을 제기한 자사 보도가 왜곡이었다는 내용의 진상조사 보고서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류희림 위원장(윤석열 대통령 추천)은 심의에 앞서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 보도 관련 JTBC가 지난해 10월 공개한 ‘진상조사위원회 중간결과 보고서’를 참고자료로 위원들에 배포했다. 봉지욱 당시 JTBC 기자의 대통령 의혹 보도가 ‘왜곡’이었다는 취지의 자사 보고서다.

류희림 위원장은 “‘뉴스하이킥’에 출연한 봉지욱 기자는 자신의 일방적인 주장만 얘기하고 있다. 한쪽 사람의 얘기만 들어선 안 된다는 객관성 위반으로 심의하고 있으니 회사의 중간조사위 보고서를 참고하시라”고 말했고 윤성옥 위원(더불어민주당 추천)은 “이건 (심의에) 편견을 주는 정보다. 이럴 필요가 없다”며 “편파심의를 하고 있다는 걸 위원장이 자인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권 추천 위원들은 ‘뉴스하이킥’에 강한 징계를 주장했다. 황성욱 위원(국민의힘 추천)은 “봉지욱 기자가 한 뉴스가 사실과 다르다고 논란이 되는 상황이었다”며 “당시는 잘 모르겠지만 봉 기자는 현재 입건된 상태다. 수사 대상이 되는 사람을 초대해 자신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말할 수 있게 한 건데 이게 적절한가”라고 말했다.

사실관계가 틀린 주장도 나왔다. 이정옥 위원(윤석열 대통령 추천)은 “제가 재미있는 부분을 발견했다. 봉지욱 기자가 어떠한 계기로 대담을 하게 된 것인지 알고 있나”라며 “구체적으로 말씀을 드리면 김만배-신학림 인터뷰라고 해서 보도를 한 것이다. 그것으로 인해 지금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그 배경이나 자신의 입장을 설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타파 녹취록 보도는 봉지욱 기자가 보도하지 않았지만 사실관계를 혼동한 것이다.

▲ 지난 12일 나온 연합뉴스 보도.
▲ 지난 12일 나온 연합뉴스 보도.

의견진술자로 나온 MBC 제작진이 “초점이 거기 있지 않다. 이 방송은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 관련 내용이 핵심”이라고 했지만 이정옥 위원은 “제가 다 들어봤다. 김만배 인터뷰는 언급되지 않긴 하지만 뉴스타파의 봉지욱 기자가 그 인터뷰를 냈고 그것을 다른 많은 언론들이 인용했다”고 말했다. 이날 심의가 끝난 이후 연합뉴스 등 일부 언론이 의결 결과를 전하며 “지난 대선 직전 ‘김만배-신학림 허위 인터뷰’를 보도한 봉지욱 전 JTBC 기자”라고 전했다.

류희림 위원장은 “JTBC 진상조사위 보고서를 꼼꼼하게 읽어봤다. 1차적으로 우린 이 자료를 믿을 수밖에 없는데 여기 보면 봉 기자가 (보도 관련) 조작한 증거가 있다”며 “봉 기자는 방송에 출연해 이 보고서가 조작 날조라고 말한다. 그러면 MBC가 JTBC의 공식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을 출연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야권 추천으로 유일하게 참석한 윤성옥 위원은 “봉지욱 기자 반론 대상이 JTBC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용을 보면 실질적 반론 대상은 대통령실”이라며 “대통령실에선 문제되는 내용에 대해 공표만 하면 모든 언론이 다루기 때문에 이 프로그램에서 우리가 균형성을 반드시 요구할 순 없다”고 말했다.

윤 위원은 “현재 피의자 신분이라는 이유로 출연을 문제 삼는데 피의자를 오히려 취재하는 것이 언론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유죄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 무죄 추정 원칙을 적용해야 하는 것”이라며 “신속심의 안건을 1월23일부터 오늘(3월12일)까지 봤더니 안건 10개 중 8건이 MBC다. 방송 내용은 대부분 윤석열 대통령 비판 내용이다. MBC 때려잡기, 대통령 비판 통제하기 위한 심의들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결국 야권 추천 위원의 반발에도 여권 위원 과반으로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엔 법정제재 ‘주의’가 의결됐다. 법정제재는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시 감점 사유로 적용되며 낮은 순부터 ‘주의’, ‘경고’, ‘관계자 징계’ 또는 ‘프로그램 정정·수정·중지’, ‘과징금’ 등의 단계로 구분된다. 방송소위 구조는 현재 여야 4대1 상황이다.

▲ 봉지욱 뉴스타파 기자(전 JTBC 기자). 사진=뉴스타파 화면 갈무리.
▲ 봉지욱 뉴스타파 기자(전 JTBC 기자). 사진=뉴스타파 화면 갈무리.

봉지욱 기자는 지난해 10월 JTBC 진상조사위 보고서가 나오자 JTBC가 자신에게 반론조차 구하지 않았다고 반발한 바 있다. 봉지욱 기자는 13일 미디어오늘에 “아직 검찰 조사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이미 판결이 난 것처럼 전제하고 심의한다”며 “심의 근거가 오죽 없으면 JTBC가 내게 연락 한번 없이 만든 보고서를 근거라고 내세웠다”고 했다.

[관련 기사 : JTBC 진상조사위 “尹 의혹보도 왜곡 확인” 봉지욱 “짜맞춘 조사”]

봉 기자는 “뉴스타파가 류희림 위원장의 청부민원 의혹을 최초 보도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개인 감정을 실어서 위원회를 운영하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될 정도”라며 “회사와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뱉은 말들에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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