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생방송 시사투나잇>을 사실상 폐지하는 내용의 개편안을 마련한 가운데 제작진과 개편안을 사전 논의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31일 <생방송 시사투나잇> 제작진에 따르면 최종을 편성본부장은 한 달 전 시사투나잇 폐지 문제는 "원점서 재검토하겠다"면서 개편안을 마련하기 전에 제작진과 사전에 논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생방송 시사투나잇>을 <시사터치 오늘>로 바꾸는 내용의 개편안을 확정 발표하기 전까지 최종을 편성본부장은 제작진과 별도의 대화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 KBS PD 20여명이 31일 낮 12시 서울 여의도 KBS 신관 2층 로비에서 <생방송 시사투나잇> 사실상 폐지 개편안의 철회를 요구하며 팻말시위를 벌이고 있다. 조현호 기자 chh@  
 
KBS 편성본부장 한달 전 "제작진과 논의하겠다"고 해놓고 한차례 대화도 안해

최종을 본부장은 지난달 25일 <시사투나잇> 폐지 방안에 대해 KBS PD협회 등 PD들의 출근·점심 팻말시위 과정에서 기자들에게 "현재 제작진과 의견수렴 중이며 다양한 논의와 토론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밝혔고, 다음 날 출근 시위 때 PD들에게 "개편안을 원점에서부터 검토하겠다"며 공개적인 의견수렴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제작진은 그동안 한차례도 자신들과 대화한 적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제작진의 의견을 듣고, 대화하겠다고 해놓고 끝나고 나니 "제작진의 의견은 충분히 알고 있다"는 식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을 하고 있다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또한 제작진은 회사가 공식적으로 <시사투나잇>의 개편을 타이틀만 바꾼 채 존치한 것일 뿐 폐지가 아니라고 밝힌 데 대해 "이걸 존치라고 우기는 경우는 처음 본다"며 반발했다.

   
  ▲ KBS PD 20여명이 31일 낮 12시 서울 여의도 KBS 신관 2층 로비에서 <생방송 시사투나잇> 사실상 폐지 개편안의 철회를 요구하며 팻말시위를 벌이고 있다. 조현호 기자 chh@  
 
최필곤 PD는 "정기이사회에 개편안을 보고하는 날 KBS는 '이름만 바꿔 존치한다'고 홍보를 했고, 대부분의 언론은 '존치'로 보도해 사내에서 조차 폐지되지 않는 것으로 안다는 게 문제"라며 "현재 사내에서 뿐 아니라 정치권과 언론계에서 <시사투나잇>을 '없애라' '살려라'하며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는 미묘한 시점에서 타이틀을 바꾸고, 프로그램 성격과 제작진 MC를 모두 바꾸기로 한 결정이 어떻게 프로그램 폐지가 아니라고 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제작진·성격·MC 다 교체되는데 언론에 '존치'라고 홍보"

<시사투나잇>이 편향적이라는 이명박 정부·한나라당 등 정치권의 판단을 KBS 내의 편성본부와 TV제작본부마저 그대로 수용한 것이라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프로그램 공정성에 대해 최종 판단을 내려야 할 최종을 편성본부장은 최근 공공연히 "시사투나잇은 편향적이라고 본다" "사내에서도 편향적인 여론이 있다" "PD들의 일일 시사프로그램을 지킨 게 어디냐"는 식의 의견을 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 본부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최종 입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KBS는 <시사투나잇>을 포함한 개편 대상 프로그램에 제작진 교체를 위한 작업에도 착수했다. 31일 TV제작본부 팀장 회의에선 PD들에 대해 가을개편과 관련한 희망부서를 3지망까지 내되, 중복기재하지 말 것 등의 방침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 KBS PD 20여명이 31일 낮 12시 서울 여의도 KBS 신관 2층 로비에서 <생방송 시사투나잇> 사실상 폐지 개편안의 철회를 요구하며 팻말시위를 벌이고 있다. 조현호 기자 chh@  
 
벌써부터 제작진 교체 움직임…PD들 개편안 철회투쟁 확대하기로

한편, KBS PD협회 소속 PD 20여 명은 31일에도 낮 12시부터 서울 여의도 KBS 신관 2층로비와 1층 식당, 본관 로비와 2층 식당을 돌며 팻말 시위를 벌였다.

이날 시위엔 개편안에 대해 아무런 입장 표명도 하지 않고 있는 KBS 노동조합을 상대로 "조합원이 힘들어요 노동조합 도와주셈"이라는 팻말과 "이명박의 꼼수정치 이병순의 꼼수개편" "권력외압 굴복하는 KBS 쪽팔리다" "적자적자 하더니만 흑자프로 왜 내리나" 등의 시위 구호도 등장했다.

KBS PD들은 11월3일부터는 출근시간대에도 개편안 철회투쟁을 확대시켜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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