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방송통신위원회 감사 과정에서 공무원이 아닌 종합편성채널·보도전문채널 재승인 심사위원들의 출석을 요구해 논란이다. 감사원은 2020년 상반기 재승인 심사에 참여한 심사위원들에게 ‘심사 과정에서 부정이 있었다’는 전제로 질문하는 등 TV조선·채널A 재승인 심사를 ‘타깃’으로 하는 모양새다.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감사원 행정안전감사국 4과는 지난달 초부터 종편·보도채널 재승인 심사에 참여한 심사위원 13명(위원장 포함)을 조사하고 있다. 감사원은 전 심사위원들을 방문해 조사하거나, 공문을 보내 특정일에 출석할 것을 요구했다. 감사원은 공문에서 “지정기일에 반드시 출석하여 주시기 바란다”며 “출석이 불가능할 때는 사유 및 출석가능 일자를 회보해달라”고 요청했다. 출석에 응한 일부 심사위원들에 따르면 조사는 1~2시간가량 소요됐다.

▲ 서울 종로구 감사원 모습. ⓒ 연합뉴스
▲ 서울 종로구 감사원 모습. ⓒ 연합뉴스

감사원법 50조에 따르면 감사원은 외부 인사에게 출석 답변을 요구할 수 있다. 다만 출석 답변 요구는 감사에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감사원은 ‘감사원법 제50조’에 따라 조사했다는 입장이지만 일부 심사위원들은 감사원이 외부 인사이자 민간인인 전 심사위원을 상대로 무리한 조사를 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평가는 심사위원장을 제외한 전원이 참여한다. 심사위원 12명이 채점하며 1000점 만점에 650점 이상을 받아야 재승인을 통과한다. 항목별 최고점·최저점은 합산 점수에서 제외한다. 평가 결과 650점 미만이거나, 중점 심사항목인 ‘공적책임’에서 절반 이하의 점수를 받으면 조건부 재승인을 하거나 재승인 취소가 가능하다.

TV조선은 2020년 심사에서 총점 653.39점을 받았으나 공적책임 항목에서 104.15점(210점 만점)을 받아 조건부 재승인이 결정됐다. 채널A는 총점·공적책임 항목에서 재승인 통과 기준을 충족했으나 검언유착 의혹으로 인해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될 경우, 재승인 처분을 취소할 수 있다’는 조건이 부가됐다.

감사원이 ‘재승인 심사 결과가 조작됐다’는 결론을 정하고 이를 확인받기 위해 감사를 벌이고 있다는 게 심사위원들의 주장이다. 

전 심사위원 A씨는 “감사원은 ‘점수를 조작했다는 정황이 있다’면서 이를 확인하려 했다”며 “위원 몇 명이 점수를 수정했다고 주장했다. (결론을) 끌고 가는듯한 느낌이 들어서 굉장히 불쾌했다”고 지적했다. 전 심사위원 B씨는 “감사원이 누군가를 문제 삼으려고 한 것 같았다. 심사 2년이 지난 상황에서 다시 감사에 나선 것을 보면 의도가 불순해 보인다”고 비판했다.

전 심사위원 C씨는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고 심사를 한건데, 그 과정에 대해 묻는 게 기분이 나빴다. 감사원이 2년 지난 이야기를 다시 꺼내 ‘기억을 되살리라’고 하는 것이 유쾌하지 않다”고 밝혔다. 전 심사위원 D씨 역시 “이런 식이면 앞으로 누가 종편 재승인 심사를 할 수 있겠나”라고 꼬집었다.

감사원은 심사위원별 점수가 취합된 이후 방통위와 일부 심사위원이 점수를 조작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복수의 전 심사위원에 따르면 감사원은 전 심사위원들에게 “채점표를 제출한 후 방통위와 일부 심사위원이 점수를 수정하는 것을 봤는가”라고 집요하게 물었다고 한다. 전 심사위원 E씨는 “심사 점수 수정에 관해 계속 질문을 했다”며 “방통위와 일부 심사위원 주도로 뭔가 이뤄진 게 있는지 밝히려는 듯했다. 하지만 그런 기억은 전혀 없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감사원 홍보담당관실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감사가 끝난 후에는 공개할 수 있지만, 진행 중인 사건에 대답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감사원이 종편 재승인 심사위원회처럼 외부인으로 이뤄진 심사위원회를 감사한 전례가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공개를 안 하거나, 감사 결과로 나오지 않은 것은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 미디어오늘이 감사원·방통위 홈페이지에 올라온 감사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감사원이 종편 재승인 심사위원회를 감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TV조선과 채널A.
▲TV조선과 채널A.

감사원은 최근 방통위를 상대로 고강도 감사를 벌였다. 감사원은 예비감사 없이 곧바로 본감사에 돌입했으며, 방통위에 상설 감사장을 설치했다. 또한 감사원은 방통위 직원들이 사용한 하드디스크 포렌식(디지털 증거분석)에 나섰다. 이에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7월29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피감기관의 기관장이라 감사의 적절성에 대한 언급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정기감사의 업무 범위를 넘어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지난달 1일 보도자료를 내고 “위원장 사퇴를 압박하기 위한 감사가 전혀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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