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기술 발전에 따라 언론 분야에서도 AI기술의 활용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OpenAI에서 개발한 ‘챗GPT’ 같은 언어 모델은 많은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언론 분야에서는 챗GPT를 이용한 뉴스 기사 작성, 정보 제공, 주요 사건에 대한 분석 등에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챗GPT는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갖춘 뉴스 앱, 웹사이트 등에서 사용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제공할 수 있어 사용자 경험을 향상시킬 수 있다. 언론 분야에서 AI 기술을 적극 활용하면서도 기술의 잠재적 문제점에 대한 고민과 대처가 필요하다.

앞의 내용은 인공지능 서비스 ‘챗GPT’가 작성한 기사다. ‘챗GPT가 언론에 미치는 영향을 기사로 작성해달라’고 요청하면 몇 초만에 다음과 같은 기사 문장을 만든다. ‘챗GPT’는 AI연구재단인 오픈AI(OpenAI)가 개발한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다. 

▲ ⓒ i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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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의 파장이 거세다. 스마트폰의 등장 못지 않은 변화를 야기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미국 미네소타대학 로스쿨 교수들이 ‘챗GPT’를 사용해 졸업시험 4개 과목을 채점한 결과 평균 C+의 성적으로 모든 과목에서 통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대통령은 “신년사를 ‘챗GPT’가 한번 써보게 해서 받아봤다. 정말 훌륭하더라”라고 밝히기도 했다. 연설문, 학교 과제, 논문 등에서 활용 가능성이 있는 ‘챗GPT’는 언론 분야도 잠재적 적용 대상으로 분류된다. 

인공지능이 뉴스 만드는 시대

인공지능 기술을 언론에 접목하는 시도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챗GPT’로 상징되는 인공지능은 새로운 단계를 보여주고 있다. 

2015년 한국언론진흥재단이 기자 16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11%만이 로봇기자가 인간기자를 대체할 수 있다고 답했다. 당시에는 증권 시황기사, 스포츠 중계 기사 등 ‘탬플릿’에 데이터를 끼워 넣어 단순 조합하는 수준의 인공지능 기사가 많았다. 기사 내에서 사안의 중요성을 인공지능이 판단하는 경우도 있었으나 한계가 있었기에 ‘기사 작성’의 영역은 사람을 대체할 수 없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그러나 최근 등장한 인공지능은 논리적이고 완결성 있는 글쓰기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자를 대체할 수도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미국의 IT매체인 씨넷(CNET)은 지난해 11월부터 금융 서비스에 관한 인공지능이 작성한 기사를 77건 냈다. 인공지능이 기사 초고를 쓰면 사람이 보완해 기사를 출고하는 방식이다. 조나 페레티 버즈피드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초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AI가 앞으로 버즈피드의 편집과 경영에서 더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15년 뒤에는 AI가 콘텐츠 자체를 만들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어뷰징과 허위정보에 쓰인다면

그러나 인공지능을 언론에 활용하는 데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씨넷의 인공지능 뉴스는 혁신적인 실험의 일환이 아니라 비윤리적 행위가 발각된 것이다. 씨넷이 인공지능으로 기사를 쓰면서도 이를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점이 논란이 됐다. 더구나 인공지능이 작성한 기사가 사실관계를 틀린 내용이 적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았다.

‘챗GPT’를 포함한 인공지능 뉴스는 내용이 검증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고민이 필요하다. ‘챗GPT’는 정보의 정확성 측면에서 △업데이트가 되지 않은 최근 정보를 반영하지 못하는 점 △온라인 속 잘못된 정보를 그대로 인용하는 점 △존재하지 않는 책, 보고서 등의 정보를 그럴 듯하게 꾸며내는 점 등이 문제로 지목된다. 이들 특성은 모두 잘못된 정보를 양산하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의도적으로 허위정보를 유포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 허위정보를 판변하는 기준 중 하나는 ‘전문적 글쓰기’와 관련이 있다. 흔히 카카오톡으로 유포되는 지라시는 근거를 제대로 제시하지 않거나 문장력이 떨어지거나, 논리적인 구성이 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챗GPT’ 작성한 글은 표면적으로는 완벽해 보인다.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는 “‘챗GPT’가 계속 새롭게 업데이트해 학습하지 않는 이상 팩트 검증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잘못된 근거 없는 내용을 URL을 만들어 제시하는 경우도 있다”며 “업그레이드를 할수록 정확도는 높아지겠지만 기자가 한번 더 필터링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아직 완벽하게 권위를 부여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고 했다. 

언론의 ‘어뷰징’등에 활용될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포털 뉴스유통 환경에서 일부 언론은 양적인 면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정 사안이 있을 때마다 해당 사안과 관련한 속보성 인공지능 기사를 다수 생산해내는 식의 대응이 이뤄질 수 있다.

강미혜 퍼블리시뉴스와기술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챗GPT’는 단순히 아카이빙된 내용을 답변해주는 게 아니라 지식 콘텐츠를 설계해주는 방식”이라며 “언론에서 비슷비슷한 기사 콘텐츠가 제대로 구성되지 않고 남발되고 있는데 ‘챗GPT’의 답변을 복사 붙여넣기하는 식으로 될 수 있다. 지금도 기자들이 거의 ‘봇’처럼 일하고 있는데 편리하게 양질의 어뷰징 기사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언론사들이 증권 시황, 스포츠 기사 등에서 로봇 저널리즘을 선보이자 양대 포털의 뉴스제휴를 전담하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인공지능 기사(자동생성기사)는 일반 뉴스 섹션에 배치 못하도록 막는 규정을 마련했다. 관련 규정 도입 당시 포털이 기술 변화를 수용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잇따랐지만 언론이 기사를 양적으로 쏟아내는 데 대한 문제의식에 따른 조치였다. ‘챗GPT’나 유사 인공지능 서비스가 기사를 작성하면서도 사람이 작성한 것처럼 꾸며낼 경우 인공지능 기사 제재에 대한 고민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검증’과 ‘새로운 화두 제시’ ‘취재’의 중요성

‘챗GPT’의 등장은 ‘검증 기사’와 차별화된 뉴스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특히 인공지능 기사가 사실관계를 왜곡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검증’의 중요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성규 대표는 “팩트를 검증할 수 있는 훈련된 기자들의 몫은 여전히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 기자들의 모습.ⓒ미디어오늘 자료사진
▲ 기자들의 모습.ⓒ미디어오늘 자료사진

‘챗GPT’의 등장은 오히려 인공지능이 대체하기 힘든 영역을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챗GPT’는 온라인 공간에 정보가 제공된 사안을 논리정연하게 정리하는 데 특화돼 있지만 일반적인 담론을 벗어난 새로운 담론을 만들어낼 수는 없다. 백과사전처럼 기존에 정립된 내용 외에도 새로운 사건에 주목하고 화두를 제시하는 것은 변함없는 언론의 역할이다. 

현장을 취재하고 이해관계 당사자와 전문가의 목소리를 듣는 것도 대체하기 힘든 영역이다. 미국 IT매체 인포메이션위크는 ‘챗GPT’가 만든 ‘챗GPT 설명 기사’를 언론 기사와 비교했다. 이 매체는 ‘챗GPT’ 기사가 실제 기업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를 다룬 이용자, 전문가들의 인용 문구가 없는 점과 ‘우려를 표명한 윤리학자’를 언급하면서도 누가 어떤 우려를 표명했는지 직접 인용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보조적 수단으로써 활용 가능성

다만 언론사들이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을 활용해 도움을 얻을 수 있는 면을 무시할 수는 없다. 미국의 온라인 매체 버즈피드는 ‘챗GPT’를 활용해 퀴즈 제작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콘텐츠 추천과 서비스 설명, 독자 문의 응답, 혹은 기자 취재의 보조적 수단 등 영역에서 활용 가능성 등이 점쳐진다.

이성규 대표는 “인력이 부족한 작은 언론사는 활용할 여지가 비교적 크다고 본다. 콘텐츠를 만들 때 추가적인 정보를 덧붙이는 역할을 하거나, 기자가 새로운 기사를 기획하거나 아이디어를 얻을 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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