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시작된 KBS 감사 기간이 거듭 연장되고 있다. 올해 4월까지 세 번째 기간 연장이 이뤄지면서 공영방송 관련 감사가 장기화하는 배경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의심이 높아지고 있다.

감사원은 KBS 내부의 소수 노조(KBS노동조합)와 보수성향 단체들의 국민감사청구에 따라 지난해 9월 ‘한국방송공사(KBS)의 위법·부당행위’ 감사에 착수했다. 현장조사 격인 실지감사는 지난해 11월4일 끝났지만 이후 절차가 연일 미뤄지고 있다. 감사 실시를 결정한 날부터 60일 안에 감사를 종결한 뒤 10일 안에 감사 결과를 청구인에게 통지하되, 상당한 기간을 정해 연장할 수 있다는 국민감사 관련 규칙을 근거로 삼은 것이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본관. 사진=KBS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본관. 사진=KBS

이에 10월말경으로 예상됐던 감사종료일은 지난해 12월30일로, 다시 올해 2월28일로 두 차례 연장됐다. 이어 내달 7일까지 세 번째 감사 기간 연장이 이뤄졌다고 문화일보 등이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감사 기간이 또다시 연장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6일 감사원 홍보담당관실 측은 “(실지)감사를 다녀오면 정리하는 데 시간이 소요가 될 수도 있지 않나. 그런 사유를 달아서 청구인에게 4월7일까지 감사 결과를 알려주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절차나 기한에 대해선 “일반적으로는 감사위원회를 거쳐서 결과가 나오면 처리가 된다”며 “사유가 생겨서 연장하게 될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방송 관련 기관에 대한 감사 장기화는 방송통신위원회 사태에서 예견돼왔다. 지난해 7월 방통위 정기감사에 나선 감사원은 9일 만에 실지조사를 마쳤고, 그 직후인 9월 검찰에 ‘TV조선 재승인 점수 조작 의혹’ 수사를 의뢰했다. 정작 본 감사는 9개월째 ‘감사보고서 작성’ 단계에 멈춰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무슨 이유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감사)위원회가 감사보고서 의결을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감사원 홈페이지에 게재된 방송통신위원회 감사 현황(2023년 3월 6일 기준)
▲감사원 홈페이지에 게재된 방송통신위원회 감사 현황(2023년 3월 6일 기준)

이번 달 들어서는 MBC 대주주이자 경영 등을 감독하는 방송문화진흥회 감사가 시작됐다. KBS와 마찬가지로 보수성향 단체들의 국민감사청구(방송문화진흥회의 MBC 방만 경영에 대한 관리·감독 해태)를 받아들인 감사원이 감사에 나선 사안이다.

방통위에 이어 양대 공영방송 모두 감사 대상에 오른 것을 두고 감사는 형식일 뿐, 그 이상의 의도가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문화일보는 3일 “감사원이 MBC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와 KBS의 ‘동시 감사’에 나서, 양대 공영방송에 대한 본격 개혁의 발화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고 했다. 

▲서울 종로구 감사원 ⓒ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감사원 ⓒ연합뉴스

강성원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장은 통화에서 “감사원장이 ‘감사원은 정권(대통령)의 지원기관’이라면서 독립성을 훼손하는 발언을 했던 감사원이 12월, 2월에 이어 또 감사기간을 연장했다”며 “(문제가) 안 나오는데 계속해서 뭐라도 잡으려고 하는 게 아닌지 충분히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특히 MBC에 대해선 사장이 바뀌자마자 감사에 들어가지 않았나”라고 했다.

이어 강 본부장은 “KBS는 원래 정기감사 등 감사를 받는 곳이다. 감사 항목 자체도 복잡한 것들이 아니다”라면서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흔들기 위한 포석, 사전 작업으로서의 감사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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