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치열 기자 truth710@  
 
KBS <생방송 시사투나잇> 최필곤(39·사진) PD는 4일 “이번 가을 개편은 철저한 코드개편이자 밀실개편”이라며 “<시사투나잇> 폐지의 철회와 개편과정 지휘책임자의 책임을 묻기 위해 모든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사투나잇> 개편에 대한 입장은.

“타이틀만 바꿨다고 존치라는 주장은 말도 안 된다. 이건 폐지이다. 이번 개편에 분노하는 것은 코드·밀실 개편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편향성 논란을 부른 진원지는 한나라당 조중동 뉴라이트와 같은 특정 정치성향을 가진 집단이었다. 이들 정치권력이 원하는 것과 동일한 개편 결과가 나왔다. 오해의 근거를 제공한 것이다. 전임 사장이 해임되고 새 사장이 온 과정, 9·17 대량 보복인사, <시사투나잇>·<미디어포커스> 폐지, <심야토론> 정관용·<윤도현의 러브레터> 윤도현씨 등 진보적 성향의 외부 진행자 하차 등 일맥상통하는 흐름이 있다. 회사가 이런 흐름에서 코드개편을 수용한 것으로 본다.”

-논의 절차와 과정도 문제였나.

“개편의 의도는 코드개편이고, 그 절차는 밀실개편이었다. 제작진은 논의과정에서 철저히 소외됐고, 책임프로듀서(CP)나 팀장도 소외됐다. 극히 일부의 경영진을 제외하곤 다 빠졌다. 의견수렴을 하겠다고 약속해놓고 수렴과정은 한차례도 없었다. 회사는 기껏 국감 때 편성본부장을 만나러 갔을 때와 열흘 전 제작진 의견을 수렴하라고 편성본부장에게 찾아갔을 때를 들어 의견을 반영했다고 한다. 그때도 아무 안도 없이 ‘정해진 바 없으니 여러분 안을 듣겠다’고 해서 진행이 제대로 되지도 않았다. 또한 모든 프로그램 제작진엔 사전에 개편안을 통보했지만 <시사투나잇> 제작진에만 개편안 이사회 보고 당일까지도 연락이 없었다. 코드개편의 근거를 대라고 하는데 오히려 회사가 코드개편이 아니라는 근거를 대야할 것이다.”

-홍보팀 등 회사의 공식 라인에서도 <시사투나잇>이 ‘공영성에 문제가 있고, 거칠다’고 했는데.

“수백 명 기자가 제작하는 뉴스와 10명의 PD가 움직이는 뉴스프로그램을 비교하면 당연히 거칠 수밖에 없다. 다만 이 프로그램은 PD 고유의 시사프로그램으로 봐야 한다. 1분30초 짜리 짧은 뉴스에 담을 수 없는 내용, 1시간 가까운 뉴스에서 다룰 수 없던 소재를 담기 위한 실험이었다. <시사투나잇>에 대한 비판은 겸허히 수용하지만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식을 다 제쳐두고, 없애버리겠다는 식의 방법을 택한 것은 수용하기 어렵다.”

-그동안 <시사투나잇>을 평가한다면.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는 9시뉴스에선 만나기 어렵다. 지난 5년 간 여러 아이템을 소화하면서 잘 소개되지 않았으나 알렸어야 할 여러 진실을 표면 위로 드러낸 역할을 했다고 본다. 비정규직·단식농성을 벌이는 이·정치판 싸움·재벌의 재판 등은 우리 사회의 불편한 진실들이었다. 이것이야말로 공영방송이 보여줘야 할 의무가 있었다.”

-지난 3일로 5주년을 맞았는데.

“뉴스가 아닌 프로그램이 5년 이상 가는 게 흔한 일이 아니다. 기뻐해야 할 날이지만 오히려 비통해져있다. 특집방송을 준비하면서도 많이 힘들었다. 직종을 떠나 어떤 이유로든 공영방송 프로그램이 권력을 가진 자의 의도에 맞아떨어져 가는 걸 지켜보고 있자니 너무나 침통하다.”

-앞으로 계획은.

“<시사투나잇>의 폐지를 번복하도록 만드는 것만이 국민의 신뢰를 되찾는 길이라 보고 <시사투나잇> 개편안의 철회를 위해 모든 방안을 강구할 것이고, 밀실개편과정을 지휘한 사람은 반드시 책임을 지도록 할 것이다. 팻말시위를 계속 벌여나갈 것이며, 편성본부장실 앞 연좌농성도 계획중이다.”

-어려운 싸움이 되지 않겠는가.

“KBS가 잘못된 데 대한 지적은 내부에서 나와야 한다. 이 안에도 건강한 목소리가 있다는 걸 알려야 하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