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6일 윤석열 대통령의 검사 시절 부실수사 의혹을 보도한 경향신문 전현직 기자와 뉴스버스 기자를 압수수색하자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팀장 강백신 반부패1부장)은 이날 오전 2021년 10월 대선 유력 후보에 대한 허위보도 관련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경향신문 전·현직 기자 2명,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 전직 기자 1명의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경향신문은 2011년 대검 중수부가 부산저축은행 부실 대출 사건을 수사하면서 대장동 대출 건을 무마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부산저축은행 수사 주임 검사는 윤석열 대검 중수2과장이었다.

뉴스버스는 2021년 10월 경찰 수사기록을 토대로 “대검 중수부가 2011년 부산저축은행 비리 수사 과정에서 대장동 대출 관련 비리 혐의를 잡고 압수수색 등 수사를 진행하고도 은폐한 사실이 확인됐다. 당시 부산저축은행 비리 수사 주임검사는 중수2과장이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라고 보도했다.

▲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44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가운데). 사진=대통령실
▲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44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가운데). 사진=대통령실

이날 한국기자협회 경향신문지회와 경향신문 노동조합(전국언론노조 경향신문지부)은 공동성명을 내고 “부실수사 의혹 기사를 쓸 당시에도 경향신문 기자들은 이같은 직업윤리를 준수하며 기사를 썼다”며 “관계자들의 증언은 왜곡 없이 전달했고 윤석열 당시 대통령 후보를 비롯해 사건 관계자들의 반론도 충분히 실어줬다”고 설명한 뒤 “보도 내용을 문제삼아 검찰이 압수수색을 나온 일은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고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이런 일은 없었다”고 했다. 

기자협회와 노조는 “이번 압수수색을 언론의 자유를 극도로 위축시키는 정치적 행위”로 규정하고 검찰을 향해 “이 수사가 과연 공명정대하다고 여기고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칼날이 윤석열 ‘현직’ 대통령을 검증했던 기자·매체에만 겨눠지고 있다고 느껴지는 것은 단지 기분 탓만은 아닐 것”이라며 “작금의 전방위 수사는 언론에 대한 재갈 물리기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언론 탄압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며 “검찰 수사의 희생양이 된 동료 구성원들을 적극 지원·연대할 것”이라고 했다. 

경향신문 노조의 상급단체인 언론노조도 이날 <언론인 무차별 압수수색, 윤석열 정권은 언론자유를 어디까지 망가뜨릴 작정인가>에서 “검찰이 내세운 혐의는 해당 보도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는 것”이라며 “말이 검찰의 압수수색이지 해당 법조항 적용은 윤 대통령이 처벌을 원해야 가능한 ‘반의사불벌죄’이므로 사실상 윤 대통령을 대신해 나선 압수수색”이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검찰의 행태가 압수수색의 대상인 언론인뿐 아니라 윤 대통령을 향한 국민 누구의 비판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국가폭력이자, 독재 회귀로 간주한다”며 “앞으로는 ‘변화’와 ‘반성’을 말하면서 뒤로는 무지막지한 언론자유 탄압을 멈추지 않고 있는 윤석열 정권의 양두구육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했다. 

뉴스버스는 자신들의 보도가 허위가 아니라는 입장문을 냈다. 뉴스버스는 이날 오후 전직 기자 압수수색에 대해 전날(25일) 중앙일보 보도를 반박했다. 중앙일보는 뉴스버스가 2011년 대검 중수부의 부산저축은행 수사 때 대장동 대출 건이 빠진 것과 관련해 대장동 초기 사업자 “이강길씨의 인터뷰 내용을 허위로 보도했다”는 취지로 보도했는데 뉴스버스는 대장동 초기 사업자들이 2014년 경기경찰청에서 대장동 비리 의혹과 관련한 조사를 받을 때 진술했던 진술서를 근거로 기사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뉴스버스는 “검찰은 ‘가짜뉴스’ 운운하며 대장동 부실 대출이 빠진 윤석열 주임검사의 부산저축은행 수사 관련 비판 기사를 쓴 언론들을 압수수색할 일이 아니라 국민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검찰이 부산저축은행 수사를 하면서 무려 1805억원 규모에 이르는 대장동 부실 대출 비리는 왜 빠트렸는지 혹은 왜 뺐는지에 대해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부터 내놓아야 할 것”이라며 “근거가 부풀려졌거나 빈약한 뉴스버스에 대한 이번 검찰의 압수수색은 윤석열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들에 대해 ‘언론탄압’의 연장선”이라고 비판했다. 

뉴스버스는 이번 사건을 보도하는 언론에도 의견을 남겼다. 뉴스버스는 “경향신문과 뉴스버스 전현직 기자들의 압수수색을 보도하면서 ‘허위 보도’ 의혹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기사를 내보냈는데, ‘의혹’이라는 단어로 면죄부 삼아 취재 없이 ‘허위 보도’라는 용어를 함부로 쓰지 않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시민단체인 언론개혁시민연대(언론연대)도 이날 <대통령 명예훼손 수사를 중단하라>는 논평에서 “ 조우형 수사 무마 의혹이 거짓이라는 검찰의 전제가 얼마나 명확하게 증명됐는지 의문이다. 불법 대출 브로커와 로비스트들의 뒤바뀐 진술만으로 합리적 의심이 해소되지는 않는다. 대장동 대출 건 수사 무마가 있었느냐 여부는 여전히 규명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설사 그런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 하더라도 인터뷰 등 당시까지 확보한 증언과 자료를 통해 의혹을 제기하고, 공직 후보자를 검증하는 건 언론의 역할”이라고 주장했다. 

언론연대는 “경향신문, 뉴스버스 등의 관련 기사를 살펴볼 때 실로 부당하고, 불합리한 의혹 제기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의혹을 품을 만한 이유가 있고 공익성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언론연대는 “검찰은 언론의 허위보도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든다고 말하지만, 정당한 보도에 대한 무리한 강압 수사로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는 건 다름 아닌 검찰”이라며 “‘대선개입 허위보도’라는 허울을 씌운 ‘대통령 명예훼손’ 수사를 당장 중단하라”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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