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조선일보 사옥 간판. 사진=미디어오늘.
▲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조선일보 사옥 간판. 사진=미디어오늘.

윤석열 정부의 가짜뉴스 정책을 “반(反)헌법적 언론통제 시도”라고 비판한 외부 필진 칼럼이 돌연 삭제된 데 대해 선우정 조선일보 편집국장은 “제작상 실수”라고 밝혔다.

<윤석열표 개혁의 시간이 왔다>라는 제목의 ‘조선칼럼’은 27일 오전 6시께 노출됐다가 2시간 뒤인 8시 돌연 삭제됐다. 보수 언론학자로 평가받는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칼럼으로 윤 정부의 언론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이를 테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인터넷 언론 심의를 예고한 데 대해 윤 교수는 “국가기관인 방심위가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던 언론 보도에 대한 심의를 수행해 그에 대한 속전속결식 제재를 가하겠다는 것”이라며 “두말할 나위 없는 국가권력의 반(反)헌법적 언론통제 시도”라고 비판했다. 윤석열 정권을 비판한 칼럼이 삭제되자 ‘정권 눈치보기’ 아니냐는 지적이 뒤따랐다.

▲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사진=미디어오늘.
▲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사진=미디어오늘.

취재를 종합하면, 윤 교수 칼럼 중 ‘서울대 SNU팩트체크센터’ 대목을 놓고 선우 국장과 윤 교수 사이 이견이 있었다. SNU팩트체크센터는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가 32개 언론사들과 협업하는 비영리 팩트체크 플랫폼이다. 

윤 교수는 칼럼에서 정부·여당의 흔들기 이후 SNU팩트체크센터에 대한 네이버 자금 지원이 중단된 사실을 지적했다. 윤 교수는 “여당의 중진의원은 올해 1월 3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서울대 팩트체크 사업이 더 이상 지속될 이유는 없다’고 공개 발언했다”며 “​지난 8월, 네이버는 SNU팩트체크에 후원 중단을 통보해 왔다. 9월 26일에는 네이버 뉴스홈에 SNU팩트체크의 내용을 연동해 게시하던 서비스도 일방적으로 중단했다. 허위정보의 양태가 날로 심각해지고, 정부가 그 위험성을 연일 강조하며, SNU팩트체크의 화양연화(花樣年華)가 막 시작된 시점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대목은 윤석열 정권에 비판적 기사와 언론을 ‘좌파’로 규정하며 규제 일변도 발언을 쏟아온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을 겨냥한 것으로 박 의원은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을 공격하는데 혈안이 된 SNU팩트체크 사업이 더 이상 지속될 이유는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조선일보 측은 윤 교수가 SNU팩트체크위원회 초대위원장을 지내는 등 SNU팩트체크 설립을 주도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관련 내용을 싣는 것은 언론 윤리에 저촉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윤 교수는 현재는 SNU팩트체크에 참여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해충돌이 아니라고 판단, 관련 내용을 수정해달라는 조선일보 측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이견을 좁히지 못한 양측은 글을 싣지 않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선우 국장은 30일 통화에서 “출고가 안 된 기사를 실무자 실수로 오전 6시 노출했다가 2시간 뒤인 8시 내렸다”며 “SNU팩트체크 지원 중단과 관련, 서로 이견이 합의 되지 않아 몰고 처리했던 것이다. (몰고된 칼럼이) 제작상 실수로 나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우 국장은 “윤 교수는 정부의 과도한 언론통제에 비판적 입장으로 조선일보가 지난 정권으로부터 압박을 받을 때도 같은 입장이었다”며 “현 정권 언론정책을 비판하는 글도 합리적이라면 얼마든 써도 좋다고 생각한다. 다만 (SNU팩트체크 건에 관해선) 생각이 달랐다”고 했다.

윤 교수는 조선일보 측 판단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도 “SNU팩트체크에 내가 몸 담았다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인 만큼, 그런 사정이라면 (몰고 결정은) 수용 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 윤석열 정부의 가짜뉴스 정책을 “반(反)헌법적 언론통제 시도”라고 비판한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의 조선일보 칼럼이 돌연 삭제돼 논란이 일었다.
▲ 윤석열 정부의 가짜뉴스 정책을 “반(反)헌법적 언론통제 시도”라고 비판한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의 조선일보 칼럼이 돌연 삭제돼 논란이 일었다.

아래는 조선일보가 몰고한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칼럼 <윤석열표 개혁의 시간이 왔다> 전문이다.

윤석열표 개혁의 시간이 왔다

가짜뉴스는 없어져야 한다는 전제를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방법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최근 인터넷 언론 가짜뉴스 전담신고센터를 두고 원스톱으로 심의를 처리하겠다고 발표했다.

모든 신문과 방송이 온라인으로 뉴스를 내보내는 상황에서, 인터넷 언론은 논리적으로 전 언론을 망라한다. 심의는 미디어 내용을 살펴 문제가 있으면 과징금이나 벌점 같은 제재를 가하는 행위다. 결국 이 발표는 국가기관인 방심위가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던 언론 보도에 대한 심의를 수행해 그에 대한 속전속결 식 제재를 가하겠다는 것이다. 두말할 나위 없는 국가권력의 반(反)헌법적 언론통제 시도다.

언론 보도는 숙명적으로 오보의 가능성을 내포한다. 특히 언론의 일차적 감시 대상인 대형 사건사고, 공직자의 부정부패, 권력형 비리 등은 그 전체상을 알 수 없는 거대한 그림과도 같다. 코끼리의 코, 상아, 귀, 다리를 더듬은 장님들의 우화처럼, 촌각을 다투는 뉴스는 종종 부분적이고 편향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뉴스들이 쌓여 코끼리의 전모를 밝힌다. 이러한 뉴스 보도를 두고 ‘가짜’를 걸러내겠다고 할 때 그 결과가 무엇일지는 불 보듯 자명하다.

언론 일각에는 분명 악의적인 허위보도가 존재한다. 하지만 이를 빌미삼은 권력의 언론통제 시도는 보다 큰 위험을 내포한다. 지금은 거짓처럼 보이는 보도가 종국에 사실로 드러난다면? 국가는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어떻게 아는가. 그 판정이 특정한 정치권력의 관점이 아니라고 어떻게 단언하는가.

그 과정이 힘겹고 더뎌도, 가짜뉴스로 통칭되는 의도적인 허위보도 문제를 언론을 위축시키는 권력의 명령과 통제가 아닌, 규범성과 품질을 강화하려는 언론 스스로의 노력과 그에 대한 사회적 지원 방식으로 해결해야 하는 이유다. 그 최전선에 가치나 신념보다 사실을 앞세우는 팩트체크 저널리즘이 존재한다.

허위정보의 위험, 특히 AI가 생성하고 거대 플랫폼이 전파하는 허위정보의 위험이 고조되면서, 팩트체크 저널리즘은 전세계 언론의 가장 중요한 추세로 부상했다. 이에 부응해 2017년 3월, 우리 언론의 팩트체크를 다각적으로 지원하는 ’SNU팩트체크’ 플랫폼이 출범했다. 불간섭원칙 하에 네이버가 이를 후원했다.

그 성과는 눈부셨다. 2017년부터 2023년까지 SNU팩트체크에 게시된 기사 수는 4700여 건에 달한다. 제휴 언론사도 15개에서 32개로 늘었고, 상호 유대도 강화되었다. 국제적 위상도 높아져 올해 6월에는 전세계 팩트체커들이 서울에 모이는 국제 컨퍼런스(Global Fact) 행사를 성황리에 마쳤다.

하지만 그 이면에서 SNU팩트체크는 정치권력에 의한 선거법 위반 형사고발, 명예훼손 민사소송, 각종 감사, 자료제출 요구에 시달렸다. 플랫폼 게시 기사들의 양적 균형과 정확성 등을 문제 삼았지만, 사실상 권력의 눈에 거슬리는 팩트체크를 위축시키려 함이었다. 여당의 중진의원은 올해 1월 3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서울대 팩트체크 사업이 더 이상 지속될 이유는 없다’고 공개 발언했다.

지난 8월, 네이버는 SNU팩트체크에 후원 중단을 통보해 왔다. 9월 26일에는 네이버 뉴스홈에 SNU팩트체크의 내용을 연동해 게시하던 서비스도 일방적으로 중단했다. 허위정보의 양태가 날로 심각해지고, 정부가 그 위험성을 연일 강조하며, SNU팩트체크의 화양연화(花樣年華)가 막 시작된 시점이었다.

대통령께 고언한다. 가짜뉴스 정책은 산으로 가고 있다. ‘탈(脫)진영.’ 그것이 윤 대통령의 정치적 자산이자, 국민이 그를 최고 권력에 세운 이유다. 필자는 대통령의 탈진영 의지가 여전히 굳건하고, 강경한 가짜뉴스 비판 입장 역시 진영화된 언론의 악의적 행태에 대한 문제의식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이 같은 대통령의 의지는 왜곡되고 있다.

집권 2년차, 진영권력이 공적 미디어 영역을 초토화하고 비판언론을 공격하는 사태가 이어졌다. 대통령이 국익과 직결된 외교, 안보, 경제 영역에 집중하며 혁혁한 성과를 올리는 동안, 컨트롤 타워가 제대로 세워지지 못한 미디어 영역에서, 진영논리에 사로잡힌 구태 인사들이 대통령의 의지를 참칭하며 호가호위(狐假虎威)하듯 자행한 일이다. SNU팩트체크에 대한 공격도 같은 선상에 있다. 대통령의 지지율을 잠식하는 주원인이다.

산천을 떨게 하는 호랑이처럼, 이 같은 여권 내 진영의 적폐를 바로 잡을 윤석열표 개혁의 시간이 왔다. 정치적 수습기간은 끝났고 역량은 무르익었다. 그것이 윤 대통령다운 모습이다. 그것이 위선적인 진보진영을 넘어서는 정도(正道)다. 국민의 환호와 갈채가 함께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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