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정상은 8월18일(현지시간)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합의 내용을 문서화 한 ‘캠프 데이비드 정신(The Spirit of Camp David)’, ‘캠프 데이비드 원칙(Camp David Principles)’, ‘3자 협의에 대한 공약(Commitment to Consult)’ 등 3건을 채택했다(연합뉴스 203년 8월18일).

윤석열 대통령, 바이든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등 한미일 3국 정상은 회의에서 ‘정신’, ‘원칙’ 등의 두 문건을 통해 3국 협력을 제도화하기 위한 회의 정례화와 협의체 신설 등의 장치를 만들기로 하고 ①한미일 정상회의를 최소 연 1회 이상 열고, ②외교장관과 국방장관, 상무·산업장관, 국가안보실장 간 협의 등도 실시키로 했다.

이어 3국의 공동 위협에 대한 공조 방안을 담은 ‘3자 협의에 대한 공약(Commitment to Consult)’을 채택,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포함해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 등의 위협 또는 위기가 발생할 경우 3국은 협의하고 대응 방안 마련에 나서는 등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8월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8월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안보 관련 ‘공약’은 미국 기득권 인정해 향후 미국 주도 보장

채택된 문건 가운데 가장 주목되는 ‘공약’은 한미일 간 공동의 이익과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지역적 도전, 도발, 그리고 위협에 대한 대응을 조율하기 위해 신속하게 협의한다는 정치적 약속이다. 3국의 공동 이익·안보에 위협이 생기면 각국 대응을 조율하기 위해 신속히 협의하자는 약속이면서 어느 한 나라가 관여하는 분쟁이 생겼을 때, 공동 군사 대응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도 해석된다(KBS 2023년 8월19일).

이는 대만 해협 등에서 미중이 신경전을 벌이는 상황과 맞물려 주목되고 있지만, 만약 상황이 발생했을 때 앞으로 긴밀히 협의하자는 ‘정치적 약속’일 뿐 자동 군사 개입 ‘의무’가 있는 동맹 수준은 아니라는 식으로 정리했다. 문건에도 협의 약속은 의무가 아니고, 각국은 조치에 자유가 있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한미일 협력이 ‘지역 협의체’ 수준으로 격상된 만큼, 미국이 밝힌 속내는, 군사 공동 행보의 첫 걸음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공약’은 ‘한미 상호방위조약과 미일 상호협력 및 안전보장조약에서 비롯되는 공약들을 대체하거나 침해하지 않으며, 국제법 또는 국내법에 규정된 권리 또는 의무를 새롭게 만들지는 않는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 부분이 매우 주목된다. 3자 협의에 대한 ‘공약’에 위와 같은 조건을 달은 것은 한미 상호방위조약과 미일 상호협력 및 안전보장조약에서 미국이 보장받고 있는 기득권을 인정하고 향후 미국이 한국, 일본과의 관계에서 계속 주도권을 행사할 입지를 강화한 장치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약’은 한미상호방위조약으로 보장받는 미국 기득권 더 강화시킬 듯

3국 정상이 방점을 찍어 발표한 ‘공약’은 결과적으로 ‘한미 상호방위조약으로 보장된 미국의 한국에서의 군사적 기득권을 더 강화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미국의 한국에 대한 군사적 통제가 더 강화된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한국의 경우 군사적 주권을 미국이 행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대중국 전략에 한국이 들러리를 서게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특히 미국의 대외정책이 미국 우선주의에 치우쳐 있고 미국이 과거 베트남, 이라크 전쟁에서 가짜뉴스를 내세워 침략행위를 자행하거나 최근 차세대 먹거리 산업인 자동차 배터리, 반도체 등에서 자국 이익만 챙기고 동맹국 정부 도감청을 합법화 하는 것과 같은 행위를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미래에 대한 우려는 더 커진다.

미국에 한미상호방위조약 등 한미동맹에 의해 군사적으로 예속된 상태의 한국 정부의 입장에서 볼 때 훨씬 비관적인 전망이 나올 수 밖에 없다. 1953년 만들어진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해 한국의 군사적 주권은 미국에 넘겨진 채 한국은 미국에 군사적으로 예속된 상태다. 미국은 군사적으로 한국에 대해 갑이다. 그것도 슈퍼 갑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한미연합군의 작전계획은 5027, 5026, 5028, 5029, 5030 등이 있는데 이것들은 모두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의 존재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오늘날 지구촌 어디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불평등한 한미군사관계를 구체적으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미국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해 미군사력을 한반도에 배치할 권리(right)를 보장받으면서 SOFA, 주한미군 주둔비 협상에서 초법적인 특혜를 누리고 있다. △미국은 한국군에 대한 전시작전통제권을 장악하고 있으면서 한국군에 대한 이의 전환을 미적대고 있다. 미국은 미 대통령 결정 지침 25호(PDD-25)에 따라 해외 작전 참여 시 평화보다 국익을 우선하고 국익 최우선 아니면 언제든 군사동맹 이탈 가능하다는 점에서 언제든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도  있다.

△유엔사령부는 그 상위기관이 유엔 아닌 미국 정부이고 일본에 있는 ‘유엔사 후방기지’를 관장하면서 한반도 무력사태 발생 시 1950년과 유사한 다국적군의 한반도 투입에 대비하고 있다. 유엔사는 벌써부터 한미일 군사동맹의 실질적인 핵심 축이 되고 있고 최근에는 남북교류협력에 비우호적인 태도를 취했다.

△미국 대통령은 대북 선제 타격 전략을 미국 헌법 2조와 대통령의 ‘무력사용 권한(AUMF)’에 의해 자국민 보호 목적으로 발동할 수 있으며 이 때 한국과의 사전 협의 책무가 없다. △미국은 5027, 5029 등 대북 군사전략을 지난 수십 년간 계속 개발, 강화하고 있으며 이들 전략에는 핵무기 사용도 포함되어 있다. 한미군사훈련은 이들 미국의 대북 군사전략을 확인, 수정, 보완하는 과정이다. △미국은 전략적 유연성 전략에 따라 주한미군을 세계 여러 곳의 미군과 순환배치하면서 새로운 무기 등을 한반도에 배치고 있다. 미국은 우주군사령부도 신설해 한국 미군기지에 그 요원을 배치해 놓고 유사시에 대비하고 있다. --

이상과 같은 미국의 한반도 전략은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에 대비하는 치밀하고 강력한 수단을 배치 또는 준비해 놓은 것이라서 북미협상 때 이런 점이 대북 흥정카드로 활용되고 있다. 미국은 시간은 자기편이라며 ‘전략적 인내’를 앞세워 북한에게 무릎 꿇고 나오라는 식이고 한국 정부는 직간접적으로 미국에 협조하고 있는 형국이다. 한미동맹으로 미국과 거의 동일체가 되어 버린 남한은 한반도 사태에 대해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 뿐 아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거의 모든 분야에서의 교류협력에 합의했지만 2018년 미국 트럼프 정부가 한미 외교안보국방 분야의 고위 관리들이 참여하는 ‘한미워킹그룹’이라는 조직을 발족시켜 그 집행을 저지했다. 그 결과 문 정부는 남북간에 합의한 것에 대해 거의 이행치 못하고 미국의 무기만을 천문학적인 액수만큼 사들였고 북한은 개성공단에서 남북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했다.

이런 점을 상기할 때 이번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3국 협력을 제도화하기 위한 회의 정례화와 협의체 신설 등의 장치를 만들기로 하고 ①한미일 정상회의를 최소 연 1회 이상 열고, ②외교장관과 국방장관, 상무·산업장관, 국가안보실장 간 협의 등도 실시할 방침이라고 밝힌 것이 혹시 문재인 정부 시절의 ‘한미워킹그룹’의 부작용을 낳을까 걱정된다.

한미일의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접근 방안 제시

3국 정상들은 이번 회담에서 한미일의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접근법 조율과 새로운 협력 분야 발굴을 위해 차관보·국장급의 ‘인도태평양 대화’를 출범해 정례적으로 회의를 열기로 했다. 안보 협력 분야에서는 올해 말까지 북한 미사일 경보정보의 실시간 공유체계를 가동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증강된 탄도미사일 방어 협력을 추진키로 했다.  또 3국의 조율된 역량과 협력 증진을 위해 3국 훈련을 연 단위로 실시한다는 데 합의했다.

3국의 군사훈련 정례화 합의는 과거 어느 정도 군사적 교류가 이뤄져 왔지만 이를 공식화하고 정례화 하는 것으로 특히 주목받고 있다. 이번 합의는 한일 두 나라가 수교 이후 현재까지 일본의 전쟁범죄 인정, 독도영유권 주장문제 등이 미해결인체 방치되어 있는 상황에서 이뤄진 것으로 한국 야당, 시민사회의 반발이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미일 정상은 대북 공조 방안에도 협력키로 합의,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 한반도 지지, 불법적인 대량살상무기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의 자금원으로 사용되는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에 대한 우려 표명,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 문제의 즉각적 해결 등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경제안보·첨단기술 분야에서는 ‘정보공유 확대와 잠재적 글로벌 공급망 교란에 대한 정책 공조 제고를 위한 조기경보시스템 시범사업 출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협상의 성공적 타결을 위한 한미일 3국간 공조 지속’과 함께 해외 정보조작 및 감시기술의 오용에 따른 위협 증가에 대한 대응 노력을 조율키로 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8월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의 로렐 로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미일 정상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 윤석열 대통령이 8월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의 로렐 로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미일 정상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이번 회담으로 미국 주도 대중 포위전략에 새로운 그물망 만든 격

이번 한미일 정상 회담은 미국이 중국에 대해 추진하는 전방위적 포위 전략의 일부인 오커스와 쿼드에 이어 한미일 3각 공조라는 새로운 그물망을 만든 것으로 비춰진다. 이로 인해 미국 주도의 북·중·러 포위망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보여 동북아 신냉전 수위 상승과 함께 역내 군사적 긴장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3국의 협력이 북한과 중국의 위협이라는 역내 안보 문제를 뛰어넘어 인도태평양 지역 전체의 안정과 번영에 진정으로 관여하겠다는 것으로 향후 그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이 한미일 정상회의라는 외교전에서 무엇을 주고받았으며 어떤 국익을 챙겼는지 확실치 않아 또 다른 미국 퍼주기 외교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미국과 일본은 중국 견제라는 실질적인 목표를 추구하고 있는데 한국의 경우 북한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강화할 뿐 한반도 비핵화, 평화통일이라는 궁극적 목표에 도움이 될 내용을 챙기지 뭇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한중 경제관계가 한미의 그것에 비해 비중이 큰 상황인데도 한국이 ‘3자 협의에 대한 공약’을 통해 ‘남중국해에서 중국에 의한 불법적 해상 영유권 주장을 뒷받침하는 위험하고 공격적인 행동과 관련해, 인도-태평양 수역에서의 어떤 일방적 현상변경 시도에도 강하게 반대한다’고 밝힌 것은 3국 정상회의의 가장 핵심적인 대목은 중국을 직접 자극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동안 남중국해에서의 해상 영유권 주장이나 타이완 문제 등에 대해서 미일 간 성명에서는 다소 언급이 있었지만 한미간 공동성명에서는 직접 언급된 적은 없었다.

이번 공동성명 성명에서 ‘중국’이란 단어는 한 번 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이번 회의의 초점이 중국에 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한미일 협력으로 지역 내의 도전에 공동 대응하고, 인도-태평양으로 영향력을 넓히겠다는 공약 역시 중국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은 이번 3국 정상회의가 실질적으로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한국, 일본의 동조를 비판하고 있어 중국의 한국 등에 대한 보복조치가 우려되고 있다. 한일 두 나라는 중국과 경제적 의존 관계를 맺고 있어 경제, 안보 두 분야에서 현상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미 대북 선제핵공격 등이 포함된 확장억제전략의 강화에 합의

한반도가 정전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그 정도가 한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더 심화됐다. 정전 70년이라는 세계사 최장의 기록 속에서 평화협정은 고사하고 남북 두 진영이 서로 재래식 무기는 물론 핵무기로 상대를 타격한다고 군사훈련을 하거나 으름장을 놓고 있다. 한반도 주변정세도 요동치고 있다. 미‧중 패권경쟁이 대만을 무대로 벌어지며 신냉전의 시작이 예고되고 일본이 전쟁수행국가로 탈바꿈하려 군비를 대폭 확장하려 한다. 동북아 전체의 군비경쟁이 가속화되면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한반도 상황은 핵전쟁을 걱정해야 할 수준으로 악화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핵무기 대량제조와 대남 타격 전략 추진을 밝히고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전술핵 배치나 자체 핵무기 개발, 북한 도발 시 최고 1천 배 응징 등을 언급했다.

남한은 북한의 핵 공격이 발생할 경우 미국의 핵우산 제공이 제대로 될 것인가에 대해 심각히 우려하면서 핵전쟁 시대의 동맹에 대한 의구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미국 정부나 언론도 한국의 핵무장 주장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대책을 강구하는 모습이다. 올 들어 첫 한미연합훈련이 실시된 뒤 북한은 날을 세운 성명을 발표하고 한미는 전략핵폭격기, 스텔스기로 무력시위를 벌이면서 대북 핵확장억제를 강화하는 방침을 다방면에 걸쳐 발표했다.

최근의 한반도 사태는 한민족 공멸 가능성이 내포된 것으로 단군 이래 최악의 민족분열과 대립상태라는 참혹하고 수치스런 모습이라 하겠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지난 한 해만을 주목하면 북한은 7차 핵실험 가능성 우려 속에 70여 차례의 미사일 발사로 긴장수위를 높였고 한‧미는 북한에 대한 선제핵공격 등이 포함된 확장억제전략의 강화에 합의했다. 북한의 무력시위 목적은 미국과 협상해서 체제보장과 제재해제를 달성하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평가절하 하면서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세계전략의 일부로 대처하겠다는 정책을 세워놓고 북한이 먼저 양보하고 나오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미국 세계 핵전략 NSS, NDS, NPR의 한 부분으로 북한핵 대처

현재의 한반도 사태를 야기한 원인은 그 분석 시점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여러 가지 내용이 거론될 수 있지만 한국과 미국 국방부가 지난해 11월3일(현지시간) 제54차 한미안보협의회(SCM) 뒤 발표한 합의문을 살펴보기로 한다. 한‧미는 이 합의문에서 ‘북한이 핵 공격을 할 경우 김정은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면서 ‘한반도에 미국 전술핵을 배치하지 않고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의 전략자산을 적시에 조율된 방식으로 한반도에 전개한다’는 등의 내용을 발표했다.

SCM이 공개한 한‧미의 대북 군사전략은 미국이 국가 안보 전체를 총괄하는 국가안보전략서(NSS)와 그 부속내용인 국방전략서(NDS), 핵태세검토보고서(NPR), 미사일방어검토보고서(MDR) 등에 포함된 내용 속에서 조율된 것이다. 미국의 한반도 전략은 미국의 전체 안보전략의 한 부분이라는 원칙이 확인된 것으로 그 핵심 내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한국 정부가 미국을 못 믿겠다면 자체 핵무기 보유를 주장하게 된 근거가 무엇인지 드러나기 때문이다.

미국의 국가안보전략서(NSS)는, 미국의 전략경쟁은 중국과 러시아를 억제하는 것으로 이를 위해 3대 핵전력(nuclear Triad), 핵 지휘·통제·통신(3C), 핵무기 인프라 등을 현대화하고 동맹국에 대한 확장 억지를 강화하는 내용이다. 동시에 미국 현존 국방전략은 통합억제체제(integrated deterrence)가 포함되어 있다면서 주요한 내용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뉴스1 2022년 10월28일 외신 등 종합).

-- 현재의 미중 전략경쟁은 민주주의 대 전제주의, 즉 체제 간 경쟁이며, 중국은 국제질서를 재편할 능력과 의지가 있는 유일한 경쟁자로 향후 10년은 미중 경쟁에서 매우 중요한 기간이 될 것이다. 미국은 이를 위해 총력전을 전개할 것이다. 러시아는 국제평화와 안정에 즉각적이고 지속적인 위협이 되고 있으며 향후 신 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 등을 추진해 새로운 안보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미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진전을 만들기 위한 북한과의 지속적인 외교를 추진할 것이며, 동시에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와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확장억지력을 강화할 것이다. --

NSS는 장문의 내용으로 되어 있지만 한반도 관련해서는 단 한 문장으로 발표했다는 점은 미국의 한반도를 어떤 시각에서 보고 있는지를 짐작케 한다. 미국이 당면한 최대의 적은 중국과 러시아라는 것으로 한반도는 우선순위에서 뒤지고 대책도 그에 상응한다는 의미도 함축하는바 한국 정부를 이를 예의 주시한 것이다.

NSS가 발표된 뒤 나온 국방전략서(NDS)에 대해 미 국방부는 중국을 미래의 가장 개연성 있는 ‘전략적 경쟁자’, 러시아는 '당장의 위협'으로 각각 지목하고 북한에 대해선 이란을 비롯해 국제 테러단체 등과 함께 기타 ‘상존하는 위협’으로 분류하면서 “NDS의 핵심은 중국에 대한 억지력을 강화하고 유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NDS는 또한 “북한이 미국 본토 및 해외 주둔 미군, 한국과 일본을 위협하기 위해 핵과 미사일 능력을 확장하고 있다”며 “북한은 한‧미 및 미‧일 동맹을 이간하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는 핵태세검토보고서(NPR)에서 ‘김정은 북한 정권이 핵무기를 사용하고 살아남을 수는 있는 시나리오는 없다. 북한이 미국이나 동맹국, 파트너에게 핵 공격을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고 정권의 종말로 귀결될 것’이라고 밝혔다(연합뉴스 2022년 10월29일).

이상과 같은 NSS, NDS, NPR의 핵심 내용에 따르면 북한은 미국의 세계전략에서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것으로 자리매김 되었다. 이른바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했던 전략적 인내를 더 강화된 형태로 계속 추진할 가능성과 함께 미국은 북한이 향후 핵실험을 하더라도 큰 이슈로 삼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됐다.

미국의 향후 대북정책은 미국이 중국, 러시아와 힘겨루기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좌우될 수도 있는데 그럴 경우 북한의 한‧미에 대한 적대감 표시가 강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북한은 핵무기 보유와 그 사용에 대해 헌법과 일반법에도 명기했다는 점에서, 또한 과거 핵보유국이었던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략을 받는 것을 목격한 이상 현재와 같은 핵전략을 쉽게 포기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한미 SCM ‘북한 정권 종말’ 발표 뒤 북 ‘대남 핵공격 전략’ 발표

한‧미는 NSS, NDS, NPR가 공개된 이후 북한 핵무기 사용을 가정해 미국의 전략, 전술 핵무기의 대북 사용을 의미하는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TTX)을 2022년 11월 합의한 것으로 나타났다(자유아시아방송(RFA) 2023년 1월4일). 한‧미 국방장관은 2022년 11월3일 제54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북한의 핵전략과 능력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북한의 핵사용 시나리오를 상정한 확정억제수단운용연습(TTX)을 연례적으로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11월13일 캄보디아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 사용 등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해 효과적이고 조율된 대응 계획에 대해 언급했다. 이에 따라 미국과 한국은 궁극적으로 북한의 핵무기 사용을 포함한 다양한 가상 상황에 공동대응을 개발할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TTX)을 포함한 확장억제 강화를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한‧미는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을 통해 한반도 갈등이 시작되면 핵무기를 사용할지, 아니면 북한의 핵공격을 받은 후에 사용할지 여부 등이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핵무기 사용을 가정한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당시에는 없었는데 그것은 미국이 관심이 없어서라기보다 당시 한국 측에서 이런 논의 자체가 북한을 적대시할 수 있다며 거부했기 때문이라고 미 전직 고위관리가 말했다.

그 후 북한은 남측을 ‘명백한 적’으로 규정하며 핵 위협 수위를 높이면서 2022년 본격화한 강대강 대결 의지를 재확인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말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공개한 ‘2023년도 핵무력 및 국방발전의 변혁적 전략’을 통해 남측을 겨냥한 핵무기 전력 강화가 올해 국방전략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 지난해 12월27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2023년도 국방력 강화를 위한 새로운 핵심목표를 제시했다고 조선중앙TV가 12월28일 보도했다. ⓒ 연합뉴스
▲ 지난해 12월27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2023년도 국방력 강화를 위한 새로운 핵심목표를 제시했다고 조선중앙TV가 12월28일 보도했다. ⓒ 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전원회의 보고에서 “남조선괴뢰들이 의심할 바 없는 우리의 명백한 적으로 다가선 현 상황은 전술핵무기 다량 생산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부각시켜주고 나라의 핵탄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일 밝혔다(연합뉴스 2023년 1월1일).

북측의 대남 핵위협이 발표된 뒤 남측은 확장억제라는 미국의 핵우산 제공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 공격을 자초하는 식의 대북 핵 공격을 할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을 표하는 상황이 전개됐다. 미국 정치권, 학계에서는 남한의 핵 자체 개발 계획 등에 큰 관심을 보였지만 미국 정부는 핵우산 제공 속의 한국 자체 핵개발 불가라는 견해를 확인했다. 미국정부는 지난해 한미안보협의회(SCM) 발표 내용을 반복하면서도 미국 핵항공모함의 한반도 상시배치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부산에 미 해군기지를 만드는 방안 추가를 검토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VOA 2023년 1월17일).

2023년 들어 수차례 미국의 3대 핵전략 자산의 일부인 전략핵폭격기. 핵잠수함과 항공모함이 잇따라 한국에 진입한 것은 미국이 2022년 만든 세계 핵전략의 일환이면서 북한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한층 강화시킨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한국정부의 요구에 의해 미국의 한국에 대한 핵우산 제공 시스템을 강화하는 핵협의그룹(NCG)을 발족시킨 것도 미국의 세계 핵전략의 틀 안에서 추진되는 대북 압박의 일부로 해석될 수 있다.

미국, 북한 정권 종말 경고와 북의 대남 핵공격 맞대응

미국의 대북정책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전제로, 대북 핵우산 제공을 강화한다는 것이지만 북한의 대남 핵공격 전략이 강조되면서 한‧일 두 나라는 발등의 불로 인식하고 그 대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미국의 대북 핵전략이 북한의 남한에 대한 핵공격 가능성을 방지하기 불충분하다는 입장이고 대통령이 직접 핵전쟁 대비를 지시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한‧미와 북한이 주고받는 식의 강대강 대응이 반복되면서 결국 남북한 최고 지도자들이 통일의 대상인 상대방에 대해 핵 공격을 공언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한반도에서 대치하는 한‧미와 북한의 재래식 및 핵 무력을 살피면 전면 전쟁과 같은 비극이 발생할 경우 한민족의 공멸에 그치지 않고 동북아는 물론 세계 규모의 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남북한은 같은 민족끼리 서로 죽이고 죽자고 지구촌을 행해 선언하는 모습으로 비춰지고 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오늘날 대북정책에서 전쟁을 가상하는 것은 미 국익을 챙기는데 도움이 된다는 차원이 우선이고 한민족이 전멸할 가능성 등은 두 번, 세 번째 고려사항 일 뿐이다. 여기서 잠시 발상의 전환을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 즉 북한 핵에 대해 미국이 주도하는 방식만이 유일무이한 것이냐 하는 것이다.

미국은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는 원칙에서 대북정책을 수립, 집행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미국에게 한국이 미국익보다 우선할 수는 절대 없다. 구한말부터의 한미관계에 대한 총체적 점검을 해볼 때 확인되는 것은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 목표 최우선 순위는 미 국익을 챙기기 위한 것이었다. 과거에만 그러고 오늘날에는 그렇지 않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오늘날 미 국익우선 정책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가 하는 것은 천하가 다 알고 있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 20세기 초 미국정부는 일본의 한반도 강점을 측면 지원했고 한민족의 독립운동에 한 번도 적극적으로 도와주지 않았다. 해방이후 미군정의 남한 정책은 소련에 대항해 미 국익을 챙기려는 목적이었고 미국은 이승만이 미 국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자 제거계획까지 세웠다. 미국은 박정희, 전두환의 군사쿠데타를 승인 지원했고 광주항쟁에서도 미 국익을 위해 전두환의 양민학살을 허가했다.

한반도 근현대사에서 확인되는 미국 위상을 고려할 때 남한 정치권은 한반도 비핵화, 남북관계에서 전쟁은 필수 사항인가, 아니면 선택 가능한 것인가를 따져야 한다. 전쟁 회피, 평화증진 방안이 무엇인지 따져야 한다. 미국의 대북 정책을 고스란히 남한 것으로 받아드릴 뿐 그 이후는 무뇌아처럼 구는 태도는 버려야 한다. 한국민에 최대한 봉사하는 최상의 대북정책이 무엇인지 머리를 짜내야 한다.

전쟁은 정치의 연장이라는 점에 주목할 때 남한 정치권의 최우선 과제는 전쟁을 방지하고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이다. 물론 대북 군비강화를 추진하는 것이 전쟁 방지의 한 수단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필요하지만 충분치 않다. 전쟁을 대체하기 위한 수단을 강구해야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은 대화와 협상이다. 대화의 시도는 상대가 대화 제의를 접수할 수 밖에 없는 그런 것이어야 한다. 단순히 심리전, 선전전 차원이나 유권자를 의식한 말잔치여서는 안 된다.

한국 정치권이 전쟁이 아닌 평화를 정착시킬 방안에 침묵하는 것은 그 문제가 심각하다. 정치는 군과 다르다. 군은 전쟁을 막고 전쟁이 발생하면 승리를 하는 것을 그 존재의의로 삼고 있다. 정치는 당연히 군보다 우위에 있어야 한다. 정치는 전쟁을 선포할 수 있지만 전쟁을 방지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책무가 있다. 정치 최고 지도자가 군사령관과 같은 말만 하면 곤란하다.

미국은 한반도전쟁에 대한 대비책으로 한‧미‧일 군사관계 긴밀화를 추진하고, 중국을 봉쇄하기 위해 미국, 인도, 일본, 호주 등 4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비공식 안보회의체 쿼드(Quad) 참여 등에 한국이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는 한‧일 관계의 쟁점인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 굴욕적인 태도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가슴에 못을 박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한‧미‧일 군사관계를 증진시키기 위한 걸림돌 제거하기 위한 조치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민낯을 살펴야 한다. 일본은 전쟁범죄를 인정치 않고 있고 독도가 제 나라 땅이라고 주장하면서 자라나는 일본 청소년을 교육시키고 있다. 미래의 한일전쟁의 씨앗을 키우는 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가 전쟁을 앞세울 때는 상대를 겁박하는 심리전 차원의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국내외 여론 등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전쟁 위기가 높아지면 우발적 충돌도 걱정해야 하고 외국 투자와 상담이 줄어들고 국내적으로도 민심이 동요하게 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정치는 전쟁을 말할 때 전쟁 이후의 상황을 고려하는 태도를 생략해서는 안 된다. 남북한이 박정희 시대 이후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공동번영, 평화통일의 청사진을 만들어왔다는 점을 정치권은 항상 기억해야 한다.

정치, 남북 대립갈등 충돌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반도 사태의 악화 원인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와 해결방안 만들기에 정치는 주력해야 한다. 미‧중, 미‧러가 그렇듯이 갈등을 하면서도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갈등을 관리하는 태도를 항상 잊지 않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지피지기를 통해 문제의 핵심을 파악해서 위기를 관리하고 전쟁 가능성이 제기될 때 전쟁 이후에 대한 상상력을 발휘해서 평화의 중요성을 강조해야 한다.

한반도 관련국의 국력을 살피면 어림잡아 북한보다 미국은 600배, 남한은 40배가 된다. 세계 최빈국에 속하는 북한이 한‧미에 대항해 비대칭무기인 핵무기에 매달리고 있는데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발생하면 남북한 주민들이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어야 한다.

한국은 한반도 사태 해결을 위해 현재의 한미동맹을 강조만 할 것이 아니라 그 불평등, 불합리한 요인이 무엇인지 깊이 살펴야 할 때다. 기존의 한미동맹만을 맹종할 때 한국의 자주적 역할 가능성이 무화되고 미국의 대북정책에 묻히는 것이 아닌가 따져보아야 한다.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해야 할 작업이 70년 동안 미뤄진 이유를 깊이 성찰할 때 그 해법이 보일 가능성이 크다.

남북관계는 2018년 두 번의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수많은 내용의 일부만 실천되었다면 오늘날과 같은 대립, 대치 상황은 예방 가능했을 것이라고 상상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러지 못했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에 대한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쿼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남북교류협력관계 활성화를 저지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는 또한 주한미군철수, 주한미군방위비 분담금 5배 인상안으로 남한을 압박했는데 이에 대한 진실 규명이 필요하고 문재인 대통령도 침묵해서는 안 된다. 향후 남북정상회담이나 남북협상이 가능키 위해서 그것은 절대 생략할 수 없다.

최근 동북아 군사정세는 관련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군사력 증강과 상대진영에 대한 적대감을 증폭시키는 조치를 취하면서 세계 최대 화약고의 하나가 되고 있다.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5년 이후 일본은 군사 강국으로 부상하게 되면서 동북아 군사정세는 더욱 가팔라질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한반도 군사적 대치상태와 민족 공멸의 위기가 더욱 심화될 개연성이 크다.

지금이 늦었지만, 그런 비극을 막기 위한 조치를 강구할 때다. 그러나 아쉽게도 국내 여야 정치권 어디에서도 남북대화의 물꼬를 트거나 협상 타협할 필요성을 내세우지 않는다. 진정한 정치가 실종된 것이 걱정스럽다.

▲2018년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모습. ⓒ 청와대
▲2018년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모습. ⓒ 청와대

남한이 군사, 남북교류 계속 미국 통제 받는다?-한미동맹 정상화 작업 서둘러야

남북교류는 평화를 위해 필요하다할 것인 바 남북협력사업도 남한 자주적으로 하기 어렵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즉 유엔사의 통제역할을 확인해야 한다. 유엔사와 한국 국방부가 2010년 10월3일 체결한 “DMZ 통과 남북철도·도로 연결 관련 합의각서”는 유엔사가 관할권(Jurisdiction Authority)을 지속 행사하게 되어 있다.

유엔사는 미국 정부의 하부기구라는 점에서 미국은 남북한 교류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이뿐 아니고 한미상호방위조약 4조에 의해 미군사력을 남한에 배치할 권리(right)를 행사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미국 자국 영토처럼 남한에 군사력을 배치할 수 있는데 1950년대 말부터 미국 핵무기를 다량 남한에 배치해 소련과 중국을 겨냥한 것부터 4조의 혜택에 따른 것이다.

북한이 한반도 핵문제는 북‧미 간 문제라고 했다가 최근 남한을 핵 공격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하고 남한을 공식적으로 ‘대한민국’으로 호칭하는 것은 과거의 북한 태도와 차이가 있다. 이는 여러 각도에서 해석할 수 있지만 그 가운데 하나는 현재 상태에서 남북한 관계 추진이나 개선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북한이 남한을 핵공격 한다는 방식을 선택하는 것을 볼 때 한반도 사태의 심각성에 대한 깊은 고민이 있어야 할 것이다. 남북한 간의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은 한민족이 단군 이래 당면한 최악의 상황이라 하겠다.

남북한 관계와 함께 우려되는 것은 동북아의 미래도 미‧중 간 패권경쟁으로 신냉전이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는 사실이다. 특히 중국이 건국 100 주년인 2047년까지 세계 최강 국가를 건설하겠다고 선언한 상황으로 향후 미국과 경제, 군사 등 주요 분야에서 지속적인 힘겨루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국은 현재와 같은 추세로 지속적인 발전을 꾀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한미동맹에 대처하는 전략적 완충지대 역할을 담당하는 것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고 있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압록강, 두만강 1400여 km가 중국과 한미연합군이 군사적으로 대치하는 국경선으로 변화하면 동북 3성의 정상적인 발전이 물 건너 갈 것이라고 중국은 우려하고 있다. 중국은 그런 상황 발생을 묵과치 않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이 경제적으로 어렵다고 해도 그로 인한 최악의 상황을 중국이 방치하지 않는 지원을 계속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오늘날 한국이 미‧중 두 나라와 맺고 있는 긴밀한 관계는 신냉전이 도래할 가능성이 큰 미래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그에 따라 한국은 군사, 경제 안보정책 추진에서 어느 한 편을 든다는 식의 선택이 아닌 상황을 적극 관리할 수 있는 입지를 확보해야 한다. 그것을 지금 서둘러야 한다. 미‧중 간 갈등과 감정의 벽이 더 높아지면 곤란하다. 이런 차원에서 한미동맹의 실상을 살피면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 한국이 자주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여지가 매우 궁색하다는 결론을 피하기 어렵다.

2차 대전 종전이후 미군정이래의 미국이 슈퍼 갑, 한국이 을인 한미관계를 21세기에도 고집하거나 그에 안주하려는 것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을 해야 한다. 최근 미국이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을 둘러싸고 벌이고 있는 국익우선주의는 그 배타적인 성향이 더욱 심화, 노골화되고 있다. 현존 한미동맹 또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고민해야 할 만큼 미국의 이익에 주로 기여할 뿐 한국 또는 한반도 전체의 이익은 후순위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한미가 상호 윈윈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기존의 한미동맹은 주한미군사령관이 유엔과 한미연합사의 사령관을 겸직하는 것처럼 미국이 주도면밀하게 미국의 군사적 이익을 챙기는 구조다. 한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작업만 해도 미국이 마치 상전처럼, 세계 6위의 한국군을 테스트해서 합격해야 가능하다는 형식을 취하고 있어 언제 성사될지 알 수 없을 정도다.

한미군사동맹이 장기화되고 주한미군 사령관 지휘체제가 지속되면서 한국군 군장비의 현대화가 지체되고 있는 점도 심각하다. 주한미군이 핵심적 부분을 거의 전담하면서 한국군은 그 보조역할에 그치는 경향이 심해 자주국방에 역행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한미동맹 전체 시스템은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미국의 기득권을 철저히 보장하면서 한국의 입장을 수동적으로 만들고 있는데 그 가운데 가장 손쉽게 정상화할 수 있는 것이 한미상호방위조약이다. 이 조약은 6조에 따라 조약폐기를 선언하면 1년 뒤 자동 폐기된다. 한국은 합리적인 한미동맹의 구조변경을 통해 미국의 정상적인 동북아 정책 추진을 유도하는 역할을 하기 위해 6조 발동을 고민해야 한다.

한국이 미국에 군사적 주권을 내준 상태에서 미국이 동북아 정책을 수립하는 것은 미국이 세계 평화보다 미 국익에 편중되는 식의 심각한 오류를 범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미국이 유엔 헌장에 보장된 국가주권을 우선시하는 건전한 가치관을 가지고 외교정책을 하도록 한국이 미국에 심각하게 기울어있는 한미동맹을 정상화시키는 작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북한 핵 사용하면 김정은 정권 종말” 메시지에 대한 정치권의 책무

현재 한반도 당사자들은 상대를 겁박해서 주저앉히거나 항복이나 그에 가까운 결과를 얻어낼 수 있는가? 현재 그런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 이런 점을 전제로 할 때 지난해 70여 차례에 달하는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와 7차 핵실험 가능성이 주목받는 가운데 미국이 대북 핵전략으로 채택하고 한미 두 나라가 “북한 핵 사용하면 김정은 정권 종말”이라고 공언한 메시지가 주목된다.

이 메시지는 북한을 겁박해서 전쟁을 삼가거나 굴복하도록 만들기 위한 선전전의 하나로 해석할 수는 있다. 그러나 정치는 자국민을 상대로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상세히 정보를 제공하는 정치 서비스를 할 의무가 있다는 점에서 이 군사적 메시지에 함축되어 있는 중요한 사항 몇 가지에 대해 정치권은 답변을 해야 할 것이다.

첫째 ‘북한 핵 사용하면’이라는 표현에 대한 것이다. 미래에 대한 가정이기는 해도 북한이 핵을 사용할 정도의 한반도 상황이 되지 않도록 정부가 어떤 역할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나와야 한다. 이는 전쟁을 방지할 최선책의 하나가 평화정착이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즉 박정희 이래 문재인 대통령까지 남북공동선언이나 정상회담 등을 통해 남북 평화공존과 평화통일의 로드맵을 제시한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윤석열 정부가 북한이 핵사용을 하지 않거나 못하도록 만들 방법을 어떻게 강구하고 있는지 답해야 하고 야당은 이에 대해 물어야 할 것이다.

둘째, ‘김정은 정권 종말’이라는 메시지에 대해서도 정치권은 침묵해서는 안 된다. 김정은 정권 종말은 남북한 전면전쟁을 의미하고 결국 남한에서도 막대한 인명과 재산피해를 피할 수 없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핵무기 보유와 사용, 그리고 재래식 무기의 가동 등을 법률 등에 시스템화했다는 것을 공언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그리고 남북한 전면전에 대비해서 수도권 인구밀집과 관련한 전시대처 방안 등에 대해서도 국민을 안심시키는 조치가 무엇인지 정부는 국민에게 밝혀야 할 것이다.

셋째, 윤석열 정부가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처하기 위해 한미일 군사동맹 결성을 촉구하는 미국의 요구에 부응하듯 일제 강제징용 문제 등에 일본에게 국가의 위신을 실추시키고 피해자의 가슴에 못을 박는 저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는,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교과서를 만드는 조치를 취해 일본의 미래세대가 한반도 침략전쟁의 구실을 만드는 것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밝혀야 한다.

넷째, 이상과 같은 군사적인 측면에서의 질문을 상정할 때 수반되는 것이 2018년 남북정상회담이다. 2018년 남북정상은 평화정착을 가능케 하는 수많은 합의를 해서 평화통일의 전망을 밝게 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합의사항을 거의 외면한 채 정권교체가 되었다. 오늘날 남북관계가 가팔라진 원인의 하나가 문 정부의 약속 불이행인 바 이에 대해 문 전 대통령 등이 답변토록 언론은 질문해야 한다. 향후 남북정상회담이 가능하려면 2018년 사례에 대한 씻김굿과 같은 절차가 생략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섯째, 국가보안법에 대한 것이다 이 법은 북한 전역을 반정부세력권으로 규정해서 북한 주민 전체도 적대세력으로 분류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북한에 대해 동족이라는 점을 추호도 고려치 않는 태도를 보이는 배후는 법 대로라는 법치주의가 작동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헌법재판소가 국보법 2,7조에 대한 위헌여부 심의가 곧 종결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최근 간첩단 사건이 터지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동서이념대결은 수 십 년 전에 종식되고 21세기 정보화 사회에서 국민이 사상과 이념, 남북분단 해소 방안 등에 대해 자율적으로 판단할 여지를 원천봉쇄하는 국보법이 결과적으로 남한체제를 기형적으로 만들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정치권은 해답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남한에서 국보법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대통령뿐이라는 사실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정신에 정면 위배된다. 국민을 개돼지 취급하는 이 법이 존속되는 후진성에 대해서도 정치권은 당연히 입장을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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