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의 <미디어포커스> <생방송 시사투나잇> 폐지 방침에 대해 <시사투나잇> 제작진을 포함한 PD들과 함께 <미디어포커스> 제작진도 5일부터 폐지 철회 출근길·점심 투쟁에 합류했다.

이들은 이날 아침 8∼9시, 낮 12시∼오후 1시 서울 여의도 KBS 신관 2층 로비, 본관 2층 로비 등에서 오고가는 사원들을 상대로 "밀실개편 중단하라" "이유없는 창씨 개명 미포(미디어포커스) 폐지 반대한다" "누구를 위한 미디어포커스 폐지인가" "한나라당 조중동 위한 미디어포커스 폐지 반대" "뭐가 그리 무서운가 미포폐지 비겁하다" 등의 구호와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날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은 기자 15명을 포함해 PD와 기자 등 50여 명에 달해 어느 날보다 참여 열기가 뜨거웠다.

   
  ▲ KBS 기자와 PD 50여 명이 5일 점심시간에 본관 로비에서 개편에 항의하는 피켓시위를 벌였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미디어포커스 제작진 등 기자들, 시사투나잇·미디어포커스 폐지 반대 투쟁 합류

이들은 아침 시위 땐 사장실이 있는 본관 6층까지 올라가 팻말시위와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이들은 향후 <시사투나잇> <미디어포커스> 제작진 뿐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의 라디오 격주연설 방송 정기편성에 항의하는 라디오 PD들과 함께 오는 6일 점심 때 대규모 집회를 열고 성명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들의 요구사항은 "이번 개편은 밀실·관제 개편이므로 철회"할 것과 "노동조합은 공정방송위원회를 열어 회사측에 제대로 대응하라"는 것이다.

6일 라디오 PD들도 합류 "밀실·관제 개편 철회" 대규모 집회 예정

   
  ▲ 이치열 기자 truth710@  
 
앞서 <미디어포커스> 제작진을 거쳐간 기자 29명이 지난 4일 KBS 신관 로비 앞에 붙어있는 연판장 '미디어포커스 폐지에 반대합니다'엔 이들이 직접 자필로 작성한 폐지 반대의 목소리가 게시됐다.

지난 2004년 <미디어포커스>에서 근무한 김대영(사회팀) 기자는 "20개월 동안 미디어포커스가 지향하는 가치에 공감했고 양심에 한점 부끄러움이 없는 프로그램을 제작해왔다"며 "지금 와서 프로그램의 명칭이나 성격을 바꾸는 것은 미디어포커스의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며, 전 제작진의 땀과 노력을 폄훼하는 것이다. 전 제작진의 한 사람으로 정치권과 보수세력에 밀려 프로그램 명칭이나 성격을 바꾸는 것에 대해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김민철 기자도 "폐지 반대한다! 이름 <미디어포커스>로 그대로 두라"고 촉구했고, 김석 기자와 김용진 전 탐사보도팀장, 김태형 탐사보도팀 기자, 윤석구 기자도 폐지에 반대한다고 썼다.

지난 9월17일 이른바 9·17 보복인사 파동 때 김용진 전 팀장과 함께 대표적인 보복인사의 대상이 됐던 최경영 스포츠취재팀 기자는 "폐지 안 된다! 물타기 이름 바꾸기 안 된다! 보수 한나라당에 휘둘려선 안 된다! 정파를 벗어난 객관적·공정한 비평, 미디어포커스는 유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인도 뉴델리에서 특파원을 하고 있는 이재강 기자도 "미디어포커스 제작진을 뜨거운 마음으로 성원한다"며 "이성과 상식이 능멸당하는 시대, 우리 함께 헤쳐가자"고 밝혔다.

   
  ▲ KBS 개그콘서트의 <뜬금뉴스> 에서 유행시킨 '~뿐이고'를 패러디한 피켓. 이치열 기자 truth710@  
 
미디어포커스 OB 기자들 "한나라당 휘둘려선 안돼" "이름 그대로 두라" 연판장

김진희 기자는 "부끄럽지 않은 '미포'의 역사가 계속되기를 응원한다"고 했고, 김현석 전 KBS 기자협회장(현 <시사기획 쌈>·KBS 사원행동 대변인)은 "우리를 평화롭게 내버려 두라"고 촉구했다.

나신하 기자는 "'왜 이름을 버려야 하나? 왜 미디어포커스가 수술대에 올라야 하나?"라는 질문에 "명쾌한 답변이 없이 추진되는 모든 개편 시도는 반드시 저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필규 KBS 기자협회장은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시작하는 위험보다는 기존의 프로그램을 보완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며 "미디어포커스 폐지 반대한다"고 비판했다.

박성래 기자는 "미디어포커스 폐지? 명칭 변경?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고 되물었고, 박상범 전 KBS 기자협회장도 "미디어포커스의 존재 그 자체가 우리 언론의 건강성을 지킨다"며 반대를 선언했다.

"이름이 성격 규정, 결단코 <미디어포커스>!"

   
  ▲ KBS <미디어포커스>에서 제작을 담당했던 기자들이 KBS 신관 2층 로비에 게시해둔 <미디어포커스> 폐지 반대 연판장. 조현호 기자 chh@  
 
박찬형 기자는 "일부 부정적 견해도 있지만, 한국 저널리즘을 비평하고 견제하는 건전한 역할도 해왔다"며 "미디어포커스가 보다 발전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폐지'가 아닌 '존속'을 통해 그 역할을 수행하도록 했으면 한다"고 썼다.

이밖에 많은 기자들이 반대의견을 명쾌히 밝혔다.

"프로그램 명칭 변경도, 폐지도 있어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박현진 기자)
"정언(正言) 이름이 성격을 규정합니다. 결단코 <미디어포커스>" (복진선 기자)
"부패하고 싶다면, 그래서 그 추한 자화상을 보고싶지 않다면, 정말 그렇다면 폐지하라." (엄경철)
"'미포' 자랑스러운 '미·포' 이름을 바꿀 이유가 없습니다. 바꿔야 한다면 합리적 논의와 의견수렴이 선행돼야 합니다." (용태영 문화복지팀장)
"껍데기만 남는 미디어포커스를 반대합니다. 진정한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으로 존속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윤상 기자)
"부족함이 있다면 지금까지 그랬듯 계속 나아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기회를 주고 아껴주세요." (윤영란 기자)
"얕은 수로 폐지를 획책하는 사측은 당장 개명 논의를 접으시오. 역사에 부끄러운 죄인이 되고 싶습니까?" (이진성 탐사보도팀 기자)
"지금 이 시기 미디어포커스를 '왜' 개편해야 하는지에 대해 보도본부나 KBS 구성원들조차도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아무런 명분 없이 밀어붙이기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이번 개편은
정부여당과 일부 보수신문에 대한 '눈치보기'에 다름 아니다. (정홍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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