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oar high and free. Didn’t know what I’m gifted‘ (나는 높게 그리고 자유롭게 날아. 내게 주어진 걸 알지 못했어)

서정적인 이 노래 가사는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 챗GPT가 만들었다. IT분야를 전문적으로 취재하는 미디어 스타트업 더밀크의 기자들이 챗GPT 등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17일 음원을 냈다. 음악을 잘 알지 못하는 ‘음알못’ 기자들이지만 인공지능 기술에 관한 뻔한 체험기 기사가 아닌 색다르면서 독자들에게 와닿을 수 있는 기사를 고민한 끝에 음원 제작 프로젝트 ‘I'mperfect’에 도전했다.

이 프로젝트는 “불가능한 일도 기술의 도움을 받으면 완전해지고 기술도 사람의 마음이 닿아 쓰여질 때 온전한 존재 가치를 찾아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더밀크의 송이라, 김영원, 문준아 기자를 16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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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밀크의 AI 음원 프로젝트 재킷 갈무리

인공지능 기술을 보여주는 여러 방법 중 음악에 도전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영원 기자는 “창의성이 사람의 전유물로 생각하기 쉽지만, 이마저도 AI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송이라 기자는 “음악은 친근하지만 막상 만드는 건 전문가 영역이라고 느껴진다. 이런 분야도 기계의 힘을 빌리면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음악을 택하게 됐다”고 했다.

작사는 챗GPT에 맡겼다. 문준아 기자는 “혼자 챗GPT를 만지며 글도 써보고, 기사도 써보고, 계산도 해보고 다양한 시도를 해봤는데 시를 부탁했을 때 가장 인상적이었다. 재능이 탐이 날 정도”라고 했다.

그가 ‘날개를 하나 가진 새에 관한 가사를 써달라’고 요청하자 챗GPT는 순식간에 가사를 만들어냈다. 진짜 노래 가사처럼 구절을 나눴고 후렴구도 있었다. 무엇보다 생각지도 못한 스토리를 담아냈다. “새가 왜 날개 하나를 잃게 됐는지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스스로 성장하는 가치있는 새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멋있게 풀어주더라.”

▲ 챗GPT 작사 과정
▲ 챗GPT 작사 과정

송이라 기자는 “테스트를 해보니 가사가 너무 딱딱한 것 같아 ‘부드럽게 해달라’고 하면 바로 부드럽게 변환해주고 인트로부터 벌스1, 2에 후렴까지 만들었다”며 “기사 쓸 때도 초안 만드는 게 가장 어려운데 이 과정을 인공지능이 해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챗GPT가 만든 가사를 손 본 다음 ‘작곡’의 차례가 됐다. 작곡은 인공지능 사운드로우가 맡았다. 이 서비스를 켜면 클릭 몇 번만으로 작곡을 할 수 있다. 원하는 길이, 템포, 그리고 어떤 분위기의 곡인지 설정하면 순식간에 음악을 만든다. 멜로디는 따로 구성하지 않기에 가사에 맞는 멜로디는 문준아 기자가 고민해 곡을 만들었다. 문준아 기자는 “멜로디까지 만들어주는 프로그램도 있지만 사운드로우의 소리가 리얼사운드에 가깝고 듣기 좋아 이 프로그램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녹음 과정에서 보정을 거쳐 세 곡이 완성됐다. 송이라 기자는 “친구들에게 곡을 들려주니 ‘나도 노래 부르고 싶다’는 반응이 나왔다”며 “이게 포인트인 것 같다. 우리가 일반인인데 기술을 이용해서 이런 결과물을 내놓게 된 것”이라 했다. 조PD가 음악을 듣고선 “직업만 기자일 뿐이지 음악인이라고 봐도 될 것 같다. 데뷔하겠다고 할 것 같다”는 평을 할 정도였다.

▲ 더밀크 송이라(위), 김영원 기자의 녹음 현장 모습. 사진=더밀크 제공
▲ 더밀크 송이라(위), 김영원 기자의 녹음 현장 모습. 사진=더밀크 제공

작업 과정에서 이들은 인공지능에 놀라면서도 사람의 역할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점도 느꼈다고 한다. “악기 하나 못 다루는 내가 곡을 만든 점은 놀라웠지만 완성하려면 사람의 감정과 터치가 있어야 한다는 걸 느꼈다. 기술에 기대서 힘을 얻었지만 기술도 사람의 힘이 있어야만 진정한 가치를 얻게 되는 것 같다.” 문준아 기자의 말이다.

기성 언론에서 일하다 미디어 스타트업에 몸 담게 된 송이라, 김영원 기자는 ‘기자 업무’에 관한 고민을 하기도 했다. 

“그저 그런 기사는 쓰기 싫고, 새로운 걸 고민했다. 시간적 여유를 주는 분위기이기에 이런 시도를 자유롭게 할 수 있었다. 홍보 영상을 만드는 경험도 처음이었다. 이 일을 하면서 기자들이 우물에 갇힌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신문 제작할 때 기자는 오로지 글만 썼다. 이제는 새로운 걸 하지 않으면 내 일자리가 위협 받을 수도 있다는, 정말 끝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송이라 기자)

“기자들이 하는 업무가 정해져 있다. 보도자료 기사 쓰고, 인터뷰하기 급급하다. 새로운 기술이 나와도 이 패턴으로 끝내니 소진되는 느낌이었다. 새 기술의 등장에 언론 작업환경도 변해야 한다는 점을 느꼈다.”(김영원 기자)

더밀크 기자들은 이번 음원 제작이 ‘일회성’이 아니라고 했다. 김영원 기자는 “‘한 번 해보니’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앞으로도 콘텐츠 생산에 AI를 적극 활용하는 다른 작업을 할 것이다. 그림이 될 수도 있고 글이 될 수도 있다. 꾸준하게 다른 프로젝트로 이어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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