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미디어포커스> 김영인(32·사진) 기자는 4일 “개편안에 동참하면 회사의 개편작업에 정당성을 부여하게 될 수 있어 최대한 강력하게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기자는 이날 “KBS의 공영성을 지켜내기 위해 남은 마지막 보루는 <미디어포커스> 뿐”이라고 덧붙였다.

-<미디어포커스>를 사실상 폐지하기로 했는데.

   
  ▲ ⓒ 김영인 KBS <미디어포커스> 기자  
 
“회사 쪽이 아니라고 하지만 ‘폐지’되는 것은 사실이다. 정치적 개편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미디어비평>으로 타이틀을 바꾸려는 계획을 취소할 때까지 싸울 것이며, 개편안 세부작업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 제작진 가운데 일부는 ‘개편안에 동참하고 안에 들어가서 싸우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발을 들여놓는 순간 말리고 말 뿐 아니라 회사 쪽의 개편작업에 정당성을 부여해주게 된다’는 의견이 더 큰 공감을 얻었다. 프로그램 문을 닫게 하자는 건 아니나 할 수 있는 데까지 최대한 강력하게 투쟁한 뒤 향후엔 사안별로 대응할 것이다.”

-회사가 설명한 타이틀 시간대 변경 이유는.

“왜 바꿨느냐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해주는 사람이 아직 없었다. 다만 팀장급에서 ‘나도 가져가고 싶지만 어쩔 수 없다’는 게 전부였다. 이는 한나라당과 조중동 등 외부의 요구에 화답하는 듯한 태도에 불과하다. 팀장 주재 회의에서도 뭐가 문제인지 물어보면 얼버무리고 만다.”

-그동안 방송·인터넷 쪽은 소홀했고, 조중동 위주로만 다뤘다는 내부 의견도 있던데.

“아이템을 가장 많이 제공해준 곳이 조중동이라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인터넷에 대해서는 촛불집회 전까지는 두드러진 현안이 없었다. 방송과 인터넷에 대해 분명히 다뤘다.”

-회사는 어떻게 설득하고 있나.

“‘어차피 비평 형태의 프로그램 틀은 존속하는 것 아니냐. 너희들이 안에서 더욱 싸우면 상황은 나아질 수 있다’는 식의 주장인데 이는 맞지 않다. 회사는 이번 개편 때 ‘금주의 핫이슈’ 등을 신설하자는 의견도 내뱉은 바 있다. 시청자가 원하는 수용자 중심의 뉴스로 가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정치사회적으로 논란이 안 되는 미디어뉴스를 전진배치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는 수용할 수 없다.”

-회사는 왜 강행하려고 하나.

“뭔가 바꾸긴 바꿔야 할 것 같은데 그렇다고 완전히 없애지는 못하니 꼼수를 부린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지금은 <미디어비평>이라는 타이틀이지만 처음엔 <미디어초점>으로 제안해왔었다. 말장난이라는 얘기다. 수신료 인상이라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앞에 두고 화해의 제스처를 통해 안간힘을 벌이려는 것 같다.”

-보도본부 기자 내부 반응은 어떤가.

“보도본부 게시판엔 ‘기자들은 뭐하고 있느냐, 왜 무기력한가’ 라는 자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그래서 오늘부터 <미디어포커스>를 거쳐간 전직 기자들에게 연판장을 돌리고 있다. 이를 시작으로 보도본부 선후배들에게까지 참여를 확대할 것이다. 현재 기자들이 움직이지 않고 무기력한 건 사실이다. 탐사보도팀 해체안이 확실해졌을 때도 그랬다. <미디어포커스>야말로 마지막 보루이다. KBS의 공영성을 지켜내기 위해 남은 건 <미디어포커스> 뿐이다.”

-<미디어포커스> 5년의 의미와 평가를 한다면.

“지난 5년 간 조중동과 대립각을 세우고, 기타 이슈들을 다루면서 ‘언론권력’을 땅으로 끄집어내린 역할을 했다는 데 의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한겨레 경향보다 많은 시청자들이 보는 공영방송 KBS가 그런 문제를 짚었기 때문에 미디어 상호 비평의 지평이 훨씬 넓어졌다.”

-회사가 일방적으로 개편안을 확정하고 인사를 강행할 가능성도 있을 텐데.

“일방적으로 추진할 경우 또 다른 양상의 싸움이 진행될 것이다. 우리의 소임은 KBS 기자들이 사쪽이 벌여놓은 개편안에 순순히 들어가 머리 수 채워주고, 그냥저냥 프로그램이 굴러가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