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 ‘북한의 핵미사일은 유럽까지 타격할 수 있는 실질적인 위협으로 공동 대응 하자’고 강조한데 이어 지난 16일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했다.

윤 대통령의 이런 행보는 미국이 추진하는 중국과 러시아를 포위하는 신냉전 전략의 최전방에서 활약하는 것으로 해석돼 향후  남북관계는 물론 중국, 러시아의 관계가 크게 냉각될 조짐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나토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확대하고,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며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동부 유럽에 병력을 증파하기로 결정하는 등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과 나토가 우크라를 지원하면서 러시아와중국의 관계가 긴밀해지고 있는 가운데 열린 이번 정상회의에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가 초청됐다. 이에 대해 중국은 “나토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검은 손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며 즉각 반발했다.

윤 대통령, 우크라에 지뢰 탐지기 제공… 야당, 러시아에 ‘전쟁 선포’ 비판

윤 대통령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나토 정상회의에 2년 연속 참석함으로써 나토와 협력도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윤 대통령은 11일(현지 시간) 옌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과 만나 대테러 협력, 군축·비확산, 인공지능(AI)·우주·미사일·양자기술 등 신흥 기술, 사이버 방위 등 11개 분야의 한-나토 ‘국가별 적합 파트너십 프로그램(ITPP)’을 체결했다.

한국은 이와 함께 군 전력이 나토가 주도하는 훈련에 참여하는 등 한국과 나토 간 실질 협력이 전방위로 확대하기로 하고 대테러 역량 강화를 위한 협의체를 설치해 한국이 나토 대테러 훈련에 참여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양측이 합의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에 대해 “대서양 안보와 인도태평양의 안보가 서로 분리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인태 국가와 나토의 긴밀한 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뉴시스 2023년 7월12일).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현지시간) 키이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회담한 후 공개한 한국의 ‘우크라이나 평화 연대 이니셔티브’는 △안보 지원 △인도 지원 △재건 지원 등 크게 세 가지 분야로 구성됐다.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지뢰 탐지기를 포함한 인도적 차원의 안전 장비 지원을 확대키로 했다(연합뉴스 2023년 7월16일).

그간 한국 정부의 대(對)우크라이나 지원이 인도적 지원이나 재정지원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에는 ‘안보 지원’ 분야가 비중 있게 포함된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군 철수와 정의 회복, 핵 안전과 식량안보, 에너지 안보 등 10개 항의 ‘평화공식’을 요구하며 이를 위한 정상회의 개최를 국제사회에 제안한 상태다.

▲ 7월15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한-우크라이나 공동언론발표를 했다.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 7월15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한-우크라이나 공동언론발표를 했다.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더불어민주당은 16일 윤석열 대통령이 유럽 순방 일정을 연장하면서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한 것을 두고 강하게 비판했다. 윤 대통령이 국내 폭우 피해를 뒤로하고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생즉사 사즉생 연대’를 언급, 러시아에 ‘전쟁 선포’를 한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생즉사 사즉생’ 정신까지 언급하며 군사적 지원 가능성을 더욱 명확히 했다”며 “직접 전쟁터까지 방문했으니 러시아를 적대국으로 만든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에 참석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사실상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용인해주었다는 보도가 나오자 더불어민주당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닌 것 같다”는 비난을 쏟아냈다. 중국 관영매체도 “쇼에 불과하다”며 의미를 깎아내리고 해양 방류 계획 중단을 요구하면서 실제 방류가 이뤄질 경우 일본산 식품의 수입 규제를 추가로 강화할 가능성을 시사했다(연합뉴스 2023년 7월13일).

윤 대통령 ‘‘북한 핵미사일 유럽 타격할 위협으로 공동대응 하자’ 강조

나토 정상회담이 열리고 있던 지난 12일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신형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의 시험발사를 감행했다고 13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연합뉴스 2023년 7월13일).

북한은 이번 미사일이 “최대 정점고도 6천648.4㎞까지 상승해 거리 1천1.2㎞를 4천491초(74분51초)간 비행해 조선동해 공해상 목표 수역에 정확히 탄착됐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이번 시험발사에 성공하면서 미국 본토를 기습공격할 수 있는 전략무기의 위협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윤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데 대해 “북한의 핵미사일은 이곳 빌뉴스는 물론이거니와 파리, 베를린, 런던까지 타격할 수 있는 실질적인 위협”이라며 “우리는 더욱 강력히 연대해 한 목소리로 규탄하고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헤럴드경제 2023년 7월12일).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린 나토 동맹국·파트너국 정상회의 연설에서 “오늘 북한은 또다시 ICBM을 발사했다. 이는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자 지역과 세계 평화에 대한 중대한 도발”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나토 동맹국들이 이번 정상회의 공동성명에서 5년 만에 북한의 핵 미사일 프로그램을 규탄한 것은 이러한 불법행위를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엄중한 경고를 보낸 것”이라며 “앞으로도 한국과 나토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긴밀히 공조해 나가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발사 하루만인 13일 미국 전략자산 B-52H 전략폭격기가 한반도에 전개돼 한국 공군과 연합훈련을 펼쳤다(VOA 2023년 7월13일).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한미는 오늘 미 공군의 B-52H 전략폭격기가 한반도에 전개한 가운데 한미 연합공중훈련을 실시했다”며 이날 한미 연합공중훈련에는 한국 공군의 F-15K와 미 공군의 F-16 전투기가 참가해 B-52H와 함께 한반도 상공에서 연합 편대비행을 벌였다고 밝혔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한미의 대응이 나토 정상회의가 열리는 과정에서 이뤄진 것은 북핵문제에 대한 대응이 지구촌 차원에서 심화되는 신냉전의 주요의제로 부상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북한에 대한 압박과 견제의 강화로 이어지면서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공동 대응으로 이어지면서 한반도 안보위기 고조로 귀결될 가능성이 클 전망이다.

미국, 대서양과 태평양의 민주 진영 결합 강조… 중국 강력 반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리투아니아 빌뉴스를 방문한 자리에서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역내 핵심 동맹들과 인도·태평양의 안보를 강화, 이를 기반으로 대서양과 태평양의 민주 진영 결합을 심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빌뉴스대 연설에서 “우리는 일본, 한국, 호주, 필리핀과 동맹을 강화하고 있고 이를 통해 핵심적인 역내 안보와 억지를 제공할 것”이라며 “우리는 역내 주요 민주주의 국가들을 하나로 뭉쳐 자유롭고 열려있으며 번영하는 인도태평양을 지키고자 한다”고 말했다(연합뉴스 2023년 7월13일).

이번 나토 정상회의는 대만해협 갈등이 사실상 주요 의제로 다뤘다. 나토 소속 31개 회원국 정상들은 회의 개막일인 이날 발표한 총 90개항의 공동성명에서 6개 항목을 중국 관련 이슈에 할애한 것이다. 나토가 중국의 초강대국 부상에 대응하기 위해 회원국이 아닌 아시아 나라들까지 ‘파트너’ 자격으로 초대, 서구 중심의 기존의 틀을 깨고 태평양으로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연합뉴스 2023년 7월12일).

이는 미국이 지난해 6월 나토 동맹국·파트너국 정상회의'에서 ‘지구촌을 자본주의적 민주주의 진영이 중국, 러시아와 대결’하는 방식의 신냉전 시대를 시작하는 조치를 취한 뒤 두 번째 조치이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번 정상회의에 앞서 지난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나 태평양 역내 국가들과의 협력 필요성에 공감대를 이룬 바 있다고 밝혔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나는 한국, 일본, 태평양 국가와 논의한 것을 당신에게 완전히 알려왔다. 유럽에서의 침략에 대처하기 위해 태평양 주요 국가들이 관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연합뉴스 2023년 7월11일).

스톨텐베르그 총장은 한 기고문에서 “나토는 유럽과 북미의 지역 동맹이지만, 우리가 직면한 도전은 세계적”이라며 태평양 국가들을 이번 회의에 초청한 이유를 설명했다.

중국은 나토가 아시아 테평양 지역에 진출하는데 단호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중국 유럽연합(EU) 대표부는 나토 정상회의 개최에 맞춰 내놓은 성명에서 “나토에 의한 아시아 태평양으로 동진(東進)에 절대로 반대한다”며 경계감을 나타냈다(뉴시스 2023년 7월12일).

중국 대표부는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가 제시하는 대중 관련 내용을 거부한다며 자국의 주권과 안전보장, 발전 이익을 결단코 고수하겠다면서 “중국의 정당한 권리와 이익을 위협하는 어떤 행동에도 확고하게 대응하겠다”며 보복조치를 취할 것임을 경고했다.

▲ 7월12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은 NATO 동맹국·파트너국 정상회의를 가졌다.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 7월12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은 NATO 동맹국·파트너국 정상회의를 가졌다.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윤 대통령, 신냉전시대를 선포한 2022년 나토 정상회 참석

윤 대통령의 이번 나토 정상회의 참석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그는 취임 두 달도 되기 전인 지난해 6월 스페인에서 열린 나토 동맹국·파트너국 정상회의'에 참석한 바 있다. 이 회의는 미국이 나토와 대중국 견제 협의체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를 연결시켜 지구촌을 자본주의적 민주주의 진영이 중국, 러시아와 대결하는 방식의 신냉전 시대를 시작하는 첫 번째 조치였다.

쿼드는 미국 트럼프가 중국이 경제 군사강국으로 떠올라 아시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줄어들자 이에 대한 대응으로 인도, 호주, 일본과 함께 중국을 포위한다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추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발족시켰다(Campbell, K. M., Patel, N. and V. J. Singh, 2008. “The Power of Balance: America in iAsia.” Archived 14 November 2012 at the Wayback Machine Center for a New American Security). 

당시 윤 대통령은 “오늘날 국제사회는 단일국가가 해결할 수 없는 복합적인 안보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 자유와 평화는 국제사회와의 연대에 의해 보장된다”며 향후 미국의 세계전략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대내외에 밝혔다(세계일보 2022년 6월30일).

윤 대통령은 이어 회의 공식연설을 통해 북한에 대해 날을 세우면서 미국의 대북 압박, 봉쇄 정책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것으로 한반도와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보에 중대한 도전”이라면서 “북한을 비핵화의 길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무모한 핵·미사일 개발 의지보다 국제사회의 비핵화 의지가 더 강하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줘야 한다. 자유와 평화는 국제사회와의 연대에 의해 보장된다. 한국과 나토의 협력관계가 이러한 연대의 초석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동시에 “대한민국과 나토는 지난 2006년 글로벌 파트너 관계를 수립한 이래로 정치·군사 분야의 안보 협력을 발전시켜왔으며 향후 경제안보, 사이버안보 등을 통해 나토 동맹국과 긴밀한 협력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나토 회의 참석을 통해 미국과의 동맹을 더욱 강화하는 것을 원칙으로 중국의 예상되는 경제보복이나 북한의 반발 등에 대처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한미동맹의 구조 속에서 동북아의 신냉전에 대처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고 그런 정책의 후순위로 중국, 러시아,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고려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당시 행한 연설을 통해 미국 등 동맹과 함께 북한핵과 미사일 문제를 국제공조로 해결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남북한이 별개의 채널로 관계를 개선하려 한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과 큰 차이를 나타냈다.

미국도 그 후 윤 대통령의 방침에 호응하고 지지하는 의사를 폴 라캐머라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의 공식연설을 통해 확인했다. 라캐머라 사령관은 지난 2022년 7월28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동맹재단 주최 컨퍼런스 기조연설에서 “한미동맹이 한반도를 넘어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양자 동맹을 다국적, 다면적 연합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VOA 2022년 7월30일).

라캐머라 사령관은 “북한의 위협 역량이 과거보다 더욱 강력하고 정교해졌다. 대북 억지를 강화하기 위해 미한 동맹을 다국적, 다면적 연합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는 대북 억제를 강화하고 중국과 러시아에 맞서 규칙에 기반을 둔 국제 질서를 더 잘 유지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주도하고 유럽, 아시아, 호주권 주요 국가들이 참석한 나토 동맹국·파트너국 정상회의'는 러시아, 중국을 위험한 국가로 규정하면서 지구촌을 두 개의 진영으로 쪼개놓는 조치를 취했는데 윤 대통령이 적극 지지하는 입장을 밝힌 뒤 한반도 주변정세의 긴장감이 높아졌다.

중국은 한국이 사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추가 배치를 시사하는 태도를 취하자 이에 경고를 발하고 미국이 중국에 대해 주권침해라며 한국 편을 드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 방문을 예고하자 중국은 ‘불장난하면 타죽는다’는 식의 노골적인 적대감을 들어내고 있고 미국은 한미일 동맹체제를 강조했다.

한국이 미국과의 동맹 강화에 올인 하면서 중국, 러시아와 맺고 있는 경제관계가 막중하다는 점에서 경고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대북 군사적 대응태세를 강화하고 미일과의 관계 증진을 꾀하는 태도를 굳히지 않고 있다. 이는 한국이 중국, 러시아의 관계 악화 등으로 상당한 정도의 대가를 치른다 해도 미국이 주도하는 진영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되었다.

나토 정상회의, 신냉전 시대 개막 선포

우크라-러시아 전쟁이 진행되고 미중간 대치가 가팔라지는 상황에서 열린 2022년 나토 정상회의는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이 회의 폐회식에서 밝힌 아래와 같은 합의 사항은 신냉전의 시대의 개막과 같은 의미였다(KBS 2022년 6월30일). 

-- 나토 정상들이 1억 유로의 군 혁신기금을 마련하기로 합의했고 나토 신속 대응군을 8배로 늘려 동유럽에 전진 배치하는 등 나토의 새로운 전략개념을 모든 정상이 합의했다고 밝혔다. 나토는 이번 회의에서 전략개념에 처음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내용을 담았다. --

이 회의는 나토가 인도와 태평양으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음을 예고했는데 이 때문에 안보 뿐 아니라 경제적 블록화 등 국제질서를 새로운 냉전 체제로 몰고 갈 것이란 불안한 전망이 나왔다. 12년 만에 다시 쓴 나토의 바뀐 전략개념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군사적 영향력 강화'로 냉전 이후 나토의 집단적 방어와 억지력을 가장 크게 재정비하는 것이다. 스웨덴과 핀란드가 나토에 가입하게 되고, 앞으로 2년 사이 나토 회원국들이 국방비를 빠르게 늘려 냉전 이후 슬림화된 유럽의 군사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 회의는 우크라-러시아 전쟁이 서구와 러시아간 대립으로 치달으면서 장기화되고 트럼프 시절 본격화된 미국의 중국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과 견제가 탄력을 받는 시점에 열려 나토의 새 전략개념으로는 러시아를 동맹의 안보에 “가장 중요하고 직접적인 위협”으로 규정했다. 그리고 중국이 공언하는 ‘야망과 강압적인 정책’은 미국과 나토 회원국 등의 이익과 안보 가치에 대한 도전으로 중국의 위협을 처음으로 포함시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이미 서방과 러시아의 갈등은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토는 군사력을 강화해 동유럽 쪽으로 동진하겠다고 밝혀 러시아의 맞대응으로 인한 긴장 조성은 불가피해 보인다. 러시아의 턱 밑 국가인 폴란드에 미 육군 제5군단 전방사령부 본부가 처음으로 주둔하게 되면서 결국 냉전 종식 30여 년 만에 새로운 군사적 대결 구도가 형성될 전망이다(머니투데이 2022년 7월30일).

이번 회의는 아시아 태평양의 주요 국가인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4개국도 초청해 자본주의적 민주주의 체제를 중시하는 국가들이 권위주의 체제 성격인 중국, 러시아와 본격적인 힘겨루기를 선언하면서 결속을 다짐한 단합대회 비슷한 성격이었다.

이런 중요성을 윤 대통령이 십분 인식하고 참석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외교는 일정한 공식이 있다기보다 상황과 상대에 따라 제로섬이냐, 상호 윈윈이냐 하는 복잡한 계산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보기에 아슬아슬하다. 한국 정상으로선 처음으로 나토 무대에 모습을 들어 낸 윤 대통령이 외교 문외한이라는 점에서 집권 한 달 여 만에 지구촌이 두 개의 불럭으로 쪼개지는 큰 국제회의에 참석한 것은 시기상조였다는 감을 준다.

미국은 자유와 인권, 법치를 중시하는 규범에 입각한 질서가 존중되는 연대를 만든다는 명분을 앞세워 인도태평양 국가들을 나토와 비슷한 지역안보체제인 쿼드에 참여시키고 나토 회원국도 동참시키는 형식으로 중국을 포위한다는 전략을 추진해 왔다. 이는 사실 신냉전시대의 본격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신냉전은 과거의 냉전시대와는 분명 다른 점이 있다. 과거에는 미소 간에 군사력만으로 대치하는 형국이었지만 오늘날에는 자본주의적 민주주의 체제에 속하는 국가들과 러시아, 중국과의 경제관계가 대단히 긴밀하다는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21세기 신냉전시대에는 고차원적인 외교 방정식이 요구되고 있다. 이런 점은 최근 미국의 중국 포위 전략에 동조했던 호주와 필리핀에 중국에 호의적인 정권이 들어서면서 분위기가 변하고 있다. 국제정세는 군사안보와 경제안보 상황이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어 대단히 신중한 대처가 요망된다.

중국, 윤 대통령 행보 등에 대해 경고

중국은 지난해 6월28일 윤 대통령의 나토 회의 참석과 관련해 관영매체인 환구시보를 통해 ‘북한은 한미일 3개국이 아시아에서 나토와 같은 군사동맹을 만들려 한다고 비판했다’면서 ‘미국의 이런 시도는 한반도에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한국이 쿼드나 인도태평양 경제기구에 참여해 결과적으로 대미의존 심화로 외교적 독립이 상실될 경우 한중관계는 복잡해질 것이고 중국의 대응에 직면할 것이다. 한미 두 나라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 사드를 한국에 배치할 경우 한국은 중국, 러시아, 북한으로부터 강한 반발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환구시보 2022년 6월28일).

중국은 윤 대통령 당선이후 미국에 밀착하는 정책을 추진하려 한다고 비판하면서 그럴 경우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이 나토 회의 참석을 결정한 것은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 참여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결과로 추정된다.

윤 대통령은 이번 나토 회의 참석을 계기로 지난 5년 가까이 공백상태이던 한미일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미국이 가장 고대하던 과제를 해결해준 셈이다. 윤 대통령은 일본 정상과 만나 4년9개월 만에 3국간 회담을 열어 중국의 경고에 반하는 동북아 질서가 전개될 것을 예고했다. 한미일 정상은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 강화와 북핵·미사일 대응을 위한 3국간 안보협력 수준을 높여가는 방안에 대해 긴밀히 협의하기로 한 것이다.

윤 대통령 나토 회의 참석 후 한국군 림팩 훈련 참여

윤 대통령이 지난해 나토 정상회의 참석이후 행보는 문재인 정부가 취했던 국제공조, 대북관계, 한일관계 등에 대한 기조와 정반대로 나타났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초 열린 세계 최대 규모 다국적 연합 해상 훈련인 ‘환태평양훈련(RIMPAC·림팩)’에 한국군 특수부대를 참여시켜 미국과 함께 합동훈련을 벌이도록 했다. 한국과 미국·일본 등 26개국의 수상함 38척, 잠수함 4척, 항공기 170대, 병력 2만5000여 명 등이 참가하는 올해 림팩은 오는 8월4월까지 미 하와이 및 캘리포니아주 해상 등지에서 실시됐다(한국경제 2022년 월3일).

미군 인도·태평양사령부는 지난달 30일 홈페이지에 올해 ‘림팩’ 개시를 알리며 이번 훈련에 참여한 우리 해군 특수전전단(UDT/SEAL)과 미군 특수부대가 ‘선박 검문·검색’ 훈련을 했다고 밝혔다. 한·미 양국 군은 최근 다양한 계기로 연합훈련을 하면서 그 내용 등을 공개했는데 이는 각종 탄도미사일 발사를 잇달아 감행하고 핵실험까지 준비 중인 북한에 대한 경고 메시지라는 분석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한일관계 복원을 서두르면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 등으로 5년 가까이 열리지 않았던 한일외교장관 회담을 갖도록 박진 외교부 장관을 일본에 보내 아베 전 총리를 조문토록 하고 기시다 후미오 총리에게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해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자신의 뜻을 전달하도록 했다.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가 국민감정을 등을 고려해 추진했던 대일관계를 전면 수정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서울신문 2022년 7월18일). 그러나 일본 정부는 아베 사망으로 강화된 우익세력이 한일관계 정상화를 반대하고 있는 상황을 의식해 한국 정부에 차가운 반응을 보였다. 일본 정부가 아베 수상의 사망이후 보수세력의 입김이 세지자 한일 관계정상화가 자칫 역풍을 불까 우려해 한국 측 제안을 거부한 것이다. 이를 놓고 윤 대통령이 일본정세에 너무 어두워 결과적으로 저자세 외교라는 비판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 지난해 11월13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이 캄보디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지난해 11월13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이 캄보디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미국 대만 고리로 중국 압박, 북미관계 뒷전

윤 대통령의 나토에 대한 태도와 대북 정책 방향은 미국이 수년전부터 쿼드를 앞세워 동북아에서 군사적 긴장상태를 고조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미국이 대만에서 무력충돌이 발생할 경우 한국의 지원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중국과 북한의 군사적 공동보조 움직임 등이 가시화되고 있어 수년전부터 냉각된 남북관계가 호전되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대만을 고리로 중국에 대한 압박공세에 박차를 가하면서 북미관계는 뒷전에 미뤄둔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북한에 대해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 전략’을 반복하면서 ‘시간은 미국 편이다’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국이 미중관계를 경색시켜 중국의 대북정책을 비우호적으로 만들고 미국이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에 대한 봉쇄와 압박을 강화하면 언젠가 북한이 백기를 들고 나오겠지 하는 의도로 읽힌다. 

미국은 중국을 자극하기 위해 대만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 예를 들어 미국은 지난 7월 18일 올 들어 네 번째 대만에 대한 1억 800만 달러(32억 대만달러) 규모의 무기 판매를 승인했고 중국은 크게 반발하면서 미국에 무기 판매 철회를 요구했다. 미국은 그동안 지대공 미사일과 관련 기술지원 수출을 했지만 이번에는 전차와 전투차량 관련 부품과 기술지원을 했는데 대만군의 육해공 역량이 차근차근 강화하는 모양새다(http://news.tf.co.kr/read/world/1952715.htm).

또한 대만을 방문한 마크 에스퍼 전 미국 국방장관은 지난 7월19일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회동에서 하나의 중국 정책은 유용성이 다됐기 때문에 미국이 대만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을 폐기하고 ‘하나의 중국’ 정책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뉴시스 2022년 7월19일).

하나의 중국 원칙은 중화인민공화국(중국) 정부를 유일한 합법 정부로, 대만을 중국의 일부로 규정하는 내용으로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이 원칙을 인정하고 대만과 단교하면서 비공식적 외교 관계를 유지해왔다. 에스퍼 전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인 지난 2019년 7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미국 국방장관을 지냈는데 미국의 경우 외교에서는 여야가 별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그의 발언은 바이든 행정부의 입장을 상당정도 반영한다고 추정할 수 있다.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간 갈등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중국은 ‘대만 문제’ 개입에 강력히 반발하며 전쟁도 불사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은 12일 오전 싱가포르에서 열린 샹그릴라 대화 본회의 기조연설에서 미국과 대만을 겨냥해 “대만 독립은 결코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쿠키뉴스 2022년 6월12일).

웨이펑허 부장은 “대만 민진당 당국은 양안이 하나의 중국에 속한다는 현상을 바꾸려 하는데 대만 독립은 죽음의 길이자 망상일 뿐이니 자중하고 단념하라”고 경고하고 “누군가가 감히 대만을 분열(중국에서 분리)시키려 한다면 중국군은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반드시 일전을 불사하며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윤 대통령, 전 정부와 달리 미국의 전략에 적극 동참 입장 밝혀

미국은 문재인 정부에 대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입장과 참여를 명확하게 하라는 압박을 가했는데 윤석열 정부는 세계가 놀랄 정도의 적극적인 태도로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고 있고 그런 움직임은 계속될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는 군사안보와 경제안보를 양립시킨다는 입장이었지만 윤석열 정부는 미국과의 동맹을 중시하면서 그에 대한 대가는 감수하겠다는 식의 견해를 표명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인 시절인 지난해 5월7일 VOA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한미동맹, 쿼드에 대해 적극적인 입장을 아래와 같이 밝힌 바 있다(https://www.voakorea.com/a/6561170.html).

-- 한미동맹은 군사적인 안보에서 벗어나서 경제, 첨단기술, 공급망, 국제적 글로벌 이슈인 기후 문제, 또 보건 의료 등 모든 부분에서 포괄적인 동맹 관계로 확대·격상돼야 된다. (5월 21일로 예정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에서) 이 같은 미한동맹 강화 방안과 함께 미국, 일본, 호주, 인도 간 안보 협의체 ‘쿼드(Quad)’와의 협력 문제를 논의할 것이다. 특히 쿼드 워킹그룹 참여와 관련해 백신 문제뿐 아니라 기후 문제나 첨단 기술 분야까지 워킹그룹의 참여 활동 범위를 넓혀나가는 문제를 협의할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쿼드의 단계적 가입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이에 대한 중국의 견제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나 국제관계는 힘의 논리에 의해 지배되고 이익을 나누는 식의 거래에 의해 조정되는 게 상례다. 윤 대통령 나토행의 외교적, 국익적 득실이 무엇인지는 아직 알 수는 없다. 보이고 들리는 것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미간에, 한국과 나토간에 어떤 식으로 이야기가 오가면서 서로의 이익을 챙기는 거래가 오갔는지는 후에 밝혀질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이 있다. 남북간의 관계다. 남북은 지난 수십 년 간 여러 번의 정상회담을 통해 이런저런 관계를 맺어왔다. 남북간의 특수한 관계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해도 같은 민족이고 남북은 언젠가 반드시 재통합을 해야 한다는 당위성에 비춰 역대 대통령들은 노력해 왔다는 사실이다. 이런 점을 윤 대통령이 얼마나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는지 하는 점은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윤 대통령, 역대 정권의 대공산권 및 대북 정책 살펴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7월27일 ‘전승절’ 기념행사에서 “남조선 정권과 군부 깡패들이 선제적으로 우리 군사력의 일부분을 무력화시키거나 마슬수(부숴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천만에!”라며 “그러한 시도는 즉시 응징될 것이며 윤석열 정권과 그의 군대는 전멸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한의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 나온 북한 최고지도자의 첫 반응은 노골적이고 호전적이었다(연합뉴스 2022년 7월28일).

김 위원장의 발언 사흘 뒤인 30일 열린 미국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회담에서 한미 두 나라는 2018년 이래 축소·조정·취소된 연합연습과 고도화된 북한 핵·미사일 대응 관련 각종 제도를 정상화 내지 강화함으로써 대비태세를 확고히 한다는 원칙에 합의하고  8월 중순 예정된 한미 연합연습은 국가 총력전 개념의 전구(戰區)급 훈련으로 시행하기로 했다. 또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가동을 통해 강력한 대북 경고 메시지를 발신하고, 북한의 핵 사용을 가정한 확장억제수단 운용연습(TTX)을 강화해 정책·군사적 차원의 양면에서 대비태세 수준을 높이기로 했다(연합뉴스 2022년 7월31일).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상태가 고조될 것이 예고되는 가운데 중장기적으로 참고할 점이 있다. 한국 정부에게 남북관계는 미국 등 다른 외국과의 관계와  그 이해관계 등이 항상 일치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한국 대통령은 이 점을 고민해야 한다. 그러면 어떤 것이 최선일까? 이를 점검하기 위해 이승만 대통령 이래 역대 정권의 대공산권 및 대북 정책의 궤적을 살펴보기로 한다.

▲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 확대회의 이틀째인 지난해 12월27일 보고를 통해 내년도 국방력 강화를 위한 새로운 핵심목표를 제시했다고 조선중앙TV가 28일 보도했다. ⓒ 연합뉴스
▲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 확대회의 이틀째인 지난해 12월27일 보고를 통해 내년도 국방력 강화를 위한 새로운 핵심목표를 제시했다고 조선중앙TV가 28일 보도했다. ⓒ 연합뉴스

이승만의 경우 공산주의, 사회주의에 대한 공포와 증오가 남달라서 민족보다 이념을 우선하는 정책으로 일관했다. 그는 이념이 다르면 같은 민족이라 해도 집단학살을 당연시 했다. 또한 남북분단해소에 대해 평화적인 해결책은 한 번도 제시한 적이 없고 전쟁을 겪었으며 집권기간 내내 무력에 의한 북진통일을 주장했다. 

박정희는 월남파병 관련해서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것을 받아내기 위해 한미상호방위조약 폐기안을 충복 차지철을 통해 국회에 제출하게 하는 등 한미동맹도 한미간 거래에 이용했고 남북관계는 7·4공동선언을 통해 기본적인 통일로드맵을 제시했다. 

노태우는 북방정책을 통해 소련과 중국을 포함해 동유럽과 아시아의 사회주의권 국가들과 국교 정상화를 추진하고, ‘7·7 선언’을 통해 ‘민족 자존과 통일 번영을 위한 특별 선언’을 하고 이어 ‘남북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 협력에 관한 합의서(남북기본합의서)’에 서명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남북은 1985년 7월부터 1991년 12월까지 42차례 비밀회담을 가졌고 그 결과 3단계 통일방안 즉, 교류협력단계, 남북연합단계, 단일민족국가단계 추진에 합의했다(‘안보엔 단호하되,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유연성 포기해서 안 돼-박철언 한반도복지통일재단 이사장 회견’, 민족화해 통권 117호(2022년 7·8월호). 2020년 7월7일 민족화해협력국민협의회. p. 7-8).

김영삼은 김일성과 정상회담에 합의했고 김대중은 6·15 공동선언을, 노무현은 10·4 선언을 성사시켰다. 이명박은 금강산관광, 박근혜는 개성공단을 각각 문 닫게 만들었다. 문재인은 두 번에 걸친 남북정상회담과 함께 북미회담을 성사시켰다.

이런 과거의 실적들을 참고해서 윤 대통령은 대북 정책과 관련해 어떤 대통령을 본받을 것인지 심사숙고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한중 및 한러 무역관계를 챙기는 식의 묘안이나 한반도가 힘 대 힘의 관계가 아닌 방식으로 해결될 가능성이 무엇인지 정도는 밝혔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해 한러 관계가 냉각되 가능성이 큰데 지난해 한러 교역 규모는 211.4억 달러로, 러시아는 한국의 15위 교역대상국이다. 윤 대통령은 러시아, 중국과 통상하는 한국 기업들의 입장을 십분 고려하는 신중한 태도를 고민해야 한다.

향후 지구촌, 동북아, 한반도의 미래가 어떤 그림일까를 속단키는 어렵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개개 국가들이 자주적으로, 공동의 선과 행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중국 고사에 나오는 식의 동맹이나 이합집산이 21세기 국제사회에서도 반복된다고 보기 어렵다.

훨씬 고차원적인 셈법으로 무장해야 하는 것이다. 윤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미국, 나토 등과 함께 집단적 대응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체성을 원칙으로 세우면서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이 무엇인지를 찾아야 한다.

윤 대통령이 외세와 연대해 북한을 압박할 때 북한이 굴복하는 상황이 아닌 한 남북관계는 거칠어지고 한국이 한반도 평화를 관리할 가능성은 적어진다. 한국은 한미동맹의 실체와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경제력 세계 10위, 군사력 세계 6위의 국가에 걸 맞는 철학과 방법론으로 살펴 행동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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