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포털 시대 디지털 혁신]

언론계 ‘탈포털’이 화두입니다. 언론사들은 유료화를 염두에 둔 전략을 실행하거나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언론계엔 조직문화, 수익구조, 콘텐츠 등 혁신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2023년 언론 혁신의 현황을 진단하고 더 나은 논의를 위해 연구자, 현업인, 전문가들을 만납니다. -편집자주-

 

‘퍼블리시뉴스와기술연구소’(이하 연구소). 외우기 쉽지 않고, 말하기도 어렵다. 연구소 이름이 결정되기까지 무려 2~3달이 걸렸다고 한다. 연구소는 기사 보상 시스템인 ‘퍼블리시 아이디’를 만든 스타트업 퍼블리시의 부설 기관이다. 언론인과 언론인 연구자를 영입한 ‘뉴스 분야’의 민간 연구소다.

연구소 이름을 보면 ‘뉴스’만이 아닌 ‘뉴스’와 ‘기술’에 방점을 찍었다. 김위근 소장은 “언론사는 기본적으로 기술 기업이다. 과거 신문사는 인쇄 기술의 최고봉, 방송사는 전파 기술의 최고봉이었다. 그러나 인터넷 시대가 오면서 기술에 올라타지 못했다”며 “지향점은 명확하다. 저널리즘은 뉴스 콘텐츠와 기술의 통합이 아닌 융합이다. 콘텐츠+기술을 융합해 저널리즘의 품질을 향상시키자는 것, 언론계에 도움을 주는 실험이 모토다. 그래서 ‘뉴스와기술연구소’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김위근 퍼블리시뉴스와기술연구소장, 강미혜 책임연구원, 김형준 연구원, 손유진 미디어크리에이터, 최진순 부소장. 사진=퍼블리시뉴스와기술연구소.
▲(왼쪽부터) 김위근 퍼블리시뉴스와기술연구소장, 강미혜 책임연구원, 김형준 연구원, 손유진 미디어크리에이터, 최진순 부소장. 사진=퍼블리시뉴스와기술연구소.

연구소는 지난해 2월10일 출범했다. IT, 정치 등 여러 분야엔 현안을 들여다보고 분석하는 ‘연구소’가 많은데 뉴스 분야의 민간 연구소는 찾기 힘들다. 50명의 인력을 가진 퍼블리시는 25명의 개발자를 두고 있는데, 연구소는 이들이 만든 데이터를 분석하는 업무를 맡는다. 이 외에도 ‘뉴스 분야의 기술’ 관련 해외 동향을 포착하고 국내 언론 현황 분석, 언론인 교육 등의 역할을 맡는다. 지역대학과 연계해 뉴스미디어 창업 과목도 맡고 있다.

연구소는 지난달 12일 ‘2022 언론사 IT 종사자 68명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해 언론의 기술 외면과 기자 중심적 운영 문제를 조명했다. IT 종사자와 기자들, 뉴스룸(편집국, 보도국 등)과 협업이 점점 늘어나는 상황임에도 ‘정기적이고 공개적인 회의 또는 미팅에서 커뮤니케이션한다’는 응답은 8.8%에 불과했다. 기자들이 주로 결정 권한을 쥐고 있는 등 기자 중심으로 돌아가는 언론사에서 IT 종사자들과 기자들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위근 소장(퍼블리시 최고연구책임자, 전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과 최진순 부소장(전 한국경제 기자)을 지난 2일 서울 중구 퍼블리시 사무실에서 만나 연구소의 역할과 저널리즘의 품질 향상을 위한 제언을 들었다.

- 기업인 퍼블리시가 미디어 관련 연구소를 만든 이유는.

김위근=우리가 기술 스타트업이지만, 이 기술을 언론 분야에서 잘 구현하기 위해서는 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회사 대표가 말해왔다. 회사의 기술이 어떻게 활용될 것인지 연구가 필요하다는 거다. 제가 맡고 있는 부문은 연구, 교육, 정책 등이다.

최진순=연구소 관점에서 보면 언론은 언론사, 시장, 수용자, 비즈니스와 관련된 연관기업들(광고 회사, 마케팅 회사, 기술 기업, 솔루션 기업)로 둘러싸여 있다. 언론 생태계에서 연구소가 공백으로 존재한다. 어떤 현안이나 사안에 대해 정확하게 해석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들이 있을 거다. 연구소가 할 수 있는 기능이나 역할이 중요한데, 여러 이유로 그런 역할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면 이 기업은 왜 연구소를 하려고 할까? 블록체인 비즈니스를 하는 데 있어서 인식 형성이 중요하다. ‘언론사 IT 종사자 조사 결과’가 그 예다. 중요한 메시지를 내면 언론사, 수용자, 시장도 관심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 최근 언론사 IT 종사자 인식조사를 발표했다. 조사하게 된 배경은.

최진순=개발자들이 언론사 디지털 환경에서 20여년 동안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이들이 중요하다는 점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개발자들이 중요한 기술 이슈를 얼마나 들여다보고 있는가가 언론의 디지털 혁신 전환에서 중요한 포인트다. 사실 개발자 접촉이 어려웠다. 큰 언론사는 개발 조직이 이원화(분사)되어있거나 핵심적인 리더가 없기에 목소리가 집약되어있지 않아 접촉할 포인트가 없었다. 이런 가운데 한국언론정보기술협회와 연락이 됐고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기본적으로 조사했다. 이후 직접 접촉도 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경제, 매일경제, 부산일보, 국제신문, 대구일보, 영남신문, 강원일보, 지상파 방송사, 연합뉴스 등을 조사했다. 지역지 상당수와 전문지 같은 곳은 개발자 자체가 없었다.

▲퍼블리시뉴스와기술연구소 언론사 내 IT 종사자 조사 결과.
▲퍼블리시뉴스와기술연구소 언론사 내 IT 종사자 조사 결과.

-조사를 통해 어떤 생각이 들었나.

최진순=개발자 조직이 언론사 안에서 자기 목소리를 낼 수도 없고 고령화되고 있었다. 젊은 개발자들이 오지를 않으니까. 대형 종합일간지의 경우에는 그래도 많이 지원하지만, 나가기도 많이 나간다. 기자들의 지시에 따라야 하는데, 개발자의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이 안 된다. 단순히 처우 문제를 지적한 게 아니다. 언론사가 생각보다 너무 혁신하지 않고 업무에 대한 비전이 없어서 이직하고 싶은 의사가 다들 높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 조사를 통해 기자 중심 뉴스룸의 문제를 지적했다.

최진순=개발자들이 일이 없다. 일이 없으니까 나태해진다. 일이 없으니 투잡 쓰리잡을 뛴다. 다른 매체 SI(System integration,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정보시스템에 관한 기획부터 개발, 구축, 운영 등의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를 하고 있다. 일이 정말 없는 걸까? 그것보다 제대로 된 지시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기술 환경을 정확히 이해하면 A프로젝트는 어느 정도 기한이 걸린다는 걸 미리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결정 권한을 가진 책임자가 주로 기자인 경우가 많다 보니 공백이 생기게 기한을 설정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언론사 IT 인력이 치열성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거다. 조사에서는 여전히 IT 관련 직무가 앞으로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본인들의 역할이 5년 전과 큰 변화가 없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CMS(콘텐츠관리시스템, Contents management system)와 관련한 지적도 나왔다.

최진순= 한 언론사의 CMS의 경우 외부 서비스를 구매했는데 클라우드 비용을 예상하지 못해 이 부분의 비용을 계속 감당하고 있다고 한다. CMS를 자체 개발하고 기술 내재화를 했으면 이런 비용이 안 나갔을 거다. 자체 기술이 하나도 쌓이지 않고 있다. 대형 프로젝트를 외주 주면서 내부적으로 쌓인 게 없다는 거다. 기술 내용적 성장의 부재, IT 인력의 소극적·수동적 태도 등이 뉴스 생태계의 건강한 발전에 위험을 줄 수 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소규모 언론사나 지역지를 인터뷰하다 보면 자체 CMS를 꼭 제작해야 하냐고 의문을 제기하는데, 체계적인 고민이 전혀 없는 것도 참 아쉽더라. CMS조차 고민하지 않는데, 테크기업들이 블록체인, NFT, 메타버스 등을 이야기해도 언론사 내부에서 체계적인 수용이 가능할까?

김위근= 언론사가 기술을 100% 따라가기 힘들지만, 기술에 투자할 자본력은 높아졌다. 그렇다면 최소한 진화하는 기술을 따라가면서 자신의 콘텐츠와 연결하는 시도는 필요하다는 거다. 그렇지 않으면 ‘기술’은 언론사가 다룰 수 없는 영역이 되어버리는 거다. 혁신이라 할만 한 것이 없는 상황이다. 언론사 오너들도 마찬가고, IT와 관련된 지식이 쌓일 수 있는 여건이 안 되어있다는 게 문제다. IT기업과 대형 프로젝트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부적으로 기술 회사들과 협업할 때 프로젝트를 디자인할 수 있는 인력 정도는 키워야 한다.

- 이 외에 언론 혁신을 방해하는 최대 장애물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최진순= 돈이다. 매체가 크거나 작거나 혁신이 왜 지연되고 지체되고 왜곡되나 짚어보면 돈의 흐름인 매출원이 변화가 없다. 그니까 종이신문 기반의 광고 협찬이 메인 비즈니스다. 기존의 비즈니스가 낡고 고루하니까 새로운 걸 찾아내고 바꿔야 하는데 돈이 광고에만 몰려있으니 자꾸 여기에만 관심 갖게 된다.

김위근= 언론사 현업을 담당하는 분들이 교육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없다. 기본적으로 언론사는 짧게는 하루 매시간 단위 콘텐츠를 생산해야 한다. 그럼에도 콘텐츠의 생산을 통한 경쟁력은 높여야 하는데, 소진된다. 재교육이 중요한데 교육을 불필요한 것으로 취급하고 있다.

▲오는 4월부터 네이버는 뉴스 서비스에서 언론사 선택에 따른 아웃링크제를 도입한다. ⓒ연합뉴스.
▲오는 4월부터 네이버는 뉴스 서비스에서 언론사 선택에 따른 아웃링크제를 도입한다. ⓒ연합뉴스.

- 포털이 부분적 아웃링크를 도입하거나 도입을 앞두고 있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김위근= 포털이 그동안 전재료를 지불해 왔다. 그러나 이제 한국에서는 이 모델의 기한은 끝났다. 이제 포털에서 뉴스와 관련된 수익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건 맞다. 언론사 입장에서는 전재료가 없어지는 상황이라서 반강제로 경쟁 시장 안에 뛰어들고 있다. 문제는 과연 뉴스 콘텐츠 제휴사들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나. 온실 속 잡초인데, 정말 잘 준비하고 있냐는 거다. 그런 측면에서 우려스럽다. 포털이 아웃링크하든 인링크하든 뉴스 소비자가 공감할 수 있는 건 뉴스 콘텐츠 품질이다. 콘텐츠 품질을 향상하고 유통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기술이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하게 되면 보도자료를 (인공지능 툴에) 넣으면 바로 기사가 나올 거다. 종국에는 탐사보도가 중요해진다. 인공지능이 못하는 취재 역량이 있어야 한다. 교육 투자에 집중해야 한다면 그 부분에 대한 역량을 키워야 한다. 과거에는 보도자료를 일반인들이 볼 수 없었다. 부동산 이슈 터지면 이제는 일반인들이 국토부 홈페이지에 들어간다. 요약 잘못해서 기사 쓰면 기레기라 욕먹는다. 단순 전달이 아닌 정보들을 조직화하고 맥락을 파악해 스토리텔링 하는 게 중요하다는 거다. 챗GPT가 잘하는 거 말고 인간이 잘하는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 언론사들이 유료화를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최진순=구독모델은 독자 기반 수익모델이다. 그동안 우리 신문 업계나 언론의 비즈니스는 B2B 비즈니스였다. 이제 B2C 비즈니스를 하는 거다. 힘을 제대로 쏟아야 한다. 조직의 비중 조정 등 전방위적으로 힘을 쏟아야 독자 기반 수익모델이 가능하다. 독자 기반 수익모델을 만들려면 제품이 충분히 확보되고 있나. 그런 제품을 만들 조직이 갖춰지고 있는가. 구독모델로 나아가려면 기본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데이터 분석 툴이 갖춰지면서 다뤄져야 한다. 그런 시스템에 대한 접근을 하고 있는지도 물어봐야 한다. 결코 단기간에 끝날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지금 환경에서 그런 준비를 할 매체가 있나. 실망스럽다. 그럼에도 그런 방향을 가지고 접근하는 건 의미 있다. 중앙일보 유료화 시도는 내부적으로 구성원들에게 많은 시그널을 준다. 독자를 생각해야 한다는 유무형의 신호를 준다는 점에서는 체질 개선이 됐다. 더 나아가려면 앞서 제시한 질문들에 대한 답변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중앙일보는 지난해 10월부터 유료화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진=중앙일보 홈페이지.
▲중앙일보는 지난해 10월부터 유료화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진=중앙일보 홈페이지.

-뉴스미디어 창업을 대학수업과 연계한다고 했다.

김위근=앞서 연구소가 연구, 교육, 정책을 담당한다고 했다. 미디어 창업 교육을 어떻게 시킬 건지 담당하는 담당자가 있다. 왜 창업인가. 언론학과의 문제와 연관되는데, 실질적으로 과거엔 매체가 매스미디어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규모가 필요했다. 지금은 1인 미디어가 있다. 미디어 관련된 학과에선 학보사나 학교방송국 정도의 경험밖에 못 한다. 지금 정도의 기술 보편성을 생각하면 졸업할 때까지 미디어는 한번 운영해봐야 하지 않겠나, 그런 관점에서 접근했다.  뉴스미디어를 창업하는 이 프로그램을 손유진 미디어크리에이터와 실험하고 있다. 여기 전문가들이 함께 도와주고 있다.

학부의 전공과목에 ‘미디어 창업’ 수업을 넣으려 한다. 경쟁력 있는 아이템이 나오면 바로 창업을 하는 거다. 졸업할 때까지 미디어를 만들고 운영해봐야 한다. 이공계는 랩실이라는 게 있다. 프로젝트를 A부터 Z까지 해본다. 지금같이 미디어를 만들기 쉬운 세상에 학부생이 미디어를 운영해보지 못하고 있다? 그건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각 대학에 창업 프로그램들이 많다. 우리는 뉴스미디어 창업에 초점을 맞춘다. 이미 지역 몇몇 대학과 연계를  한 상태다. 뉴스타파저널리즘스쿨도 함께 하고 있다. 3개월 교육시키고 19명 중에 5명이 펠로우십을 한다. 1년 동안 가르친다. 마지막에 창업을 한다. 창업 파트를 우리 연구소가 담당한다.

-혁신에 있어 앞으로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최진순= 관건은 리더십이다. 일관되게 지속적으로 이 분야의 집중과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리더십이 발휘되어야 한다. 비즈니스 성격, 매체 성격을 바꾸고 모델을 바꾸는 거니까. 리더가 메시지를 보내고 구성원을 다독이고 나아가는 게 결정적인 역할이 될 거다. 구독모델로 나간다는 건 리더에 대한 전환적인 모멘텀일 수도 있다. 제대로 된 경영자는 기술을 이해하는 사람, 디지털 환경을 이해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

김위근= 브랜드가 강해야 한다. 한국 언론은 브랜드 가치 측면에서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있나. 이용자 입장에서 보면 1만 원 내외의 넷플릭스, 멜론에 내는 돈을 조선일보, 중앙일보 유료 모델에 낼 수 있나 살펴야 한다. 구독모델의 가격정책을 굉장히 다양하게 해야 한다. 콘텐츠를 재배치하고 구독모델 설계를 냉정하게 해보자. 내가 한 달에 멜론에 내는 돈보다 조선일보에 낼 만한 가치가 있냐는 걸 먼저 생각해봐야 한다. 이걸 고려한다면 2000원 가격의 상품을 낼 수도 있다.

- 언론 혁신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한 줄 평 부탁한다.

최진순= 핑계를 대는 사람이 아니라 방법을 찾는 리더가 나와야 한다.
김위근= 대전환의 변곡점에 빨리 올라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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