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가 ‘좌편향’ 됐다는 보수 진영의 불만이 계속되는 가운데 미국에선 보수적일수록 팩트체크 결과에 부정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이미 여러 차례 나왔다. 명확한 이유가 나오진 않았지만 보수 진영이 가진 ‘이념적 문화’가 원인으로 꼽힌다.

▲ 논문 Fact-Checking: A Meta-Analysis of What Works and for Whom, 2019.
▲ 논문 Fact-Checking: A Meta-Analysis of What Works and for Whom, 2019.

팩트체크 관련 논문 30여 편을 모아 메타분석을 진행한 2019년 논문(Fact-Checking: A Meta-Analysis of What Works and for Whom)에 따르면, 보수적일수록 자신의 주장과 반대되는 팩트체크 결과에 대한 반발 강도가 심했다.

‘민주당/진보’(Democrats/Liberals)의 경우 팩트체크의 결과가 자신의 신념과 맞지 않을 때(Counter-attitudinal fact-checking) 팩트체크 효과(fact checking on beliefs)가 0.32였지만 ‘공화당/보수’(Republicans/Conservatives)는 0.17로 팩트체크 효과가 감소했다.

▲ 논문 Fact-Checking: A Meta-Analysis of What Works and for Whom, 2019. 보수적일수록 자신의 주장과 반대되는 팩트체크 결과를 잘 받아들이지 못했다.
▲ 논문 Fact-Checking: A Meta-Analysis of What Works and for Whom, 2019. 보수적일수록 자신의 주장과 반대되는 팩트체크 결과를 잘 받아들이지 못했다.

두 진영 모두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팩트체크 결과를 더 잘 받아들였다. 하지만 보수적일수록 받아들이는 정도가 더 강했다. ‘공화당/보수’는 팩트체크 결과가 신념과 맞을 때(Pro-attitudinal fact-checking) 팩트체크 효과가 0.52였지만 ‘민주당/진보’는 0.43이었다.

논문은 ‘공화당/보수’ 지지자들에게서 ‘민주당/진보’ 지지자들에 비해 자신의 태도에 역행하는 팩트체킹 교정보다 부합하는 교정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공화당/보수 지지자들 사이에서 자신의 기존 신념에 부합하는 정보를 더 받아들인다는 동기화된 추론(motivated processing) 경향이 더 강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 Partisan Selective Sharing: The Biased Diffusion of Fact-Checking Messages on Social Media, 2017 논문.
▲ Partisan Selective Sharing: The Biased Diffusion of Fact-Checking Messages on Social Media, 2017 논문.

2017년 발표된 다른 논문(Partisan Selective Sharing: The Biased Diffusion of Fact-Checking Messages on Social Media)에서도 비슷한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2012년 미국 대통령 선거 기간 동안 게시된 트위터(현 엑스) 데이터를 수집한 결과, 공화당 지지자들이 민주당 지지자들보다 팩트체커에 대한 부정적 반응과 적대감을 더 강하게 나타냈다. 논문은 “팩트체크 기관의 편향성에 대한 사용자들의 공개적인 비난에서 적대적인 미디어 인식의 증거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했다.

논문은 이어 “역사적으로 공화당 지지자들은 민주당에 비해 언론에 대한 신뢰도가 훨씬 낮았다. 팩트체커에 대한 감정도 예외는 아니다”며 “민주당 정치인들은 팩트체킹 운동을 수용하고 토론에서 더 많은 팩트체크를 요구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2016년), 밋 롬니(2012년) 등 공화당 후보들은 팩트체커를 편향적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과 공화당 간의 시각 차이는 잠재적으로 팩트체크가 주는 메시지에 대한 당파적 반응의 비대칭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진영에 따라 왜 이런 차이가 나오는지 명확하게 결론이 난 것은 없다. 유럽 팩트체크 효과를 분석한 2020년 발표된 논문(How Politics Shape Views Toward Fact-Checking: Evidence from Six European Countries, 2020)은 “전반적으로 보수주의자들이 팩트체크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이유는 미국 주류 언론 매체에서 팩트체크가 시작된 것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새로운 형식(팩트체크)에 대한 태도가 일반화된 결과일 수 있다”고 했다.

▲ SNU팩트체크 로고
▲ SNU팩트체크 로고

이민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통화에서 “데이터는 그렇게 나오는데 워낙 변인이 많기 때문에 단정 지을 순 없다”면서도 “보수가 이념적으로 조직을 강조하는 성향이 있다. 국가 정체성, 파워 등을 강조하다 보면 개인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소지가 있다. 미국 민주당은 인권을 중요시하지 않나. 표현의 자유, 언론 자유를 굉장히 신경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민규 교수는 “세계 언론 자유 지수나 탐사보도 수상 같은 것도 보수 정권에선 위축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어떤 정부이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화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국에선 미국보다 언론 내 ‘팩트체크’가 늦게 자리 잡았다. 2017년 대선 때 처음 후보자 팩트체크가 생겼고 SNU팩트체크센터, 팩트체크 전문매체 ‘뉴스톱’도 2017년 탄생했다.

▲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은 지난 1월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네이버가 문재인 정부 기간 동안 60억 원의 뒷돈을 대고 ‘뉴스 영역’에 판을 깔아준 SNU팩트체크센터, 한국언론학회의 팩트체크 사업이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을 가짜뉴스 선동자로 전락시켰다”고 주장했다. 사진=미디어오늘 유튜브 캡처
▲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은 지난 1월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네이버가 문재인 정부 기간 동안 60억 원의 뒷돈을 대고 ‘뉴스 영역’에 판을 깔아준 SNU팩트체크센터, 한국언론학회의 팩트체크 사업이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을 가짜뉴스 선동자로 전락시켰다”고 주장했다. 사진=미디어오늘 유튜브 캡처

이후 정치권의 팩트체크 공격이 계속됐다. 국민의힘 전신 자유한국당은 2017년 SNU팩트체크가 대선 당시 홍준표 후보의 당선을 방해한다고 주장하며 민형사상 법적 대응을 했다. 정은령 SNU팩트체크센터장과 윤석민 당시 SNU팩트체크위원회 위원장을 명예훼손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서울남부지방법원은 한국당이 문제 제기한 게시물이 다른 게시물과 마찬가지로 제휴 언론사가 자율적으로 정했고,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는 이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소를 기각했다. 형사 사건의 경우 SNU팩트체크센터를 상대로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했으나 ‘혐의없음’ 종결됐다.

지난 1월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은 “네이버가 문재인 정부 기간 동안 60억 원의 뒷돈을 대고 ‘뉴스 영역’에 판을 깔아준 SNU팩트체크센터, 한국언론학회의 팩트체크 사업이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을 가짜뉴스 선동자로 전락시켰다”고 주장했다. 이후 지난 8월 네이버가 연 10억 원 규모의 SNU팩트체크센터 지원을 중단했다. 미국의 경우 보수 진영인 공화당이 진보 진영인 민주당에 비해 더 많이 거짓 발언을 한 것으로 팩트체크 기관들에 의해 판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OSTERMEIER, “Selection Bias? PolitiFact Rates Republican Statements as False at Three Times the Rate of Democra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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