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안전부 관계자들이 10월9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행정안전부, 인사혁신처,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등의 국정감사를 하루 앞두고 막바지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행정안전부 관계자들이 10월9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행정안전부, 인사혁신처,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등의 국정감사를 하루 앞두고 막바지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정감사가 시작됐다. 의원실 발 뉴스가 쏟아진다. 300개 의원실이 하루에 5개만 국감자료를 내놓아도 매일 1500개 정도의 뉴스가 나온다. 기자들은 매일 수백개가 넘는 의원실발 보도자료를 받는다. 이 많은 보도자료를 다 클릭하기도 어려울 지경이다. 이렇게 뉴스 홍수 속에서 어떤 자료를 기사화 하고, 어떤 자료를 읽을지 고민이 든다. 이에 ‘국감 자료 길라잡이’를 제안해 본다.

첫째, 지나치게 자극적인 단어가 나오는 국감자료는 무시하자. 김승수 의원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시절 도서보급지원사업을 통해 배포된 책에  동성애, 성경험 관련된 책이 있다는 지적이다. 특별한 정책적 대안 없이 그냥 클릭 수를 노리는 언론과 언론에 이름을 알리고자 하는 의원의 ‘콜라보레이션’ 말고는 정치적 의미는 없다. 아니, 어쩌면 문재인 정부와 동성애를 연결하고자 하는 깊은 정치적 뜻이 있을 수도 있겠다. 그리고 의원실 보좌진은 보도자료를 공식적으로 풀지 않고 친분이 있는 기자에게만 슬쩍 찔러줄 수 있다. 그럼, 단독은 단독이지만 ‘시간차 단독’에 불과하다. 굳이 시간차 단독을 [단독]이라고 달 필요가 있을지도 생각해 볼 거리다.

▲ '국정감사' 관련 기사 검색 갈무리
▲ '국정감사' 관련 기사 검색 갈무리

둘째, 인과관계는 물론 상관관계가 의심스러운 자료는 피하자. 홍석준 의원에 따르면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에 오히려 산업재해가 증가했다고 한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중대재해법 시행이 산업재해를 증가시키는 효과는 있을 수는 없다. 22년 시행 첫해 중대재해법이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아직 산업재해 감소효과가 부족할 수는 있다. 중대재해법이 정착되고 확대된 이후에 보다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 홍석준 의원은 21년보다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22년도 산업재해가 증가했다고 한다. 그러나 21년도 산업재해는 13.2% 증가했으나 22년도 산업재해는 6.2%에 그쳤다. 물론, 이를 “중대재해법 때문에 산업재해 증가율이 둔화되었다.”고 평가하는 것도 섣부르다.

다만, 똑같은 자료를 가지고 22년 산업재해가 증가했다고 말할 수도 있고, 증가율이 감소했다고 말할 수도 있다는 사실은 주의해야 한다. 의원실에서 국감자료를 만드는 손쉬운 방법이 있다. 숫자를 빼보고 원하는 숫자가 나오지 않으면 나눠본다. 연도를 바꿔가면서 빼거나 나눠보면 언젠가는 원하는 논리가 나오기 마련이다. 그러나 우연히 원하는 숫자가 나왔다고 바로 인과관계나 상관관계가 있는 것처럼 말하면 안된다. 제도 도입 첫해 실적으로 산재 증가율이 둔화되는 긍정적 효과가 나왔다고 말해도 잘못이고, 산재가 늘었다고 말해도 어색하다.

▲ '국정감사' 관련 기사 검색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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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통계 모수를 잘 확인하자. 청소년 고용 사업장 88%가 노동법 위반했다는 우원식 의원발 자료도 오해의 소지가 있다. 기사를 읽어보면 고용노동부가 점검한 업체 중, 청소년을 고용한 업체의 불법행위가 88%라는 얘기다. 그런데 고용노동부는 모든 업체를 랜덤하게 점검하는 것은 아니다. 법 위반 소지가 있는 업체를 점검했고 점검한 업체 중, 88%에서 법 위반 사례가 나왔다고 해석하는 것이 맞다. 통계의 모수를 잘못 해석한 국감자료는 제대로 해석해야 한다.

▲ '국정감사' 관련 기사 검색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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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수없이 쏟아지는 뉴스 속에서 모순되는 부분을 찾아야 한다. 예를 들어 지난 10월 초 고유가로 유류세 인하가 연장된다는 기사와 유가 하락세 전환이라는 기사가 동시에 보인다. 추경호 부총리가 고유가로 유류세를 연장한다고 발표한다면 정말 고유가가 지속되고 있는지 따져 물어야 한다. 유가하락세 전환을 전하는 기사를 보면 연중 고점에서 열흘동안 10%가 빠졌다고 한다. 모순은 유가만이 아니다. 재정건전성을 항상 강조하는 추경호 부총리의 정책과 유류세 인하 연장 사이에 모순관계가 존재한다. 모순되는 정보를 보면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 유류세 인하를 연장했을 때 어느 정도의 세수결손이 추가로 발생하는지도 의문을 가져야 한다.

근본적으로 왜 국감을 지금 이시점에 하는지를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9월1일에 정기국회가 열린다. 9월 정기국회를 제외하고는 모두 임시회다. 정기국회는 예산국회라고도 한다. 내년도 예산을 심의하고 확정하기 때문이다. 9월1일 정기회가 시작된 다음날인 9월2까지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그런데 예산국회가 열려도 예산안 심의는 11월이 거의다 되어야 시작한다. 예산안 심의에 앞서 10월달에 국감을 끝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회는 9월2일까지 내년도 예산안을 받지만 거의 두 달동안 묵혀두었다가 11월부터 예산안 심의를 시작하곤 한다. 그러니 항상 예산안 심의 시간이 부족하다. 그럼, 아예 국감을 6월이나 8월 임시회에 하는 것은 어떨까? 아니면 그냥 상시국감을 하는 방법도 있다. 어차피 국회는 365일 정부에 자료를 요청할 수 있다. 국감기간이라고 특별히 못받는 자료를 받는 것도 아니다. 하루에 천개가 넘는 보도자료를 홍수처럼 쏟아내느랴 예산안 심의를 못하는 것 보다는 365일 상시적으로 정부를 감시하는 상시국감을 진지하게 생각해 볼필요가 있어 보인다. 

▲ '국정감사' 관련 기사 검색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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