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이 같은 민족인 상대에 대해 핵무기 사용을 위협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서로 반대 진영을 지원하기로 공언, 한반도가 미·중 패권 경쟁의 한 가운데 놓이면서 평화에서 더욱 멀어지고 있다. 북한과 러시아 정상회담에서 군사 협력 강화 의지를 확인했는데 이는 한미가 정상회담 등에서 러시아, 중국, 북한에 대한 비판과 제재 합의가 이뤄진 것에 대한 대응 조치로 비춰지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러시아는 북한의 인공위성 등 첨단 기술 발전을 돕겠다는 의사를 내비쳤고, 김 위원장은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으로 서방과 대립하고 있는 러시아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고 보도됐다(연합뉴스 2023년 9월14일).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월13일(현지시간)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4일 보도했다. ⓒ 연합뉴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월13일(현지시간)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4일 보도했다. ⓒ 연합뉴스

남북한  미·중 패권 경쟁 속으로 뛰어들면서 평화에서 더욱 멀어져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우크라 침공이후 서방진영의 제재로 궁지에 몰린 러시아와 핵과 미사일 문제로 수년째 전방위적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이 ‘더 잃을 것이 없는 상황에서 손을 잡았다’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북한은 러시아의 경제지원을 받는 대가로 러시아에 재래식 무기를 지원할 것으로 서방진영은 추정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13일 북·러의 전쟁물자 지원과 첨단 군사기술 협력 합의에 대해 “양국은 물론 모든 관련국에 불행을 초래할 뿐이다. 북러 정상이 만나도록 만든 일등 공신은 윤석열 대통령이다. 윤석열 정부의 이념 외교, 진영 외교가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적 협력을 초래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정상외교 석상에서 러시아를 공개적으로 자극하여, 러시아를 북한에 급속하게 경도되도록 만들었다. 한미일 군사협력을 통해 동북아의 위협에 공동 대응하겠다고 했지만, 오히려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다”고 주장했다(뷰스앤뉴스 2023년 9월13일).

윤석열 대통령은 집권이후 줄 곳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응키 위해 한미일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올인 하면서 미국의 세계 전략에 적극 호응해 대만 사태와 관련해 중국을, 우크라-러시아 전쟁에 대해 러시아를 겨냥한 날선 발언을 해왔다. 그는 지난 10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23억 달러(3조751억 원) 상당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은 이미 우크라에 대해 미국을 통해 우회적으로 무기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은 우크라이나를 위한 비밀 협의에 따라 미국에 포탄을 이전하고 있으며 미국은 이를 차례로 우크라이나에 보내도록 준비가 돼  포탄 수십만 발의 이송을 진행 중이라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5월 보도했다(연합뉴스 2023년 05월25일).

윤 대통령의 원맨쇼속의 국보법, 한반도 외세 등에 대한 공론화 필요

윤 대통령의 국내정치와 외교에서 이념, 가치라는 추상적 용어로 반대 세력을 공격하고 야당과의 대화도 외면하는 특이한 정치적 원맨쇼를 일삼는가 하면 유투브에서 극성을 부리던 뉴라이트 논객 등을 고위직으로 기용해 국민과 국론을 갈라치기하는 방식으로 정치를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강제 징용 문제 등에 대해 굴욕적 태도를 취하면서 북한 공세에 집중하고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강행 결정 등을 통한 빨갱이 논쟁과 친일파 몰이를 하고 있다 또한 정부 정책 비판세력에 대해 공산집단, 반국가세력 등으로 매도하는 해묵은 이념몰이를 앞세우는데 그것은 과거 군부독재가 국가보안법을 통치에 악용했던 모습과 흡사하다.

윤 대통령은 과거 여러 대통령들이 남북한 교류협력을 주장하며 전쟁 방지에 노력했던 것을 철저히 외면하면서 군사력 증강과 외교적 공세만을 앞세우는 대북정책을 고집해 한반도가 전쟁 직전의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윤 대통령의 기회만 있으면 강조하는 민주주의와 법치가 망가지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지만 공영언론을 포함한 전체 언론에 대한 탄압적 공세로 언론도 막힌 상태다. 한국이 21세기 정보강국으로 손꼽히지만 정작 내부 소통이 비정상으로 치닫고 있다.

지금의 상황을 볼 때 한반도에서 전쟁을 방지하고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며 더 늦기 전에 정치권과 언론, 학계가 나서서 해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런 당위성에 비춰 볼 때 만약 국보법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래서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해 여러 견해가 펼쳐지고 다양한 해법이 자유롭게 펼쳐진다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된다.

남북한의 평화통일 노력을 저해하는 국보법의 폐해, 한반도 관련 당사국 모두의 입장과 잘잘못에 대해 툭 터놓고 까발리면서 견해를 좁히는 노력이 시급하다. 더 늦출 수 없는 긴박한 상황이다. 국보법에 익숙한 시각에서 보면 이는 혼란스럽고 위험하다는 견해도 나오겠지만 집단 지성을 통해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결론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기존의 한미 동맹관계, 남북관계 등에 대해 여러 주장의 제시를 통해 합리적 해법이 도출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할 것이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월12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만나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악수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월12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만나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악수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국보법과 한미동맹의 문제점

국보법은 1948년, 일제 강압 해방과 남북한 별도 정부 수립이라는 특수상황에서 무리한 논리로 급조한, 그래서 오늘날 국제적으로 많은 지탄과 비판을 받는 악법으로 분류되어 있다. 이런 국보법이 21세기에도 통용되고 있는 것은 지극히 비합리적, 비생산적이다.

70여년 전 미소간 냉전이 벌어지는 시점에서 이승만이 만든 국가보안법은 2023년 8월 현재 정치권과 언론의 철저한 외면 속에 그 개폐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이 법은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봉쇄하면서 북한 지역 전체 소속 원을 반국가단체 구성원으로 지목해 혈육 간에도 소통, 교통하지 못하게 만든 반인륜적 악법이다. 산천이 일곱 번이 넘게 변화하는 시간이 흘렀는데도 이 법을 고집하는 것은 가장 심각한 적폐라 할 것이다.

지금 남한은 경제력 세계 10위권 군사력은 6위권으로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국보법이 없어져야 한다. 오늘날 한국 경제 등이 정체상태에 빠지고 사회가 극도로 혼란한 원인의 하나는 국보법의 폐해가 누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한미동맹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을 핵심 축으로 삼고 여타 합의(당사국을 구속하는 협약·협정·약정·결정서·의정서·선언·규정·규약·헌장·합의의사록·각서·교환공문·잠정협정·공동선언 등)가 그물망처럼 얽힌 관계로 수직적, 예속적인 한미관계를 구조화시켜 놓고 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이 맺어진 이후 미국 핵무기나 사드 등 미국의 군사력을 한국에 배치할 때 미국이 실효적인 사전 협의를 한국 정부와 하지 않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 조약으로 주한미군 기지는 치외법권적 특혜를 보장받고 한국 공권력이 미치지 못한다. 동시에 미국이 원하는 무기를 한국에 들여올 때 권리를 행사하는 식이고, 본토에서 주둔하는 것보다 엄청나게 저렴한 비용으로 군대를 유지할 수 있다. 평택미군기지 시설이 세계 최고, 최대인 것도 이 조약에 근거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미국 행정부나 의회에서 한미동맹을 최상의 동맹으로 추켜세우는 이유가 여기에 일부 있다.

미국이 대북 전면전 수행 가능성을 대북 정책의 한 카드로 비축하고 있는 것도 현재의 한미동맹이 그것을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북공격 확정시 그에 필요한 무기와 탄약비축, 수십만 명에 달하는 미군사력 주둔, 해군력의 배치와 그 발진기지 등이 필요한데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해 이런 것들이 보장된다.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얽힌 한미동맹 -한국, 미국에 군사주권 내줘

한국은 한미상화방위조약 등에 의해 군사적 주권을 미국에 상당부분 넘겨준 상태다. 남한은 군사동맹이라는 이름으로 미국에게 엄청난 군사적 특권을 제공하면서 말이 좋아 군사동맹이지 사실상 미국의 한반도, 동북아 전략에 예속된 상태로 보아야 한다.

1953년 만들어진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해 한국의 군사적 주권은 미국에 넘겨진 채 한국은 미국에 군사적으로 예속된 상태다. 미국은 군사적으로 한국에 대해 갑이다. 그것도 슈퍼 갑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해 미군을 한국에 배치하는 것을 권리(right)로 인정받으면서 SOFA로 주한미군 부대의 시설과 토지를, 방위비분담협정으로 주한미군 방위비를 한국이 부담토록 하고 있다. 더욱이 한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을 주한미군이 장악하고 있다.

주한미군의 철수 여부에 대한 권한은 미 대통령에게 있어서 카터, 트럼프 등은 정치적 필요에 의해 주한미군 철수를 시도했다가 중단했다. 미국 조야의 보수 세력은 주한미군이 미국의 동북아 전략 추진에 핵심적 요소라는 점을 주목하면서 주한미군 철수는 물론 감축에 결사반대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 결과 도널트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2019년 국방수권법에는 주한미군을 2만2000명 아래로 감축할 경우 미 의회의 승인을 받도록 제한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미국의소리방송 2019년 8월14일).

미국이 한반도 전쟁 가능성을 일상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현재의 한미동맹, 즉 주한미군이 그 전략적 역할을 담당하면서이 미국의 그런 행동 가능성을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고 이는 미국의 비합리적인 대북 정책이 남발되는 주요인이기도 하다.

미국이 주도하는 한미연합군의 작전계획은 5027, 5026, 5028, 5029, 5030 등이 있는데 이것들은 모두 주한미군의 존재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것이고 트럼프 등의 북한에 대한 무력공격 위협이 항시적으로 취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반도에서 대 지각 변동이 발생하는 조짐이 보였던 상황에서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 공갈이 그치지 않는 비정상적 현상의 뿌리인 한미동맹관계를 시급히 정상화해야 할 이유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차지철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의  불평등이 심각하다면 폐기를 주장하는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는데 21세기 들어 이 조약은 미국에 너무 심각하게 기울어진 군사동맹이라는 점은 더욱 분명해 지고 있다(폴리뉴스  2022년 06월24일).

오늘날 지구촌 어디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불평등한 한미군사관계를 구체적으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미국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해 미군사력을 한반도에 배치할 권리(right)를 보장받으면서 SOFA, 주한미군 주둔비 협상에서 초법적인 특혜를 누리고 있다. △미국은 한국군에 대한 전시작전통제권을 장악하고 있으면서 한국군에 대한 이의 전환을 미적대고 있다. 미국은 미 대통령 결정 지침 25호(PDD-25)에 따라 해외 작전 참여 시 평화보다 국익을 우선하고 국익 최우선 아니면 언제든 군사동맹 이탈 가능하다는 점에서 언제든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도  있다.

△유엔사령부는 그 상위기관이 유엔 아닌 미국 정부이고 일본에 있는 ‘유엔사 후방기지’를 관장하면서 한반도 무력사태 발생 시 1950년과 유사한 다국적군의 한반도 투입에 대비하고 있다. 유엔사는 한미일 군사동맹의 핵심 축이 되고 있고 최근에는 남북교류협력에 비우호적인 태도를 취했다.

△미국 대통령은 대북 선제 타격 전략을 미국 헌법 2조와 대통령의 ‘무력사용 권한(AUMF)’에 의해 자국민 보호 목적으로 발동할 수 있으며 이 때 한국과의 사전 협의 책무가 없다. △미국은 5027, 5029 등 대북 군사전략을 지난 수십 년간 계속 개발, 강화하고 있으며 이들 전략에는 핵무기 사용도 포함되어 있다. 한미군사훈련은 미국의 대북 군사전략을 확인, 수정, 보완하는 과정이다. 지난 수십 년 간의 북미관계를 보면 미국이 행사를 위협하는 대북 전면전 카드의 부작용이 심각하다. 미국의 법치 개념에 따르면 가용 수단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합리적이기 때문에 북한의 ‘항복’을 요구하는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미국은 전략적 유연성 전략에 따라 주한미군을 세계 여러 곳의 미군과 순환배치하면서 새로운 무기 등을 한반도에 배치고 있다. 미국은 우주군사령부도 신설해 한국 미군기지에 그 요원을 배치해 놓고 유사시에 대비하고 있다. --

이상과 같은 미국의 한반도 전략은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에 대비하는 치밀하고 강력한 수단을 배치 또는 준비해 놓은 것이라서 북미협상 때 이런 점이 대북 흥정카드로 활용되고 있다. 미국은 시간은 자기편이라며 ‘전략적 인내’를 앞세워 북한에게 무릎 꿇고 나오라는 식이고 한국 정부는 직간접적으로 미국에 협조하고 있는 형국이다. 한미동맹으로 미국과 거의 동일체가 되어 버린 남한은 한반도 사태에 대해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 뿐 아니다. 남북은 2018년 두 번의 정상회담을 통해 교류협력과 평화통일을 위한 고속도로를 놓는 식의 파격적 합의를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쿼드(미국, 인도, 일본, 호주 등 4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비공식 안보회의체)를 추진하면서 이를 전면 중단시켰다. 미국이 중국과 각을 세워야 하는데 남북한이 화해무드가 되는 것은 미국에 도움이 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 결과였다.

문재인 정부는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침묵한 것으로 비춰진 것은 대단히 아쉬운 일이다. 북한은 2018년 이후 남한에 대해 극도의 불신감과 적대감을 드러내고 있고 현재의 한미동맹관계가 지속되는 한 남북간 교류협력의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한 것과 같은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다. 이런 면을 고려할 때 한국은 한반도 문제를 평화적으로 푸는데 기여하기 위해서 선진국 대열에 올라선 경제, 군사적 국격에 맞는 군사적 주권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2018년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모습.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2018년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모습.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한미상호방위조약과 필리핀, 일본의 관련 조약 비교

한미상호방위조약은 한국 국민의 입장에서 볼 때 6·25 한국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만들어진 특성이 있다 해도 오늘날 한국이 세계 상위권 경제 강국에, 미국 등으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많은 무기를 수입하는 국가의 위상으로 성장한 점을 고려해 이 조약에 내포된 여러 문제는 당연히 개폐되어야 한다.

이 조약을 현재와 같이 존속시키는 것은 한국이 미국에 군사적 예속 상태라는 대외적 위상 추락과 국민 자존감의 훼손. 미국의 부당 이익으로 인한 한국 국민의 과중하고 자존심 상하는 경제적 부담이라는 부작용을 피할 수 없다.

중국, 러시아 등이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미국의 최첨단 무기가 한국에 배치되는 것을 경계하면서 군사, 경제적 조치를 취하는 것도 한국의 국익을 손상하는 요인의 하나다. 동북아의 변화된 안보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면서 국익을 신장시키기 위해서는 군사주권 확립 차원에서 이 조약의 개폐가 시급하다.

한미상호방위조약, 필리핀 미국 상호방위조약, 미일상호안보조약 등을 비교 검토할 때 아래와 같이 한미상호방위조약의 문제점(이는 어느 면에서 위헌 요인의 하나)이 발견되어 그 개폐의 필요성이 다음과 같이 대두된다.

- 한미상호방위조약은 태평양지역의 평화를 위해 집단안보를 추구하게 되어 있는데 외국의 경우처럼 자국영토와 가까운 지역에 국한해야지 자칫 한국이 태평양지역의 범위는 매우 광범위하다는 차원엣 주한미군이 미국의 세계군사전략 실현을 위해 발진기지가 될 우려가 있어 개정되어야 한다.

-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한반도에 무력충돌이 발생하고 한미 등이 개입할 경우 그 이후 국제연합 안보리에 보고할 의무 등이 없다. 이는 일본과 필리핀의 경우 무력충돌이 발생할 경우 군사적 개입은 국제연합의 토의와 결정을 거치게 되어 있는 것과 차이가 있어 개정이 되어야 한다. 미국이 국가이기주의에 의해 자의적으로 개입하게 되는 경우도 상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해 미국이 한국에 군사기지를 요구할 경우 한국은 허여할 수 밖에 없고 이런 규정에 힘입어 평택 미군기지는 해외미군기지 가운데 최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기지 오염문제도 심각하고 미군은 그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지지 않고 있다. 반면 필리핀은 필리핀 군 기지 내에 미군기지가 들어설 수 있게 하는 등 그 조건을 필리핀이 주도권을 갖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일본의 경우도 한국과 같은 미군사력의 배비가 미국의 권리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 한국도 필리핀과 일본의 경우처럼 합리적으로 미군기지 문제를 수정해야 할 것이다.

- 한미상호안보약은 무기한 유효하다고 되어있지만 필리핀, 일본의 경우 그 기한이 10년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기한 만료 뒤 재협상 등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점에서 이 조약과는 큰 차이가 있다.

- 필리핀, 일본의 경우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에 대해 수시로 협의할 수 있게 되어있으나 이 조약에는 그런 조항이 없는 것이 문제다.

<영토주권이 얼마나 국제사회에서 중시되는지를 확인하는 사례들>

미국이 대북 선제 타격 전략을 수립해 북한을 항상 위협할 수 있는 것은 한미상호방위조약 4조에 의해 가능하다. 미국은 모든 군사력을 한국에 배치, 반입할 권리를 갖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래에 소개한 두 사례를 통해 국가의 영토주권이 얼마나 배타적이고 중요한 것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

① 탈레반 “미국, 미리 알렸어야… 아프간 영토 공격 명백”

카불 공항 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극단주의 세력 이슬람국가(IS)에 대한 미국의 보복 공습에 탈레반이 반발했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28일(현지시간) IS의 아프가니스탄 지부인 'IS 호라산(IS-K)을 상대로 한 드론(무인기) 공습 작전이 "아프가니스탄 영토에 대한 명백한 공격"이라고 주장했다(로이터 연합뉴스 2021년 8월29일).

② 美국방부 “아프간내 IS 드론 공격해 목표물 제거”-바이든 “더이상 IS가 지구에서 살기를 원치 않아”

미국이 2011년 5월 파키스탄에 은신중인 오사마 빈 라덴을 특공대가 탑승한 헬기를 침투시켜 공격할 작전을 세웠을 때 파키스탄에 비밀 누설을 우려해 사전에 통보하지 않았고 그 때 작전 개시를 하면서 가장 두려워했던 것은 파키스탄이 영공침해를 이유로 미 특공대를 공격할 가능성이었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선제타격권을 발동해 작전을 승인했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미군의 한국군 능력 테스트는 ‘전환’하지 말자는 의미

윤석열 집권이후 한미동맹에 대해 기회만 있으면 ‘혈맹’을 강조하는데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한 언급은 한 차례도 나온 적이 없다.

윤 대통령은 미국의 세계군사전략에 한국이 포함되는 것을 최상의 목표로 제시하면서 한미일 군사협력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미국 정부의 한국 정부 도감청, 일제 강제징집,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 등에 대해 굴욕외교라는 비아냥을 받을 만큼 저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는 한국이 주권국의 존재감, 발언권, 자위권을 행사하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치 않는 특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작권 전환은 노무현 정부가 미국과 협상해 환수하기로 결정한 뒤 많은 논란과 논쟁 끝에 환수일을 2012년 4월17일로 합의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미국에 요청해 2015년 12월1일로 연기했고 박근혜 정부가 2014년 이를 다시 연기했다. 환수 날짜를 정한 것도 아닌 무기한 연기였다.

당시 46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통해 한미 정부는 ①한국군의 연합방위 주도 핵심군사능력 확보, ②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비 초기 필수 대응능력 구비, ③안정적인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지역 안보환경 관리라는 세 가지 전작권 전환 조건에 합의했다.

그리고 1단계 기본운용능력(IOC), 2단계 완전운용능력(FOC), 3단계 완전임무능력(FMC)의 검증·평가 절차를 추진하기로 하고 한미는 연합작전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연합훈련을 해왔다. 전작권이 환수되면 한미연합사가 해체되고 미래연합사가 생기는데, 이 미래연합사의 작전 능력을 향상시키는 훈련을 해왔다.

2019년 후반기 한미 연합지휘소훈련(CCPT)에서 IOC 검증·평가를 마쳤고 지난해 후반기 훈련에서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FOC 검증·평가가 일부 미뤄지면서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전작권 환수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한겨레 2020년 9월28일).

박근혜 정부가 미국과 합의한 전작권 전환 조건 가운데 ③의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와 지역 안보환경’의 경우 어떤 식으로 평가했는지 알려지지 않았으나 조건 자체가 불합리해 보인다. 즉 중국, 러시아, 북한이 어떤 태도로 나올지에 대해 100% 예측하고 대비한다는 것은 난센스이기 때문이다. 이런 식의 조건에 합의한 것은 전작권 전환을 하지 말자는 견해 쪽으로 두 나라가 기울었던 것 아닌가 하는 추정도 가능하겠다.

21세기 국가 간 군 동맹체제는 상호 평등한 계약으로 종속이나 절대복종의 관계가 아니며 해당 국가가 자체 군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상대국과 공동으로 추진키로 합의한 군 작전 등에 동참하고 자의적으로 동맹탈퇴 등을 결정할 수 있는 것으로 압축될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한국이 미국 앞에서 전작권 전환을 위한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원칙이 강조되는 것은 생뚱맞고 미군이 한국군의 전작권 발동 능력을 테스트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군 안팎의 관계는 항상 변화하기 때문에 현재 만족스럽다 해도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것처럼 현재 특정한 기준을 정해놓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 큰 원칙이 우선이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미국이 전작권을 한국에 전환하면 주한미군이 어떤 모습이 될 것인가에 대해 환상을 가질 필요는 없다. 결론부터 말하면 주한미군은 전작권이 한국군에 있다 해도 그들의 통솔권자인 미국 대통령의 통제 하에 있다.

미 대통령 결정 지침 25호(PDD 25, Presidential Decision Directive 25)에 따라 미국의 해외파병은 세계평화보다 미국의 국익을 최우선하면서 상황을 살펴서 미군 병사가 불필요하게 희생될 가능성이 있을 경우 언제든 동맹에서 이탈할 수 있는 권한을 미국의 제도로부터 보장받고 있다(미국이 한미혈맹관계를 강조하지만 이는 미국 헌법 등에 비춰 미국익보다 우선순위에서 뒤진다).

바이든 미 대통령이 아프간에서 미군 철수를 결정한 것처럼 군통수권자인 미 대통령이 군 동맹체제 유지 여부에 대해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게 보장되어 있다.

주한미군은 미 대통령 결정 지침 25호에 따라 미 대통령이 작전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미 대통령의 군통수권의 범위에 명령계통을 통해 실시된 미군에 대한 작전통제권도 포함키면서, 미 대통령이 군통수권자로서 해외에 파병된 미군지휘관이 외국군 지휘관의 통제를 받는 것을 허용할 수 있는 근거가 되고 있다.

미 대통령이 군통수권자라 하는 것은,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한 군 지휘관의 결정과 행동에 대해 대통령이 궁극적 책임을 진다는 의미다. 대통령 결정 지침 25호(PDD 25)로 보호받는 미군의 전작권은 군대의 생사를 뒤바뀌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연합체제에서는 대등한 조건이 보장되어야 하고, 언제든 연합체제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전제를 갖는다.

그에 따라 향후 미군이 한국군과 동맹 체제라 해도 한미 두 나라가 합의한 군사적 업무나 작전에만 투입될 뿐 그 외 모든 것은 미국 대통령의 지휘를 받는 체제를 유지한다. 주한미군은 현재 전작권을 행사하는 입장이면서 대통령 결정 지침 25호(PDD 25)의 지배를 받는다. 현재 한국군도 한국 대통령의 지휘를 받으면서 미군처럼 정당한 미군 지휘관의 통제에만 복종하는 체제로 알려져 있다.

한국군에 전작권이 전환되면 발족될 미래한미연합사의 사령관이 되는 한국군 장성은 미 대통령의 미군에 대한 작전통제에 개입할 수 없다. 즉 미군에게 작전통제권을 행사하는 외국군 지휘관은 해당 미군의 편성 조직을 변경하는 등 미군의 정체성을 변화시키는 권한을 행사하지 못한다(http://www.ibiblio.org/jwsnyder/wisdom/pdd25.html). 그 결과 미국은 미군이 참여하는 작전을 관장하는 정책 기구에 적극 참여해서 외국군 사령관의 권한을 제한하고 합의된 군 임무에 대해 명확한 지침 등을 규정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미국은 1990년대 이후 유엔 평화유지군 작전이 확대되면서 미군이 유엔사령관의 지휘를 받게 되자 미군이 다국적군에 소속될 경우 미군이 위험에 처하거나 미국의 이익을 훼손하는 경우를 우려해 이런 위험을 해소할 수 있는 조치를 취했다. 예를 들면 미군이 외국군 지휘관의 통제를 받을 경우 그것은 규정된 시간과 규정된 업무에 국한하도록 한 것이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 연합뉴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 연합뉴스

일본과 독일이 미국과 전작권과 관련해 설정한 군사관계

한미 전작권 전환과 관련해 일본과 독일이 미국과 전작권과 관련해 설정한 군사관계를 참고할 수 있다. 일본과 미국은 각자의 군대에 대해 독자의 권한을 가지고 합의한 작전 등 미션에 대해서만 협조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일본은 미군사령부와 육상자위대가 평소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체제로 전시에도 마찬가지다(KBS 2006년 8월12일).

독일의 전시작전통제권은 NATO의 집단방위체제와 연관돼 있다. 독일군 가운데 야전군은 나토의 지휘체제 아래 들어가고 나머지 지역방위군은 자체 편제로 움직인다. 나토 소속 부대에 대한 실질적인 전시작전통제권은 유럽연합군 최고 사령관인 미군 장성이 쥐고 있다. 그러나 유럽연합군 최고 사령부위에 나토 군사위원회를 두어 미군의 일방적 결정을 견제한다. 군사위원회 위원장은 선출하기 때문에 미국이 독점할 수 없다.

미래한미연합사가 생긴다 해도 각국의 헌법적 규정에 따라야 하고 대통령의 군통수권 체제의 범위를 벗어날 수 없다. 미래연합사에서는 사령관이 한국군, 부사령관이 미군이 된다고 해도 절대적인 상명하복 체제가 되지 않는다. 이는 현재의 한미연합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미 두 나라는 국제적으로 기이하게 비춰지는 전작권 전환 조건이라는 허울을 폐기하고 즉각 전환을 실시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미국은 지난 수십년간 한미동맹과 전작권 장악 등을 앞세워 한국이 미제 무기 구입을 독려해왔고 한국은 최근 자료에 따르면 세계에서 미국 무기를 가장 많이 수입한 국가의 하나가 되었다. 미군산복합체의 하부구조로 한국이 편입된 것이란 비판을 자초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한국군의 무기체계가 주한미군에 예속되거나 보안 기능을 하는 것으로 국한될 개연성이 크다. 미국은 남북한 충돌 방지를 위해 한국군에 공격용 무기 구입, 생산 저지를 기본으로 삼아 왔다는 점도 합리적이고 균형 잡힌 자주 국방과 거리가 먼 것이란 우려를 크게 하고 있다.

미국이 전작권 전환에 소극적인 것은 미·중 간 군사적 긴장상태에 대비해 주한미군 등을 중국 압박용으로 사용하면서 북한에 대한 미 대통령의 선제공격 권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라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정부도 동북아 정세의 급변 등으로 군사적 주권 확립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처럼 전작권 전환에 대한 정보를 어떤 식으로든 국내에 공개해 공론화시켜 국민의 여론을 확인하는 작업 등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 때 만들어진 전작권 전환 조건이 불합리하다면 대통령의 군통수권이라는 큰 원칙을 앞세워 그 폐기를 추진해야 할 것이다.

한미동맹의 정상화는 한미상호방위조약 6조 발동으로

한국이 군사적 자주권을 회복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한미상호방위조약이 한미군사동맹의 가장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한미 간의 다른 군사적 협정, 양해각서 등은 이 조약에 의해 미국에게 기울어진 운동장과 같은 특권을 보장받고 있다. 이 조약의 정상화가 한국의 군사적 자주권 회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연결고리인 것이다.

한국도 필리핀과 일본이 미국과 체결한 군사동맹처럼 주권국가의 자주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정상화하려 할 경우 한 가지 방법 밖에 없다. 한미상호방위조약 6조가 그것이다. 이 조약 6조는 “본 조약은 무기한으로 유효하다. 이 조약은 어느 한 당사국이 상대 당사국에게 미리 폐기 통고한 후 1년 후에 본 조약을 종식시킬 수 있다(This Treaty shall remain in force indefinitely. Either party may terminate it one year after notice has been given to the other Party)라고 되어 있다.

조약을 수정 보완한다는 등의 조항이 없기 때문에 조약의 수정보완을 하기 위해서라도 6조에 의거해 미국에 이 조약의 종식을 미국에 통고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국이 한미상호방위조약 6조를 한국이 들고 나올 때 국내외에서 엄청난 후폭풍이 일 가능성이 있다. 한국 사회에서 특히 친미 아니면 반미라는 2분법적 논리가 지배적이라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친미와 반미 사이에는 수많은 대안으로 세분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시각을 배제하는 것은 이승만 식의 독단, 독재적 발상이라 하겠다.

동시에 중국의 부상으로 한국이 미국에 군사적으로 종속된 상태로 남아 있는 것은 한국의 대외 경제적 이해관계가 훼손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이 조약의 개폐가 필요하다. 큰 아픔과 혼선이 빚어진다 해도 비정상은 신속히 정상화 시키는 것이 궁극적으로 모두를 이롭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국제정세를 살피면 훤히 드러나듯이 외교에는 영원한 적, 영원한 동지란 존재치 않는다. 국가 간 관계는 대등한 위치에서 공평한 구조로 만들어지는 것이 최상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도 마찬가지다. 이 조약이 만들어진 1953년은 특수상황이었고 오늘날 한국은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가진 북한과 대치하고 있다 해도) 세계에서 미제 무기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의 하나이고 국방예산만 해도 세계 10위권 전후에 속한다.

미국은 북한에 비해 군사력이 600배 이상 앞선 것으로 언급되기도 하는데 아시아 최빈국의 하나인 북한에 대한 전방위적인 공세를 펴하면서 한국의 사전 동의 없이 선제타격 카드까지 검토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군사퍼레이드조차 도발이라고 손가락질하지만 자국의 군사력을 현대화하는데 엄청난 돈을 쏟아 붓는다. 이런 모습이 자칫 한반도를 파국으로 몰고 갈 가능성이 없는지 정부 당국 등은 깊이 살펴야 한다.

현재의 한미동맹관계 속에서 미국의 북한에 대한 군사적 공세조치가 취해질 경우 남한에서도 엄청난 인명피해를 초래하게 된다. 이 보다 더 심각한 일은 없을 것이다. 한미군사동맹이 현재 수준으로 유지되는 한 남북교류협력이 이뤄진다 해도 트럼프가 했던 것처럼 하루아침에 그것이 중단되거나 파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한 핵에 대해서 ‘최악의 상황이 되면 남한에 터뜨릴 것인가, 그렇게 할 경우 핵을 사용한 쪽은 정치적으로 살아남기 힘들 뿐 아니라 민족사에 큰 죄악을 저지르는 것이라서 그럴 일은 없을 것 아닌가? 미국이 해결해 주려나?’하는 식의 상상만 하면서 지낼 일은 아니다. 남북이 공존, 평화통일을 할 수 있는 체제가 갖춰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동시에 한반도를 포함해 전 세계의 핵무기를 폐기하는 노력을 모두가 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를 위해 정치권, 언론, 학계 등은 6·25 한국전쟁을 종식시키고 평화협정으로 전환토록 하고 북한과 평화통일을 위한 항구적인 교류협력의 기반을 구축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한미동맹관계를 유엔회원국간의 평등하고 평화와 정의를 지향하는 것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 방향으로 노력하는 것이 미국에게도 진정한 이익이 된다는 점을 확인시키는 작업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세계사를 살필 때 평화는 전쟁을 막기 위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해야 한다. 평화는 거저 오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날 동북아 관련국들을 살필 때 한국이 평화를 가져올 상황을 조성할 수 있는 잠재력이 가장 큰 국가의 하나다. 단적으로 말해 미국의 손에 넘겨준 군사적 주권을 되찾아 그것을 평화 달성의 수단으로 썼을 때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남북한 간에 핵무기, 미사일 등을 둘러싸고 군사적 긴장이 높다 해도 박정희, 노태우,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으로 이어지면서 남북간에 평화통일을 향한 로드맵을 만들어왔다는 점을 윤석열 정부도 인식하고 그런 방향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국보법에 의해 ‘반미는 친북’, 통일 미래에서 북한 긍정 평가는 금기 사항

국내 보수, 진보 언론은 모두 국보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북한 핵과 미사일을 보도하고 있다. 국민들은 이를 매일 접하면서 집단 세뇌, 확증편향 심화와 같은 현상이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국보법이 지배하는 남측에서는, 북한 핵과 미사일은 평화를 위협하는 도발이며 그로 인해 평화와 안전이 크게 위협받는다는 견해가 주를 이룬다. 현 상황의 뿌리는 미국과 소련의 냉전체제와 한반도 분단과 전쟁, 휴전 등으로 이어지는 긴 과정 속에서 복잡하게 엉켜 있는데도 말이다.

따라서 한반도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미국의 동북아 군사전략 등이 포함된, 모든 당사자들을 망라한 구조적인 원인 등에 대한 파악과 분석이 필요하지만 실제 그렇게 하는 법은 드물다. 그 결과는 뻔하다. 미국이 절대 선이라거나 북한이 절대 악이라는 인식만이 언론계 전체를 지배하게 되는 것이다.

지역 분쟁이나 국가간 갈등은 국가이기주의나 정권 욕구 등이 혼재해 있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북한에 대해 그런 것이 포함된 사회과학적 분석과 설명을 가감 없이 공개했다가는 자칫 ‘고무 찬양 동조’ 등으로 낙인찍히거나 종북, 친북으로 분류돼 한국 사회에서 유무형의 불이익을 감수할 각오를 해야 한다.

남측에서 고착화된 적대적 대북 언론 보도 공식 속에서 미국은 북한이라는 ‘악의 축’에 대적하는 가장 정의로운 주인공으로 굳어져 있다. 미국의 대북 정책이나 전략은 정의를 구현하려는 목적이라며 남측 언론에 의해 무비판적으로 소개되거나 암묵적 지지를 받는다. 그러면서 미국을 비판하는 것은 미국에 반대하는 것 아니냐 하는 논리가 나오고 그것은 결과적으로 북을 돕거나 이롭게 한다는 식으로 평가되는 경우가 많다.

즉 ‘반미=친북’이라는 식이다. 이런 단순 논리는 이른바 빨갱이 사냥이나 종북 몰이에 흔히 동원되는 수법이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국보법은 미국의 한반도 정책이 어떤 성격의 것이든 그것을 돕는 막강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북측을 국보법에 의해 반국가 단체로 규정한 상태에서 언론이 한반도 사태를 객관적으로 평가, 전망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러나 언론은 이런 제약을 요리조리 피해 나가는 노하우를 지니고 있다. 그것은 자기 검열이다. 언론은 북한에 대해 어떤 식으로 표현해야 별탈이 없는지에 대해 잘 알고 있고 그것을 반복하는 데 익숙하다.

자기 검열은 사실관계를 뒤틀거나 심할 경우 가짜뉴스로 지탄받을 수 있는 그늘이 짙어 언론이 국민에게 알릴 의무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21세기 인공지능시대에 역행하는 국보법이 자기검열을 강요하는 측면에 대한 심도 있는 공론화가 필요하지만 이에 대해 언론은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남한 사회에서 한미동맹이나 미군이 배제된 안보 문제, 분단 종식, 통일과 그 이후를 상상하는 미래에서 북한의 존재가 긍정적, 생산적으로 전제되는 것은 금단의 영역이 되어 버렸다. 남한의 수출위주의 취약한 경제 구조, 청년실업 등의 해결책의 하나가 남북 경제 공동체의 추진이라는 방안은 한때 보수, 진보 정치, 언론이 주장했지만 북한 핵문제가 커지면서 자취를 감춘 뒤 공론화되지 않고 있다.

한국이 지금처럼 국보법과 한미동맹이라는 틀 속에 갇힐 경우 21세기 인공지능 시대에 국제경쟁력을 상실할 우려가 적지 않다. 인공지능 시대는 막힘없는 상상력의 추구와 그 실천을 바탕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북한과 사회주의를 이유로 한시적인 정치사상, 이념의 지배를 절대시하거나 제 민족보다 외세에 의존하는 비정상이 시정되어야한다. 그래야 빛나고 풍요로운 그러면서도 전쟁 위협을 받지 않고 평화, 정의. 진리가 넘치는 한반도를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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