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안혜나 기자.
▲디자인=안혜나 기자.

예상대로 감사원 감사 이후 검찰이 빠른 속도로 움직였다. 서울북부지검은 지난 23일 방송통신위원회를 압수수색했다. 피의자는 2020년 TV조선 재승인 심사에 참여한 방통위 전·현직 공무원 4명과 복수의 심사위원이다. 검찰은 심사위원들의 자택과 사무실까지 압수 수색했다. 감사원이 민간인 신분의 심사위원들을 상대로 전례없는 조사를 벌일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압수수색영장에 따르면 검찰은 방통위가 TV조선 재승인을 막고자, 2020년 3월19일 오후 11시58분경부터 3월20일 오전 9시44분경 사이 심사위원 3명을 불러 공무상 비밀인 TV조선 평가점수를 알려주고 점수 수정을 요구했다고 보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무상비밀누설,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를 적용하고 있다. 

이 같은 검찰의 전격적인 수사에 심사위원들은 반발하고 있다. 학계 추천으로 당시 심사에 참여한 정미정 박사(언론정보학회 추천)와 채영길 한국외대 교수(언론학회 추천)는 지난 26일 “심사위원들이 마치 불법적 행위를 공모한 것처럼 허위 사실을 만들어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벌이는 검찰의 행태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두 전직 심사위원은 “검찰은 방통위 담당자들이 심사위원 3명을 불러 TV조선 평가점수를 수정하도록 요구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반박하며 “심사과정에서 점수 조정 및 수정은 심사위원 개인의 고유권한이자 통상의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방통위 복수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심사과정 점수 조정은 다른 심사에서도 일상적으로 이뤄진다.

두 전직 심사위원은 “심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평가점수 변경과정까지 기록하자는 방통위 지침에 따라 점수 수정 시 기존 점수에 가로 두 줄을 긋고 다시 채점한 점수를 기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과거에는 수정 시 용지를 새로 주었는데, 만약 검찰 주장대로 ‘조작’ 의도가 있었다면 이 같은 새 지침을 따를 리 없다는 설명이다. 

검찰 판단에는 허점이 있다. 김현 방통위 상임위원은 지난 16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2020년 재승인 당시 TV조선에서 별다른 이의 제기가 없었다. 공정성에 대한 문제 제기를 수용한 것으로 속기록 상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TV조선은 2017년 재승인심사보다 높은 점수를 받고 그해 재승인을 받았다. ‘범죄의 목적’이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하지만 검찰이 현재 혐의를 가지고 무리한 기소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애초 감사원-검찰의 목적은 “이전 정부가 임명한 방송통신위원장 강제 축출”(민주언론시민연합)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조직을 흔들어 ‘사퇴’를 유도하는 것이다. 검찰은 한상혁 위원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할 가능성이 있다. 검찰의 칼끝이 문재인정부 청와대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TV조선 사옥.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TV조선 사옥.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이번 표적 감사와 전격적인 검찰 압수수색이 TV조선의 차기 재승인 심사를 염두한 것이란 해석도 있다. TV조선은 2023년 4월까지 재승인 심사를 받아야 하고, 늦어도 내년 2월에는 심사위원회가 구성될 예정이다. 방통위 고위관계자는 일련의 상황을 두고 “내년 심사에서 TV조선에 낮은 점수를 주는 사람은 보복당할 수 있다는 메시지”라고 우려했다. 

공교롭게도 “방통위가 TV조선 공정성 점수를 조작한 정황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며 단독 보도하며 ‘조작’ 프레임을 최초로 구성한 언론사는 TV조선(9월7일자)이었다. 윤두현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장은 다음 날(8일) “한상혁 위원장은 조작 의혹에 대해 어쭙잖은 변명 대신 분명하게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라”며 ‘조작’ 프레임에 적극 호응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감사원이 황당한 의혹을 검찰에 이첩했다. 수사는 이미 결론이 정해져 있다. 이번 시나리오는 정치탄압에 그치지 않고, 20%대로 추락한 대통령 지지율을 반등시켜 국정 동력을 얻기 위한 방송장악 시도”라고 주장했다. 현 방통위원장이 물러날 경우 국민의힘이 주장해온 KBS‧MBC 등 공영방송사 경영진 교체가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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