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상암동 MBC사옥. ⓒ연합뉴스
▲ 서울 상암동 MBC사옥. ⓒ연합뉴스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여권 이사들이 MBC 기자에 대한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기자 회칼 테러’ 발언을 두고 MBC의 왜곡이라고 주장했다.

19일 서울 마포구 방문진 회의실에서 진행된 정기회의에선 황 수석의 ‘기자 회칼 테러’ 발언에 대한 논쟁이 30분가량 지속됐다. 먼저 말을 꺼낸 윤능호 이사(야권)는 “본인은 농담이라고 해명했는데 KBS 출신인 황 수석이 자신의 발언이 취재대상이 된다는 사실을 몰랐을리 없다”며 “경고이자 겁박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김석환 이사(야권)도 “MBC, 나아가서 한국 언론 전체에 대단히 중요한 언론자유 위협 발언이었다”며 “외국에도 보도되면서 한국의 국격, 정체성까지 흔드는 위험한 발언”이라고 했다.

반면 여권 이사들은 MBC가 황 수석의 발언을 왜곡해 보도하고 과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병철 이사(여권)는 “전후 맥락을 보면 현재 기자들에 대해 회칼로 하겠다는 게 아니다. 예전에 그랬고 우린 안 한다는 취지인데,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며 과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아무 문제도 아닌걸 언론의 자유 문제인 것인 양 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했다.

차기환 이사(여권)도 “방송사에 대한 위협을 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한 발언이 아니다”라며 “자신의 군 생활 이야기를 하다가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부터 시작해 DJ 정권의 조중동 사주 세무 사찰 등을  언급하고, 이 정권은 그런 일을 안하겠다며 방송사도 정권에 대한 악의적 보도는 자제해주면 좋겠냐는 취지의 발언”이라고 설명했다. 차 이사는 “전체 맥락에서 일화 하나를 떼어내서 하는 보도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 연합뉴스
▲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 연합뉴스

방문진 이사회 차원의 유감 표명 여부를 두고도 여권·야권 이사들 의견이 충돌했다. 강중묵 이사(야권)는 “(회칼 발언은) 결국 현 정권이 MBC를 바라보는 일관된 시각이다. 그동안 MBC 기자들은 정권 비판 보도를 할 때마다 고소·고발 당하고 협박까지 당해 경찰에서 신변 보호에 나서는 형편”이라며 “방문진 이사회에서 강력한 유감 표시를 해 이런 분은 스스로 물러나는 게 대통령을 도와주는 거라는 걸 강조해야 한다”고 했다. 박선아 이사(야권)도 “유감 표명에서 나아가 서면 입장문까지 논의해봤으면 좋곘다”고 말했다.

반면 김병철 이사는 “(황 수석은) 홍보수석이 아니라 시민사회수석”이라며 “기자 후배와 사적인 이야기에서 이렇게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차기환 이사는 “언론이 자기의 입맛에 맞게 또는 거두고자 하는 효과를 누리기 위해 발언자의 앞뒤 맥락을 잘라내고 그 사람을 공격하기 위해 사용하면 그게 언론이라고 할 수 있냐”며 이사회의 성명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권태선 이사장(야권)이 거수로 입장 표명 여부 의견을 묻자 차 이사는 ‘표결을 하려면 (다음 이사회가 열리는) 2주 후에 안건을 올리라’고 반발했다. 윤능호 이사는 ‘이미 시기적으로 늦었다’며 입장문을 서둘러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사들 간 논쟁이 길어지자 권태선 이사장은 외부 공표가 아닌 이사회 기록에 남겨두는 것으로 ‘회칼’ 발언을 둘러싼 논쟁을 마무리했다.

권 이사장은 “오늘 아침에 산책하는데 이웃집 사시는 분이 지나가며 ‘이사장님 회칼 테러 조심하셔야되겠습니다’라고 말하더라”며 “일반 시민들이 ‘MBC에 공격을 가하고 있구나’를 느끼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권 이사장은 “방문진에 감사원의 감사 등 국가기관이 다 동원됐고 현재 이런 발언까지 나오고 있다”며 “한국의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가 이정도로 위협받아서 되는가”라고 되물었다. 

권 이사장은 이어 “언론 자유의 심각한 위협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 황 수석의 발언”이라며 “특정 언론사를 지칭하며 ‘들어’라고 했을 때 단순히 농담으로 다가오지 않는 이유는 전사(이전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방문진의 이사장으로서 외부에 투영되는 현실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황 수석은 지난 14일 MBC 등 일부 방송사 기자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MBC는 잘 들어”라며 “내가 (군) 정보사 나왔는데 1988년 경제신문 기자가 압구정 현대 아파트에서 허벅지에 칼 두 방이 찔렸다”고 말해 정권 비판 보도를 한 언론에 대한 협박성 발언이라며 비판받고 있다. 황 수석은 같은 자리에서 “계속 해산시켜도 하룻밤 사이에 4~5번이나 다시 뭉쳤는데 훈련 받은 누군가 있지 않고서야 일반 시민이 그렇게 조직될 수 없다”며 5·18 민주화운동 폄훼 발언을 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황 수석은 지난 16일 “저의 언행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사과드린다”며  사과문을 냈지만 본인 거취에 대한 입장은 없었다. 대통령실도 황 수석의 사퇴·경질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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