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12월 KBS는 이라는 리포트를 내보냈다. 전남 신안군에서 경찰관 비호 아래 밀렵행위가 성행하고 있다고 전했는데, 해당 지역 파출소에 근무 중인 순경이 밀렵꾼으로부터 돈을 받는 장면이 나왔다. 보도 이후 순경은 직위해제조치됐다. 논란은 순경이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불거졌다. 자신에게 돈봉투를 건넨 사람은 KBS카메라 기자와 수렵보호단체회원이었으며 돈을 돌려줬는데도 KBS는 보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함정취재로 인해 자신은 피해자라는 주장이었다. 순경의 주장은 사실이었다. KBS기자는 순경의 주장
어느 시인의 문장 그대로, 소리 없는 아우성처럼, 깃발처럼 그것은 펄럭였다. 출입처와 신문사를 오가는 우물 안에서 왜 이러고 사는지 헷갈렸던 기자는 어쩌다 살펴본 미국 퓰리처상 홈페이지에서 깃발을 보았다. 맑고 곧은 저널리즘의 푯대 끝에서 백로처럼 날개를 펼친 깃발들이 손짓했다. 이리 와, 이 깃발을 따라 기사 써, 아우성치고 있었다. 예컨대 ‘공공 봉사’(public service)의 깃발은 오직 공익을 높이는 게 기자의 최고 지향이라며 높은 곳에서 펄럭였다. ‘수사 보도’(investigative report)의 깃발은 검·경의 발표를 받아쓰지 말고, 기자 스스로 증거를 수집해 권력을 고발하라고 엄중하게 펄럭였다. 완성도 높은 문장으로 독자를 기사에 몰입시켜야 한다며 부드럽게 펄럭이는 ‘피처 쓰기’(feature writing)의 깃발도 있었다. 10여 개 부문을 일별하면서 눈이 딱 뜨였다. 이런 기사 쓰면서 기자로 살면 되겠구나 싶었다.
2023년도 국정감사가 막을 올린 가운데 신문에 따라 주목하는 국정감사 쟁점이 갈렸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가짜뉴스’ 논쟁을, 한국일보는 법제사법위원회 대법원장 공백 공방을 국정감사 머리기사로 다뤘고,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국정감사 대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시스템 보안점검을 사회·정치 톱으로 올렸다.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국정감사는 ‘파행’이었다. 야당 의원들이 신원식 국방부 장관 임명을 철회하라는 피켓을 들자 여당이 국감 파행을 선언했다. 10시 시작 예정이었던 국감은 야당 의원들이
미국은 세계 평화보다 자국 안보를 최우선하는 법을 만들어 놓은 것은 물론 자국이익에 필요할 경우 베트남전 확전, 이라크 침공에서 보듯 가짜 뉴스를 동원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한국을 포함한 해외 우방국 권력기관 도감청 사실까지 밝혀진 바 있다. 윤석열 정부는 미국의 이런 특성에도 불구하고 ‘무오류, 절대 선’이라는 식의 초강력 신뢰와 안보의존으로 올인하고 있다. 미국이 자국법으로 지구촌을 상대로 유무형의 제재, 통제를 강행하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미국의 해외정보감시법(FISA) 702조의 경우 9.11 테러 이후 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후쿠시마 오염수를 24일 방류하겠다고 발표했는데도 우리 정부와 여당이 ‘과학적으로 문제가 없지만 찬성하거나 지지하는 것 아니다’라고 주장해 말장난이라는 비판이 거세다.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23일 오전 CBS 라디오 에 나와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의 ‘과학적으로 문제 없지만 찬성하는 건 아니다’라고 한 발언을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은 “정부가 너무 겉 다르고 속 다른 것 같다”며 “이미 윤석열 대통령이 7월12일 리투아니아 나토 정상회의에 가서 한일 정상회담을 할 때 분명히 기시
KBS와 MBC가 시사주간지 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각각 영향력 1위와 신뢰도 1위를 기록했다. KBS는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언론매체 영향력 조사에서 36.4% 지목률로 1위를 기록했다. 조선일보가 36.2%로 2위였고, 3위는 33.8%의 MBC였다. KBS는 전년 대비(39%) 하락했고, 조선일보는 전년 대비(32.4%) 상승했다. MBC는 전년 대비(25.8%) 가장 눈에 띄는 상승세를 보였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 연속 영향력 1위였던 JTBC는 2020년 1월 손석희의 하차 이후 지속적인
미국 학교에는 1만4000명에서 2만 명 정도의 학교 경찰관이 상주한다. ‘학교 자원 담당관’으로 부르기도 한다. 1999년 컬럼바인 고등학교 총격 사건 이후 학교 내 경찰 배치가 본격화됐는데, 이 과정에 10억 달러 이상의 예산이 투입됐다.일종의 학교 보안관이다. 총기, 마약, 싸움, 성폭력 등을 단속하고 징벌한다. 사회의 사법화를 넘어 ‘학교의 경찰화’가 구축된 것이다. 표면적으로 학교 내 강력 범죄가 줄어든 듯 보이지만, 되려 범죄 규모와 처벌이 증가했다. 침 뱉기, 작은 다툼, 휴대폰 사용, 복장 문제 등 예전엔 교사들에 의
윤석열 대통령이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후임 인선과 최민희 방송통신위원 임명을 하지 않아 그 배경이 주목된다.오는 31일이면 한 전 위원장의 잔여 임기가 종료된다. 최민희 위원 임명도 100일 넘게 하지 않아 현재 방통위는 전체 5명의 위원 가운데 3명의 위원이 위원회를 운용중이다. 오는 8월23일이면 김효재 방통위원장 직무대행과 김현 위원도 임기가 만료된다. 방통위를 편법 위법 운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위원(간사 조승래)들은 19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방통위를
리투아니아 현지 매체가 지난 12일(현지 시간) 란 기사에서 “김 여사가 빌뉴스 시청광장 주변의 패션 부티크 5곳을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이를 둘러싸고 대통령실 해명이 더욱 논란을 키운 가운데 조선일보가 김 여사와 대통령실을 비판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18일자 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대통령 부인이라도 해외 순방 중 공식 일정 외에 자유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법적, 외교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개인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리투아니아와 폴란드 등 해외순방길에 오른 김건희 여사의 행보와 관련해 많은 언론은 이렇게 보도했다. 평소 친환경을 중시하고 친환경 소재로 만든 합리적인 가격대의 국내 가방을 들었던 김건희 여사이기에 이번 순방길에서도 환경친화적인 국내 제품들을 많이 알릴 것이라고.김건희 여사가 순방길을 떠나면서 순항기 출입문 끝에서 손을 흔드는 사진은 언론의 단골 보도 내용이다. 김 여사가 든 가방이라는 제목으로 사진과 함께 특정 제품의 이름과 가격, 그리고 그 안에서 메시지를 찾는 내용이다.이를테면 파리 순방길에 오른 김건희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 ‘북한의 핵미사일은 유럽까지 타격할 수 있는 실질적인 위협으로 공동대응하자’고 강조한데 이어 지난 16일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했다. 윤 대통령의 이런 행보는 미국이 추진하는 중국과 러시아를 포위하는 신냉전 전략의 최전방에서 활약하는 것으로 해석돼 향후 남북관계는 물론 중국, 러시아의 관계가 크게 냉각될 조짐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나토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확대하고,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며 러시
17일 오전 7시 기준 폭우로 13명이 사망한 ‘오송 지하차도 참사’에 언론이 일제히 ‘예방할 수 있는 인재’라고 지적했다. 홍수통제소가 사고 4시간 전 홍수 경보를 발령했고, 2시간 전에는 주민 대피를 요청했지만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지하차도를 통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고 1시간 전에는 ‘제방이 유실될 것 같다’는 취지의 주민 신고도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지난 15일 오전 8시 30분경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가 물에 잠겨 17일 현재 1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미호천교 인근 제방이 유실돼 2~3분만에 6만t
리투아니아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TV조선 재승인 의혹으로 구속기소된 윤석년 KBS 이사를 해임했다. 지난 12일 방송통신위원회(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가 윤석년 KBS 이사 해임을 건의하기로 의결한지 하루 만에 내려진 결정이다.13일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2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마친 이후 윤석년 이사 해임안을 재가했다.앞서 지난 12일 오전 방통위는 “윤석년 KBS 이사는 공영방송 이사로서 사회통념상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이 요구됨에도 불구하고 위법한 행위를 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장기화하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야권의 김건희 여사 일가 땅 특혜 의혹을 “거짓 의혹”이라 주장하며 사업 백지화 입장을 밝힌 가운데, 정부는 경기 양평군 양하면과 강상면을 잇는 노선이 최적이라는 판단을 고수하고 있다.주요 쟁점으로는 ‘강상면 종점’ 노선의 등장이 꼽힌다. 11일자 경향신문은 국토교통부가 과거 민간투자사업으로 고속도로 사업을 계획했을 때에도 강상면 종점이 내부적으로 논의됐다고 밝힌 것과 달리, 민간건설사들이 제시했던 노선 종점은 양서면이었다고 보도했다. 200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일가에 대한 특혜 의혹이 제기된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의 전면 백지화를 선언했다. 특혜 논란에 국책사업을 직권으로 중단시킨 데에 7일 아침신문들은 논조를 막론하고 “이해하기 힘들다”며 선언 철회를 주문했다.윤석열 대통령이 6일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문화특별보좌관에 임명했다. 신문들은 유 특보의 장관 재임 당시 문체부 2차관이었던 김대기 현 대통령 비서실장이 유 특보를 추천했다고 보도하며 “MB 시즌 2”라는 비판이 다시 제기됐다.민주당이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
러시아의 ‘프로파간다’(선전·선동)에 아직 한국은 둔감하지만 유럽, 영미권에선 ‘생사’가 달린 문제다. 조직적으로 퍼뜨리는 허위조작정보를 믿는 사람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 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전쟁을 시작했다거나 푸틴은 평화를 원하는데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원하고 있다는 식이다. 각국의 유력 언론은 이를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하고 싸울 태세를 보이고 있다.지난달 28일 서울 코엑스에서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SNU팩트체크센터와 국제팩트체킹연맹(IFCN)이 주최한 ‘글로벌팩트10’가
‘(기자는) 칼럼 쓰지 맙시다’라고 지난 글에 썼다. 이에 대한 전형적 반론이 있다. ‘사실과 의견을 딱 잘라 구분할 수 있는가?’ 물론 그 경계는 굵은 직선으로 그어져 있지 않다. 사실과 의견의 경계는 해변을 닮았다. 쉼 없이 몰아치는 파도에 덮이지만, 끝내 바다에 빨려 들어가지 않는 땅이다. 그 해변에서 기자는 사실을 모래알 단위로 잘게 부수어 분석(analysis)하고, 그 연관을 해석(interpretation)하며, 복잡한 관계를 설명(explanation)하여, 독자에게 맥락(context)을 제공한다. 이 네 범주는 의
미국은 태평양전쟁 종전이 가까워오면서 소련이 동북아시아로 진입할 경우에 대해 극도의 경계심을 보였으며 이런 태도는 일본 항복이전과 이후 일관되게 미국의 동북아 정책에 반영되었다. 미국의 한반도에 대한 전후 점령정책도 이런 기조에 맞춰져 집행되었다.미국은 전후 동북아에서 소련을 견제할 구도를 만들기 위해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을 추진했으며 이 조약은 일본이 미국의 대소 동북아 전진기지로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다. 미국은 이에 따라 전범국가 일본에 대해 전범 처리와 전후 배상문제를 최대한 가볍게 하는 방식을 만들어 오늘날 한일간에 논란이
취임 1주년을 맞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평가 항목에서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를 떼어놓을 수 없다. 대선을 앞둔 지난해 12월 본인의 허위경력 의혹 등에 눈물의 사과를 했던 김 여사는, 윤 대통령 취임 후 ‘조용한 내조’라며 활동을 재개했고, 최근 들어선 단독 행보나 정책 관련 입장 발표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8월 시사저널 조사에서 분야별 전문가 500명은 김 여사를 ‘대통령에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았다. 9일 MBC ‘100분토론’ 조사에서도 김 여사는 ‘윤석열 정부 1년을 정리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 2위에
MBC 기자·PD 다수가 조합원으로 가입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에서 윤석열정부 1년을 맞아 노보를 내고 “지난 1년은 MBC 탄압의 역사”라고 자평한 뒤 “윤석열정부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처럼 검찰, 경찰, 감사원 등을 총동원해 MBC를 몰아붙였다. 국민의힘은 하루가 멀다 하고 MBC에 대해 노골적인 저주의 주문을 쏟아냈다”고 했다. 노조는 “정권의 무도한 탄압에 맞서 MBC를 지키는 것은 언론 자유와 법치 수호를 위한 우리의 사명”이라고 했다. 지난 1년간 MBC는 정부여당과 대척점에 있는 상징적 언론사였다. 202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