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국제적인 주시 속에 벌어지면서 언론의 전쟁 보도, 전쟁 저널리즘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평시 언론 보도가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삼고 있는 객관성, 진실성 등을 제대로 실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전쟁 참사 보도는, 전쟁위기가 높은 한반도 상황에 대한 국내 언론의 보도 실태의 적절성 여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 

전쟁 저널리즘은 인간의 행위가운데 가장 참혹한 전쟁을 보도하는 것으로 언론에게도 최악의 상황이다. 전쟁은 상대를 죽이는 과정으로 살인은 애국행위로 칭송되며 적군은 악, 불의이고 아군은 선, 정의로 단순화된다. 적의 적은 동지이며 동맹은 최상의 가치로 칭송된다. 전쟁 저널리즘은 전쟁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평화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데 기여해하는 것 등을 보도 윤리로 삼고 있지만 현실은 간단치 않다.

전쟁 상황에 대한 언론 보도는 전쟁 당사국 등의 이해관계와 직결되면서 갖가지 보도통제, 심한 경우 언론보도 억제를 노리는 수법까지 등장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전쟁 보도는 전쟁 지휘부의 전략 접근이나 보도가 어렵기 때문에 전쟁 당사국의 공식 발표에 의존하거나 전쟁터의 참상과 비극을 전달하는 비중이 커진다. 전쟁이 시작되면 검열이 실시되거나 당사국은 언론을 수단으로 삼아 적에 대해 심리전을 전개하는 경우가 많아 언론이 전쟁의 한 부분으로 편입되기도 한다.

이스라엘군 ‘언론인 안전 보장 못한다’ 경고 속 언론인 다수 희생

하마스·이스라엘 전쟁이 장기화되고 지상전이 본격화되면서 양측 사망자만 1만 명에 육박하고 있고 언론인도 지난 7일부터 27일까지 최소 29명이 사망했다. 전투현장에서의 진실을 보도하기 위해 노력하는 언론인들이 큰 피해를 당하고 있지만 이스라엘군은 “기자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언론인들이 전쟁 현장을 보도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있고 그에 따라 희생도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유엔총회가 휴전을 결의했는데도 강력 반발하면서 가자지구 진입에 대해 ‘악마들을 전멸시켜야 한다’며 마이웨이를 고집하고 있다.

▲ 10월9일(현지 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무너진 가자지구 내 이슬람 사원. ⓒ 연합뉴스
▲ 10월9일(현지 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무너진 가자지구 내 이슬람 사원. ⓒ 연합뉴스

가자지구나 우크라이나 전쟁 보도 과정에서 들어난 바와 같이 전쟁 당사국이나 이해관계가 큰 쪽에서는 전투 현장에 대한 접근 통제는 물론 전쟁의 명칭 등 보도 용어에서부터 일방적 주장의 목소리를 높이는 등 언론 보도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에 따라 전쟁당사국들은 진위여부를 가릴 수 없는 프로파간다를 유포해 자신의 방어, 상대방을 공격을 하는 수법을 쓰고 있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언론의 입지도 좁아진다.

언론 자본이나 경영진은 전쟁 당사국과의 이해관계를 따지게 되는 수가 많아 전쟁 지휘부가 발표하는 사항을 받아쓰는 일을 중요시 하게 되고 취재 편의, 객관성 등을 내세워 중동지역 출신 언론인을 앵커 등에서 배제하는 내부 통제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쟁 저널리즘은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전쟁의 원인, 그 타당성이나 합리성 등에 대한 보도보다는 전투 현장 상황에 대한 보도의 비중이 커지기 마련이다.

최근 벌어진 두 개의 전쟁처럼 전쟁 당사자들은 언론을 전쟁 수행 과정에서 아군의 정당성, 적군의 전쟁범죄를 부각시키는 방편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 자신들이 행하는 군사적 행동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대신 상대방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이기 위한 정보만을 언론에 제공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언론의 입장에서 상업적인 뉴스 가치와 사실관계나 진실 확인 등을 놓고 고민하지만 결국 언론사 이해관계에 따라 좌우되는 태도를 나타내고 있다.

전쟁 보도가 포격이나 공습 등이 벌어지는 전투현장의 영상 등이 중시되면서 전쟁 자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전쟁 당사자들이 번갈아 가해자, 피해자가 되는 식의 공방전을 보도하는 과정을 통해 전쟁 참상을 널리 알리고 평화중요성을 강조하는 효과를 크게 할 수 있다. 유엔 등 국제기구에서 전쟁 당사자의 일방적 주장이나 제 3자의 객관적 입장 등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근본적 해결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번 두 개의 전쟁은 미국과 유럽이 한 쪽 진영에 모이고 러시아, 중국, 중동이 다른 진영을 형성하는 식의 신냉전 양상으로 비화되고 있다. 이런 판이나 한국 정부의 입장에서도 어느 편을 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 하는 식의 정치적 움직임이 있고 일부 언론도 그와 무관치 않거나 그것을 부채질하는 보도를 하고 있다. 전쟁 당사국 어느 편의 시각에서 생산된 정보를 다루느냐에 따라 선악, 정당성 유무에 대한 판단이 달라지기 때문에 언론이 편향적 보도를 하게 될 경우 여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이스라엘과 하마스 어느 쪽에서 제시하는 정보를 부각시키느냐에 따라 보도효과가 큰 차이를 나타내는 것이다.

한편 남북한 간에 상대방에 대한 말싸움이 격화되면서 군사적 긴장과 군비경쟁이 심화되고 정치권의 안보행보도 강화되고 있다. 군통수권자인 윤석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현지를 방문하거나 중국과 러시아에 날선 발언을 하고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응키 위해 한미일 군사 협력 체제를 강화하면서 한미연합을 강화하는 노선을 표방하고 있다. 한미 두 나라는 한 목소리로 ‘북한이 핵공격을 하면 정권은 종말’이라는 구호를 합창하거나 윤 대통령이 ‘북한이 도발할 경우 1초도 기다리지 말고 응사하라"라고 일선장병에게 훈시하고 있다.

언론이 정치외교에 대해 거울의 기능만을 발휘하고 소금의 역할을 극소화할 경우 전쟁 위기감을 고조시키거나 한반도 전쟁이 불가피하다는 식의 여론 형성을 부추길 수 있다. 이런 경우에 언론은 제 4부의 입장에서 신중하고 대안제시에 노력해야 한다. 전쟁이 일어나면 군인은 물론 민간인의 피해가 막심하게 된다. 남북한의 군사적 대치 특성상 남한 수도권에 수천 만 명이 거주하고 있어 유사시 이들 주민의 대피나 안전보장에 대한 시스템 점검 등이 언론의 책무 일터인데 그런 보도는 거의 보이지 않고 있다. 전쟁은 무기나 군인, 동맹이 수행하는 것이라 해도 주권자인 민간의 피해도 주요 변수로 고려해야 마땅하다 할 것이다.

북한에 대한 심리전이 벌어지는 과정에서 남한이 고려해야 할 측면도 언론은 주목해야 한다. 예를 들어 ‘북한 정권 종말’이면 한반도 전면전을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북한이 핵공격하기 이전 상황에 대해, 그리고 전쟁이이나 그 이후의 상황에 대해 정치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 언론에 의해 제기되는 것이 마땅하다. 대통령이 군통수권자라는 점은 정치가 군에 우선한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고 이는 정치가 주권자인 국민의 생명과 재산의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정치나 언론은 이 점을 중시하지 않는 경향이 심각하다.

정치권이 남쪽 주민 다수가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함축되어 있거나 우발적 총격에도 전면전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논리를 제시하는 것에 대해 대부분의 언론은 무비판적으로 보도하고 있을 뿐이다. 또한 한미 연합훈련을 스포츠 중계 방송하듯 보도하거나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항하기 위한 신무기 개발, 시험현장의 모습도 비중 있게 보도하고 있다.

일부 언론의 경우 전쟁 논리가 강조되는 상황에 기름을 붓는 식의 행태를 보이고 있어 자성이 요구된다. 제 4부의 역할을 방기한 채 정치권의 나팔수나 보조 역할로 스스로를 격하시키고 있다. 예를 들면 윤 대통령 정부가 전쟁이 발생하지 않게 상황을 관리하거나 전쟁을 하지 않고 승리하는 방식 등을 보도를 통해 제시하지 않은 채 전쟁 불가피성을 전면에 내세우거나 그 과정에서 한미동맹을 극찬하는 식의 보도행태를 취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 거대 통신사는 21세기 지구촌의 가장 심각한 불평등 조약인 한미상호방위조약을 극찬하는 전시회를 개최한 바 있다. 한 유력 일간지는 ‘한미 동맹 70년, 번영을 위한 동맹 - 韓美 전투기 조종사가 한 부대에… 군산 하늘엔 애국가·美국가 함께 울린다’는 기사를 보도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9월26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제75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거수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 윤석열 대통령이 9월26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제75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거수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불평등 한미동맹만을 칭송하는 언론은 또 다른 기레기

한미군사동맹의 종속성은 필리핀과 미국이 주권국가의 입장에서 맺은 군사협력 체제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미군은 필리핀에 영구주둔은 하지 못하고 주둔 시 필리핀 군부대내에서 가능하며 미군주둔으로 발생하는 환경 피해 등에 대해 필리핀 법의 적용을 받는다. 또한 핵무기 반입은 금지된다. 군대는 이성계가 위화도 회군을 한 것에 보듯 양날의 칼과 같은 측면이 있어서 그에 대한 안전판이 필요한데 필리핀과 미군의 관계에서 잘 반영되어 있다.

그러나 한미관계는 심각하다. 미국은 주한미군은 한국에서 한미상호방위조약 4조에 의해 미국 군사력을 한국에 배치하는 권리(right)를 보장받는 등 치외법권적 특권을 누리고 주한미군사령관이 한미연합사령관, 유엔군 사령관직을 겸하거나 전시작적권을 틀어쥐고 한반도에서 발생 가능한 모든 군사적 사태에 대비하는 그물망과 같은 기득권 유지 체제를 만들어 놓고 있다.

미국은 이에 따라 북한 선제타격 등의 전략을 수행할 시스템을 갖춰놓은 상태다. 한반도에서의 전쟁 결정권은 미국에 있고 한국 정부는 속수무책인 상황인데도 윤 대통령은 마치 군사적 자주권 국가의 지도자인 양 북한에 대한 군사적 보복을 강조하고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막대한 원조를 국제적 환시리에 약속하는 등 기세를 올리고 있다.

미국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데 소극적이었던 것은 주한미군이 중국, 러시아를 견제하는 미군 최전방 부대로서의 전략적 중요성 때문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미국은 2차대전 종전이후 한반도에서 취한 정책은 미국익 추구라는 일관된 목표를 위한 것이었다. 윤석열 정부가 미국은 한미동맹을 통해 한국에 엄청난 시혜와 기여를 한 것으로 칭송하고 있지만 이를 미국이 어떻게 보고 있을지를 생각하면 닭살이 돋을 지경이다. 미국은 자국의 해외 파병은 평화를 위한 것이 아니라 미 국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법까지 만들어 놓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카터, 트럼프 행정부 시절 주한미군 철수를 미국 정부가 고려할 때 한국 정부와 사전 협의가 없었던 이유다. 정부가 사실관계에 부합치 않은 한미관계를 강조하는 것은 어떤 측면에서 가짜뉴스의 범주에 속한다 할 것이다.

▲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4월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4월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주한미군 주둔은 미국 이익 관철이 목표, 이를 외면한 주장은 가짜뉴스

미국이 한미관계에서 자국 이익을 배타적으로 주장한다는 점은 2018년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 합의 내용을 전면 이행치 못하도록 조치를 취한 것에서도 그 심각성이 들어난 바 있다. 문재인 전 정부, 윤석열 정부 모두 이에 대해 함구하고 있고 오늘날 한미관계는 미국이 북한을 세계핵전략의 한 부분으로 포함시켜놓고 한국은 그에 전적으로 순응하는 모습만으로 비춰지고 있다.

군사주권이 외국에 있는 상황에서 언론이 전쟁 불가피성만을 강조하는 정치논리를 칭송하고 박수갈채만을 보내는 것은 전쟁저널리즘의 기본취지와 거리가 멀어 보인다. 언론은 박정희 이래 여러 정부에서 남북교류, 협력에 합의하고 이행을 추진한 이유, 그리고 한반도 비핵화를 통해 항구적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어떤 접근이 최상인지에 대해 차분하게 접근해 언론 소비자들에게 제공해야 한다.

언론이 준전시체제인양 정부의 무력증강만을 앞세운 강경대북 정책만을 중계 방송하는 식은 또 다른 기레기의 모습일 뿐이다. 한반도 문제해결이 전쟁이 아닌 평화적 방법에 의해 가능한지 여부를 언론이 살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것이 언론 본연의 책무라 하겠다. 전쟁은 인간이 가장 비인간적인 될 수 있고 그로 인한 비극이 참혹해서 가능한 피해야 하고 언론이 제 4부의 입장에서 그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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