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 연합뉴스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 연합뉴스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16일 “이야기를 듣는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했다. 언론인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밝혔으나 ‘언론인 회칼 테러 경고’ 논란이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황 수석은 14일 MBC 등 출입 기자들과 식사 자리에서 “MBC는 잘 들어”라며 “1988년에 경제신문 기자가 압구정 현대 아파트에서 허벅지에 칼 두 방이 찔렸다”고 말했다. 야당과 언론계는 황 수석의 사퇴 또는 파면을 요구하고 있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6일 “기자들을 모아놓고 잘 들으라며 언론인 테러 사건을 상기시킨 것은,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려거든 회칼 맞을 각오를 하라는 의미로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비판하며 “시민사회수석이 아니라 언론협박수석이다. 황 수석의 사과로 슬그머니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책임 있는 처신은 사퇴”라고 주장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비뚤어진 언론관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협박을 뱉어내는 황 수석을 당장 경질하지 않는다면 황상무 수석 발언에 동조하는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권 입맛에 안 맞으면 회칼로 찌르는 것이 윤석열 대통령실의 언론관인가”라고 되물으며 “황 수석 본인도 언론인 출신인데, 그 말이 위협으로 들릴지를 판단하지 못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황상무 수석은 즉각 사표 쓰라”고 요구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15일 “발언 맥락이나 경위는 전혀 알지 못하지만 발언 내용으로 보면 부적절한 것 같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도 16일자 사설에서 “황 수석은 농담이라고 했다지만 이런 농담도 있나. 기자 출신인 황 수석은 이것이 얼마나 심각한 반언론적 망언인지도 모르는 사람인가. 언론 단체들이 ‘언론계 전체에 대한 협박’이라며 황 수석 사퇴를 촉구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신문은 “황 수석은 같은 자리에서 5·18 북한 배후설도 거론했다고 한다”며 “아무리 비보도를 전제로 한 비공식 식사 자리라 해도 대통령을 보좌하는 핵심 참모가 입조심은커녕 사려깊지 못한 발언으로 논란에 기름을 붓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역시 15일 성명에서 “언론인 ‘회칼테러’ 사건은 노태우 정권에서 육군 정보사령부 소속 군인들이 정권 비판 칼럼에 불만을 품고 흉기로 기자를 습격한 참담한 언론탄압 사건”이라며 황 수석의 발언은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MBC를 향한 공공연한 협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최소한의 언론관도 갖추지 못한 부적격자 황상무 수석을 즉각 파면하고, 국민에게 사죄하라”고 요구했다. 

방송기자연합회·한국영상기자협회·한국PD연합회·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현업단체도 같은 날 공동 성명을 내고 “여권의 좌표찍기에 여러 번 시달려온 MBC 기자들에게는 고위 공직자의 이와 같은 언급은 권력의 살기(殺氣)로 전해질 수밖에 없다”면서 황상무 수석을 향해 “방송기자 출신으로서 말의 무게와 중함을 여전히 두려워한다면 자신의 발언에 책임지고 자리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한다. 그가 그런 판단에 주저한다면 대통령실이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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