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생방송 시사투나잇>과 <미디어포커스>의 타이틀(명칭) 또는 타이틀과 시간대 변경 및 정관용·윤도현 진행자를 교체하는 걸 뼈대로한 개편안을 결정하자 KBS 안팎에서 비판 목소리가 줄을 잇고 있다.

KBS <시사투나잇> 제작진은 30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이번 사태는 일개 프로그램의 존폐에 관한 문제를 넘어, KBS가 권력의 외압과 간섭에 굴복했음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사건"이라고 혹평했다.

시사투나잇·언론노조 잇단 성명 "실망과 분노, 부당함에 맞설 것…KBS 관영화 가속"

   
  ▲ KBS <미디어포커스> 방영장면(왼쪽), KBS <생방송 시사투나잇> 홈페이지  
 
제작진은 "지난 국감에서 보듯이, 권력은 <시사투나잇>의 폐지를 줄기차게 요구했고, 제작진은 정치적 외압에 의해 공영방송의 프로그램이 폐지되는 것이 부당함을 피력해 왔다. 또한 <시사투나잇>은 동 시간대 최고의 시청률로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아왔으며, 광고 판매 또한 연간 순수익 67억 원에 육박할 정도로, 수익성과 공영성을 모두 담보하는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 해왔다"며 "그럼에도 사측이 프로그램을 폐지하도록 결정해 <시사투나잇> 제작진은 깊은 실망과 분노를 감출 수 없다"고 개탄했다.

제작진은 "'프로그램 이름이 바뀌어 유지된다.' 이 무슨 해괴한 말장난인가? 프로그램 이름을 바꾸고, 제작진을 교체 하면 프로그램을 폐지하는 것"이라며 "이번 <시사투나잇> 폐지는 오늘날 공영 방송 KBS가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제작진은 "<시사투나잇> 폐지를 단호히 거부한다"며 "부당함에 끝까지 맞설 것임을 밝힌다"고 천명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도 이날 오후 성명을 내어 "프로그램 이름을 바꾸면 제작진 교체와 내용 변화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점을 교묘히 이용해 사실상 ‘시사투나잇’을 폐지한 거나 마찬가지"라며 "그러지 않아도 이명박 정권의 낙하산 이병순씨가 KBS 사장으로 내려온 뒤 뉴스 보도가 정부 편향으로 흐르는 등 변화가 감지돼 언론단체 등의 비판 목소리가 높아져 왔는데, 이젠  프로그램 개편을 통해 아예 드러내놓고 낙하산 사장의 임무를 본격화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시사투나잇> <미디어포커스> 페지시도 멈춰야"

   
  ▲ 정관용(왼쪽) <생방송 심야토론> 진행자와 가수 윤도현씨(<윤도현의 러브레터> 진행자)  
 
언론노조는 정관용·윤도현씨를 각각 <생방송 열린토론> <윤도현의 러브레터>의 진행자에서 중도하차시킨 것에 대해서도 "이런 KBS의 치졸한 행태에 많은 시청자들은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며 "이병순 낙하산 체제의 KBS가 벌써부터 이럴진대, 앞으로 얼마나 더 관영방송화가 가속화될지 눈에 선하다"고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전 국민적인 수신료 납부 거부운동이나 불시청 운동에 맞닥뜨리고 싶지 않으면 KBS의 공영성을 더 이상 훼손해선 안 된다"며 "당장 ‘시사투나잇’과 ‘미디어 포커스’를 폐지하려는 시도부터 멈추라"고 촉구했다.

다음은 차례로 시사투나잇 제작진과 언론노조 성명 전문이다.

정치적 외압에 의한 <시사투나잇> 폐지를 거부한다.  

<시사투나잇>이 결국 폐지된다. 

이번 사태는 일개 프로그램의 존폐에 관한 문제를 넘어서, KBS가 권력의 외압과 간섭에 굴복했음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사건이다. 

이병순 사장이 취임사에서 “대내외적으로 비판받아 온 프로그램,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도 변화하지 않은 프로그램은 존폐를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발언한 이래, <시사투나잇>은 폐지 논란의 한 가운데 서 왔다.

지난 5년간 사회적 약자의 현실에 천착하고, 권력의 공과를 지적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위해 노력해 온 <시사투나잇>은 정치 권력과 일부 보수 언론에게는 늘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지난 국감에서 보듯이, 권력은 <시사투나잇>의 폐지를 줄기차게 요구했고, 제작진은 정치적 외압에 의해 공영방송의 프로그램이 폐지되는 것이 부당함을 피력해 왔다.

<시사투나잇>은 동 시간대 최고의 시청률로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아왔으며, 광고 판매 또한 연간 순수익 67억에 육박할 정도로, 수익성과 공영성을 모두 담보하는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 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측이 프로그램을 폐지하도록 결정한 데, <시사투나잇> 제작진은 깊은 실망과 분노를 감출 수 없다. 

더군다나 KBS 사측은 <시사투나잇>이 이름을 바꿔 유지된다는 궤변을 일삼고, 각종 언론들도 이를 기정 사실인 양 받아 적고 있다.

'프로그램 이름이 바뀌어 유지된다.' 이 무슨 해괴한 말장난인가? 프로그램 이름을 바꾸고, 제작진을 교체 하면 프로그램을 폐지하는 것이다.

이번 <시사투나잇> 폐지는 오늘날 공영 방송 KBS가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에 제작진은 <시사투나잇> 폐지를 단호히 거부한다. 그리고 부당함에 끝까지 맞설 것임을 밝힌다.

시사투나잇 제작진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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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언론노조 성명이다.

이병순 낙하산은 KBS의 공영성을 훼손하지 말라!
- KBS는‘시사투나잇’과 ‘미디어 포커스’의 폐지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

KBS에 투하된 낙하산이 본격적인 날갯짓을 시작했다. 이병순 사장의 눈짓에 KBS는 즉각 부화뇌동하며 화답했다. 어제(29일) 열린 정기이사회에 ‘시사투나잇’과 ‘미디어 포커스’의 명칭 및 성격 변화를 담은 가을 프로그램 개편안을 보고한 걸 두고 하는 얘기다.

KBS는 우선 ‘시사투나잇’의 명칭을 ‘시사터치 오늘’로 바꿔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0시15분부터 30분간 방영하기로 결정했다. 이전과 같은 시간대에 방송하면서도 프로그램 이름만 살짝 바꾼 것이다. 성역을 가리지 않는 날카로운 비판과 보도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 온 간판 시사 프로그램인 ‘시사투나잇’을 폐지하자니 눈치가 보였는지 ‘꼼수’를 부렸다. 프로그램 이름을 바꾸면 제작진 교체와 내용 변화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점을 교묘히 이용해 사실상 ‘시사투나잇’을 폐지한 거나 마찬가지다.

KBS는 또 ‘미디어 포커스’의 명칭을 ‘미디어 비평’으로 바꾸고 방송시간대도 토요일 밤 9시 40분에서 금요일 밤 11시 30분으로 옮겼다. 역시 제작진 교체, 대대적인 내용 변화 등이 예견된다. 방송계에서 칼날 같은 미디어 비평을 자랑하던 ‘미디어 포커스’의 힘을 완전히 빼 사실상 유명무실하게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시사투나잇’과 ‘미디어 포커스’는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이 예전부터 지속적으로 흠집을 내려 한 프로그램이다. 그들에겐 ‘시사투나잇’의 날카로운 비판과 쓴소리가 성가셨을 테고, 자신들과 한 식구나 다름없는 조선·중앙·동아일보의 왜곡보도 행태를 지적하는 ‘미디어 포커스’가 눈엣가시 같았을 터다. 이 두 프로그램만 없애도 여론 장악력이 확 높아질 거라고 여겼을 것이다.

그러지 않아도 이명박 정권의 낙하산 이병순씨가 KBS 사장으로 내려온 뒤 뉴스 보도가 정부 편향으로 흐르는 등 변화가 감지돼 언론단체 등의 비판 목소리가 높아져 왔는데, 이젠  프로그램 개편을 통해 아예 드러내놓고 낙하산 사장의 임무를 본격화한 것이다. 시청자고 국민이고 눈치 볼 것 없이 밀어붙이겠다는 ‘막가파식’ 태세를 보이고 있다.

KBS 토론 프로그램과 음악 프로그램의 오랜 간판격 진행자인 시사평론가 정관용씨와 가수 윤도현씨를 전격적으로 교체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정관용씨에겐 정권에 비판적 보도를 많이 한 인터넷매체 프레시안의 이사인 점이, 윤도현씨에겐 지난 미국산 광우병 위험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에 참석한 점이 작용했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정관용씨는 KBS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도 하차하게 됐다. 이런 KBS의 치졸한 행태에 많은 시청자들은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 이병순 낙하산 체제의 KBS가 벌써부터 이럴진대, 앞으로 얼마나 더 관영방송화가 가속화될지 눈에 선하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최상재)은 분명히 밝힌다. 이병순 낙하산은 더 이상 공영방송 KBS 자해를 그만둬라. 국민이 주인인 공영방송을 이명박 정권의 나팔수인 관영방송으로 만들려는 헛된 망상을 당장 집어치워라. 관영방송화가 가속화될수록 시청자들의 염증과 외면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전 국민적인 수신료 납부 거부운동이나 불시청 운동에 맞닥뜨리고 싶지 않으면 KBS의 공영성을 더 이상 훼손해선 안 된다. 당장 ‘시사투나잇’과 ‘미디어 포커스’를 폐지하려는 시도부터 멈춰라. 정권의 나팔수가 되는 순간 KBS는 더 이상 언론이 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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