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전방위적인 압수수색과 구속영장 청구로 인해 방송통신위원회가 흔들리고 있다.

검찰은 2020년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방통위 직원들이 TV조선 재승인 심사위원에게 평가점수를 낮춰달라 요구했다고 보고 있다. 원래 점수는 재승인 기준을 넘겼지만 방통위 직원들과 심사위원이 공모해 점수를 조작했고 그 결과 점수가 미달돼 TV조선이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다.

하지만 담당 공무원과 심사위원은 점수 조정 과정은 심사 위원 개인 권한에 속하며 조정하기 전 기존 점수까지도 투명성을 위해 두줄로 긋고 남겨놨다며 검찰 주장은 허위사실이라고 맞서고 있다.

현재 방통위 직원 2명과 당시 심사위원장을 맡은 윤아무개 현직 교수까지 구속됐다. 검찰은 한상혁 방통위원장을 압수수색한데 이어 소환 조사 일정까지 조율하고 있다. 현직 방통위원장이 피의자로 입건돼 검찰에 불려가서 죄를 묻는 ‘그림’이 그려지면 한 위원장이 자진사퇴 초읽기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할 걸로 예상된다. 유무죄를 떠나 한상혁 위원장이 위원장직에서 물러나면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

▲ 방송통신위원회의 TV조선 재승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한상혁 방통위원장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선 가운데 2월16일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 건물 앞에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다. ⓒ 연합뉴스
▲ 방송통신위원회의 TV조선 재승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한상혁 방통위원장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선 가운데 2월16일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 건물 앞에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해 6월부터 방통위원장이 국무회의에서 배제된 것은 스스로 물러나라는 압박 신호로 해석됐다. 그런데 한 위원장이 버티자 감사원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TV조선 재승인점수 조작 의혹이 파도처럼 밀려온 것이라는 시각이 팽배하다.

한 위원장이 물러나야지만 가능한 일들을 유추해보면 전방위적인 방통위 압박의 최종 목표 역시 가늠해볼 수 있다. 압박에 못이겨 방통위 수장이 교체되고 3월 중 임기만료인 야당 추천 상임위원이 바뀌면 정권과 여권에 유리한 방통위 체제가 된다.

이런 방통위 이사회 구조 하에 소위 ‘좌파공영방송’ 인사를 손 볼 수 있는 해임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언론장악 시나리오다. 해당 내용은 보수 진영에 있는 시민사회단체가 주장하는 것이기도 하다. 방통위 수장 교체 압박 이면엔 방송독립기구를 정치 권력의 통치 수단으로 삼아 언론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불순한 의도가 깔려 있다.

TV조선 재승인심사 점수 조작 의혹 수사 결말을 예단할 수 없지만 무위로 돌아가더라도 압박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은 어렵지 않다. 수면 위에 본격적으로 떠오르지 않았지만 경기방송 재허가 문제가 그것이다.

지난 3일 조선일보는 칼럼을 통해 TV조선 문제 이외에 지난 2019년 경기방송 재허가 심사에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예령 전 경기방송 기자가 문재인 전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서 “현실 경제는 얼어붙었는데 대통령이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고, 그 자신감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여쭙는다”고 질문했는데 해당 질문 때문에 경기방송이 괘심죄에 걸렸고, 방통위가 경영개입 소지가 있는 부대 조건을 달아 조건부 재허가를 내주자 경기방송이 이를 못 이기고 자진 폐업했다는 것이다. 비상식적 주장이다.

▲ (구) 경기방송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자료사진
▲ (구) 경기방송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자료사진

경기방송 사태는 지난 2019년 일본 불매운동과 관련해 방송 책임자가 부적절한 인식을 드러내고 보도를 지시했던 문제로부터 시작됐다. 이후 해당 논란은 방송 책임자의 보도 공정성 문제로 확대됐다. 방통위 재심사 과정에서 방송법과 상법 위반 문제가 제기됐다.

하지만 경기방송은 경영투명성 제고 및 편성 독립성 강화 제출 요구에 사실상 무시 전략을 펴다 재허가 심사 미달 점수를 받았다. 그럼에도 방통위는 시청권 보장과 경기방송의 지위를 고려해 조건부 재허가를 결정했지만 경기방송 경영진은 자진폐업을 전격 결정하면서 방통위의 재허가 결정을 무색케했다.

전직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나온 질문이 발단이 돼 괘심죄에 걸려 폐업에까지 이르렀다는 주장은 이런 과정에 눈을 감고 ‘언론탄압’이라는 결과를 어거지로 꿰맞춘 것이다. 보도 논란 책임자의 사퇴와 사과로 매듭짓고 경기방송이 새롭게 거듭날 기회를 스스로 걷어찬 것이 경기방송 사태의 본질인데도 문재인 정권 괘심죄에 걸려들었다는 주장을 덫으로 놓은 것이다.

▲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2월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2월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상혁 방통위원장을 비호하는 게 아니다. 언론장악 시나리오 역시 믿고 싶지 않다. 다만 현재 방통위를 흔드는 손의 장본인은 분명 웃고 있을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이 물러나면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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