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연합뉴스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연합뉴스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이른바 ‘기자 회칼 테러 발언’ 엿새 만에 사퇴했지만 “선거 판세 전환을 위한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며 “근원적 문제는 군사독재 시절 이상으로 폭압적이고 왜곡된 윤석열 정권의 언론관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20일 성명에서 황 수석 사퇴에 대해 “대통령실은 오늘 ‘윤석열 대통령은 황상무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의 사의를 수용했습니다’라는 짤막한 알림을 출입기자들에게 보냈다. 새벽 6시49분에 보내진 문자에는 그 어떤 배경 설명도, 형식적인 사과나 유감 표명도 없었다”며 “총선을 앞두고 국민 여론이 심각하게 악화하고, 여당인 국민의힘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조차 반기를 들자, 마지못해 자진 사퇴 형식으로 무마하려는 모양새”라고 평가했다.

MBC본부는 “황 수석은 망언이 알려지고 국민적 비난이 쏟아진 뒤 불과 4줄 짜리 사과문을 발표하면서도 사퇴는 거부해왔다”며 “대통령실은 나흘이 지난 뒤에야 ‘언론의 자유와 언론기관의 책임을 철저하게 존중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국정철학’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입장을 밝혔다. 또 ‘특정 현안과 관련해 언론사 관계자를 상대로 어떤 강압 내지 압력도 행사해 본 적이 없고, 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심각한 자기부정의 말을 더하며 국민적 비난에 기름을 부었다. 황 수석에 대한 사퇴 요구를 명확히 거부하고,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우리는 아무 잘못 없다’는 식으로 맞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을 주호주대사로 임명해 논란을 자초해놓고, 이를 보도한 MBC에 대해 ‘좌파 언론의 정치공작’이라고 뒤집어씌우고 협박하는 게 윤석열 정권의 언론관이다. 정권에 조금이라도 누가 될 만한 보도를 하면 온갖 트집을 잡아 벌점 테러를 하며 언론사의 생존 자체를 겁박하고 있는 게 윤석열 정권이다. ‘권력 감시’란 언론의 사명을 존중하기는커녕 정권 비판적 언론에 칼을 들이미는 그릇된 언론관”이라며 “이런 썩어빠진 언론관이 전면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제2, 제3의 황상무는 또다시 나올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전날 MBC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의 여권 이사들이 황 수석에 대한 옹호성 발언을 한 것을 두고 “이미 윤석열 정권의 왜곡된 언론관은 독버섯처럼 곳곳에 퍼져 MBC를 옭아매고 있다”며 “황 수석조차 자신의 망언을 사과했고, 여야를 막론하고 비난이 쏟아지는 상황임에도, 무조건 두둔하고 되레 MBC를 비난하는 방문진 이사의 행위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가”라고 개탄했다.

▲2023년 12월4일 정책실장 및 수석비서관 임명장 수여식 당시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황상무 시민사회수석. 사진=대통령실
▲2023년 12월4일 정책실장 및 수석비서관 임명장 수여식 당시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황상무 시민사회수석. 사진=대통령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이날 황 수석 사퇴에 대해 네 문장의 입장문을 냈다. 언론노조는 “언론자유 헌법가치를 유린하고, 주권자인 국민을 상대로 테러 협박을 일삼은 범죄를 저지른 자는 민주공화국에서 수용될 수 없으며, 대통령의 핵심 참모직은 물론 향후에도 어떤 공직에도 역할이 주어져서는 안 된다”고 했다. 또 “탄압과 장악, 비이성과 몰상식, 폭력으로 점철된 윤석열 정부의 언론관과 미디어 정책을 전면적으로 혁신하지 않는 한 황상무 수석의 사퇴는 총선 유불리를 저울질한 끝에 나온 꼬리 자르기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와 집권 여당은 지금이라도 비판 언론을 받아들여야 하며, 언론-표현의 자유와 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보장하기 위한 가시적 조처를 해야 한다”며 “황상무 사퇴 이후에도 언론탄압과 방송장악, 표현의 자유 침해 등 ‘입틀막’ 정권의 행태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론계의 거센 저항은 물론이고, 국민적 심판을 면하지 못할 것이며, ‘독재화 국가’라는 국제적 위상 추락과 고립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황 수석은 지난 14일 MBC 등 일부 출입기자들과의 점심식사 자리에서 “MBC는 잘 들어”라며 “내가 (군) 정보사 나왔는데 1988년 경제신문 기자가 압구정 현대 아파트에서 허벅지에 칼 두 방이 찔렸다”는 말을 했다고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황 수석은  말을 했다고 보도했다. 1988년 군사정권 비판 칼럼을 썼던 고 오홍근 기자가 군인들에게 흉기 테러를 당한 사건을 언급한 것이다. 황 수석은 또한 같은 자리에서 5·18 민주화운동 배후설에 동조하는 폄훼 발언을 했다고 MBC가 보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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