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 언론을 겨냥했던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의 막말 행보가 ‘인요한 혁신위원회’에 먹구름을 드리운 모양새다. 그의 과거 언동이 ‘반혁신’으로 비치며 혁신위에 냉소를 부르는 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 26일 혁신위원으로 임명된 박 의원은 혁신위원 12명 가운데 유일한 현역 의원이다. 혁신위에 MZ세대만 6명이 포진하는 등 여의도 정치 경험이 부족한 인사가 다수라는 점에서 박 의원은 당과 혁신위의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점쳐졌다.

배준영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은 지난 27일 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부분 위원들은 정치를 처음 경험하는 분들”이라며 “박 의원은 우리 당 사정이라든지, 선거 등에 관해 전반적 지식을 알려주고 같이 의논할 수 있는 인포메이션(정보) 메신저 역할”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여의도 안팎 평가는 박하다. 박 의원이 ‘돌격대장’을 자처하며 윤석열 정권을 비판·검증하는 언론을 규제하고 탄압하는 데 앞장섰다는 이유가 크다. 지난 1월 당 최고위원에 출마한 박 의원은 자신이 “행동하는 미디어투사”라며 “왜곡·편파보도를 자행하는 민노총 언론노조의 공영방송 영구장악을 막을 힘을 내게 실어달라”고 호소했고, 최근까지도 윤석열 대선후보를 검증했던 언론들을 “대통령 당선자를 바꿔치기하려 했던 반헌법 세력들”로 규정하며 공격적 언사를 쏟아냈다.

▲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 ⓒ미디어오늘
▲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 ⓒ미디어오늘

보수진영 ‘비윤계’ 인사인 이언주 전 의원은 31일자 조세일보 인터뷰에서 “혁신위원 중 박성중 의원이 포함됐는데, 박 의원의 스탠스에 대해 굉장히 불편하게 생각하시는 국민들이 많다”며 “특히 언론 문제에 대해 홍위병처럼 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있고, MBC나 진보 성향의 언론들과 보도에 대해 블랙리스트처럼 헌법정신을 위반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래서 국민들이 혁신위에 대해 이제 안 속는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이 전 의원은 지난 27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도 “그분은 언론의 자유를 핍박하는 데 앞장서신 분”이라며 “이런 비민주적이고 시대착오적 사람을 갖다가 혁신위원회에 넣었는데 그게 무슨 혁신인가. 반혁신이지”라고 혹평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도 “개혁적 행보에 앞장섰던 인사라고 평가하기 어렵다”며 “철저하게 시류에 맞게 거기에 따라 발언했던 분이기 때문에 이분이 뭔가 국민이 바라는 개혁 조치를 할 수 있는 분이라고 생각하는 분은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전 대표는 “박성중 이름이 나오는 순간 혁신위는 끝이 났다”고까지 했다. 

김지현 동아일보 기자는 30일자 기사에서 “박성중 의원은 국회에서 ‘고성’과 ‘갈등’의 아이콘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인물이라 혁신과는 거리가 먼 것 아니냐는 지적도 많긴 하다”면서도 “계파로만 따져보면 사실 친윤(친윤석열) 색채는 상대적으로 옅은 편”이라고 평가했다.

학계에서도 박 의원의 ‘언론 재갈물리기’ 시도에 성토한다. 보수학자로 평가받는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최근 조선일보 칼럼에서 선거법 위반 형사고발, 명예훼손 민사소송, 각종 감사, 자료제출 요구 등 정부·여당이 가한 ‘서울대 SNU팩트체크 흔들기’ 사례를 나열한 뒤 박 의원이 “서울대 팩트체크 사업이 더 이상 지속될 이유는 없다”고 공개 발언한 사실을 비판했다. 윤 교수는 박 의원 등을 겨냥해 “진영권력이 공적 미디어 영역을 초토화하고 비판언론을 공격하는 사태가 이어졌다”고 지적한 뒤 “진영논리에 사로잡힌 구태 인사들이 대통령의 의지를 참칭하며 호가호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혁신위가 당내 통합 명분으로 당원권 정지 상태인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한 ‘대사면’을 1호 안건으로 결정한 가운데 언론계에 대한 사과 메시지도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준일 뉴스톱 수석에디터는 31일 통화에서 “국민의힘이 그동안 무리하게 추진했던 언론장악 행보, ‘바이든 날리면’ 사건으로 상징되는 공영방송 탄압 조처 등에 대해 혁신위가 어떤 입장인지 구체적으로 밝히고 반성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방송사 패널 불균형이 심각하다며 각 방송사에 공문을 보내고 압박했는데, 이런 행태에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 방지를 약속하지 않는다면 국민이 통합을 내세운 혁신위의 진정성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지난 26일 ‘본인이 통합에 어울리는 인사냐’는 취재진 질문에 “내가 미디어라든지 이런 부분에서 강하게 나가니까 그렇게 비친 거 같다”며 “실제로는 가슴도 따뜻하고 항상 통합해야 한다고 마음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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