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와 언론매체를 직접 잇는 독자보상 R2E(Read to Earn) 서비스. 퍼블리시 링크는 언론사를 직접 방문해서 기사를 선택하고, 읽고, 공유하며 구독하고, 댓글을 남기는 독자에게 리워드로 NEWS토큰(코인)을 제공한다.” 포털에 갇힌 뉴스 생태계에 ‘탈포털’ 해법을 제시하겠다는 테크 미디어 기업 ‘퍼블리시’가 ‘PUBLISH iD’(퍼블리시 아이디) 플랫폼 소개란에 써 놓은 말이다.

지난해 9월 퍼블리시는 블록체인 기반 분산신원증명 기술을 적용한 통합인증 서비스 ‘PUBLISH iD’를 내놨다. 이용자는 이 플랫폼에서 한 개의 아이디를 가지고 ‘PUBLISH iD’와 제휴를 맺은 여러 언론사의 기사를 볼 수 있다. 이 플랫폼에 가입해 만든 아이디로 이용자들은 기사를 읽거나, 기사를 공유해 타인이 클릭하면 NEWS토큰을 받을 수 있다. 언론사마다 이용자에게 지급하는 코인의 액수는 다르다. 또 이용자는 적립된 코인을 자신이 후원하고 싶은 언론사나 기자에게 보상할 수도 있다.

▲퍼블리시 아이디 소개화면 페이지.
▲퍼블리시 아이디 소개화면 페이지.

현재 이 플랫폼은 클로즈드 베타(개발 중인 소프트웨어 등의 베타테스트를 어느 한정된 사용자가 실시하는 것) 서비스 중이다. 지난달 31일 퍼블리시가 발행한 NEWS토큰은 가상자산거래소인 고팍스(GOPAX)에 상장돼 원화 거래가 가능하게 됐다. 이날 퍼블리시는 “키오스크 결제 솔루션 기업 링크룩스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NEWS토큰을 실생활에 활용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생활에서 코인이 여러 용처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지난달 31일 기준 ‘PUBLISH iD’ 플랫폼을 통해 27개 매체의 뉴스를 볼 수 있다. 강원일보, 그린포스트코리아, 뉴스트리, 뉴스펭귄, 미디어펜, 벤처스퀘어, 세이프타임즈, 스마트타음스, 스포츠투데이, 아침편지 문화재단, 여성경제신문, 울산매일신문, 위키트리, 이모작뉴스, 전북도민일보, 중도일보, 충청일보, 충청투데이, 케미컬뉴스, 쿠키뉴스, 토큰포스트, 투데이신문, 티브이데일리, 프라임경제, 헬로우 DD, CBC뉴스 등.

퍼블리시와 제휴를 맺었으나, 아직 서비스를 도입하기 전인 김지방 쿠키뉴스 대표는 “탈포털을 준비해야 한다. 그러려면 독자들이 홈페이지에 올 수 있는 유인을 찾아야 하는데, 마침 뉴스를 읽거나 공유하면 보상을 한다는 퍼블리시 아이디가 나왔다”며 “앱 안에 들어가 실험해 보는 게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 뉴스에 대한 저작권을 인정해준다는 점도 장점으로 다가왔다”고 설명했다.

서비스를 도입한 윤미경 뉴스트리 대표는 “언론사들은 미디어가 포털에 의존하는 게 맞는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포털의 영향력은 계속 줄 것”이라며 “그러나 한국은 포털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이미 뉴스를 무료라고 여기는 상황에서 유료화 시도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윤미경 대표는 이어 “저희 매체는 속보성과 시의성 있는 기사보다 정보성 있는 뉴스가 많다. 실제로 참여 이후 정보성이 강한 과거 기사들의 트래픽이 많이 늘었다”고 밝혔다.

그는 “만일 퍼블리시 아이디가 잘 되면 제2의 포털이 될 것이라 우려할 수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퍼블리시 아이디는 기사를 읽으면 크리에이터(언론사), 이용자, 사용자 등이 모두 보상받는 선순환 구조다. 이 서비스가 성공할지 잘 모르겠으나, 독자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출발점인 서비스인 건 분명하다”고 했다.

▲2019년 11월18일자 매일경제 2면.
▲2019년 11월18일자 매일경제 2면.

‘코인 독자보상 시스템’을 자체를 도입한 건 퍼블리시가 처음은 아니다. 2019년 11월 매일경제가 ‘M코인’을 지급하겠다며 언론사 중에서 가장 먼저 이 시스템을 도입했다. 매일경제와 M코인 웹사이트에서 회원가입을 한 후, 모바일 웹 또는 앱으로 로그인해 기사 상단에 있는 ‘₩’ 표시를 눌러 카카오톡, 페이스북 등에 공유한다. 이 기사를 받아본 사람이 자동 재생되는 동영상 광고를 시청한 후 기사를 읽으면 기사를 공유한 사람에게 코인이 지급된다. 이용자는 지급받은 코인으로 쿠폰교환을 통해 스타벅스, 메가박스, 이디야커피 GS25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매일경제는 이 서비스를 1년을 채우지 못하고 종료했다. 예상만큼의 구독자가 모이지 않았고, 최초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담당자 부재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3월31일자 한국경제 9면.
▲지난해 3월31일자 한국경제 9면.

지난해 4월엔 한국경제가 신문 구독료를 매달 자동결제하면 구독료의 10%를 상장된 암호화폐인 클레이(KLAY)로 페이백 해주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 서비스는 현재까지 이뤄지고 있다. 한국경제는 지난해 3월31일자 9면 기사에서 “월 구독료의 10%에 해당하는 클레이가 매달 자동결제 후에 차곡차곡 적립된다. 즉 일반 정기 구독자에게 월 2000원 상당의 클레이가 지급된다”고 밝혔다. 한국경제는 이 같은 ‘코인 독자 보상 시스템’이 구독자 모집에 큰 영향을 미치는지 따로 분석하고 있지는 않지만, 현재까지 이 서비스를 유지하고 있다.

박대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코인으로 돈 벌겠다는 식의 접근이면 언론사가 왜 이걸 하냐는 생각이 들 수 있는데, 퍼블리시는 ‘테크 미디어 기업’을 표방하고 있다”며 “퍼블리시 아이디가 제2의 네이버가 되는 구조가 아닌 언론사들이 모여 탈 중앙화 방식으로 플랫폼을 만들어 보겠다는 건 의미가 있다. 이상적”이라고 설명했다.

박대민 교수는 이어 “투자자가 아닌 독자와 언론사, 사용자들에게 가장 많은 이익과 의사결정 권한이 주어지게 되면 커뮤니티가 활성화되고 팬덤이 생길 것”이라며 “그러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긴 어려울 것이다. 지금 단계에서는 돈을 벌려고 하는 생각보다는 미디어 본연의 역할에 우선 충실하고 비즈니스 기반을 마련하는 정도로 접근해야 한다. 시도 자체가 의미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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