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MBC를 포함한 방송사의 출입기자들과 식사 자리에서 “MBC는 잘 들어”라며 과거 ‘기자 회칼 테러’ 사건을 언급했다고 알려진 지 이틀 만에 사과했다.

대통령실은 16일 오전 9시57분께 출입기자 알림방에 <사과 말씀 드립니다>라는 제목의 황상무 수석 입장문을 올렸다.

해당 입장문에서 황 수석은 “저의 언행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사과드린다. 이야기를 듣는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했다. 언론인 여러분께 사과드린다”며 “떠올리고 싶지 않았을 사건의 피해자 유가족 여러분께도 심심한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올린다. 앞으로는 공직자로서 언행을 각별히 조심하고, 더 책임있게 처신하겠다”고 했다.

향후 책임있게 처신하겠다는 황 수석 입장은 이번 발언에 대한 언론계 및 시민단체의 사퇴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대통령실 및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사태에 대해 어떤 입장을 밝힐지 주목됐지만 황 수석 사과문 외의 입장 표명은 없었다.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연합뉴스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연합뉴스

앞서 MBC 기자회,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등 현업인 단체와 언론·시민단체들은 황 수석 사퇴와 윤 대통령의 사과 등을 요구해왔다.

MBC 사측도 15일 황 수석 발언에 대해 “방송 기자, 더욱이 유명 뉴스 앵커 출신 고위 공직자의 입에서 나온 발언이라고는 도무지 믿고 싶지 않은 언론 겁박 행위”라며 “법 위에 군림하며 MBC를 장악하려던 시도가 사법부에 가로막힌 이후에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테러’ 등 MBC를 표적으로 한 무차별 공격은 끊이지 않았고, 급기야 우리 기자를 겨냥한 ‘몸조심’하라는 경고까지 나왔다는 점에서 도저히 가볍게 여길 수 없다”는 입장을 낸 바 있다.

황 수석의 문제 발언은 지난 14일 MBC ‘뉴스데스크’가 이날 일부 출입기자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황 수석이 “MBC는 잘 들어”라며 “내가 정보사 나왔는데 1988년 경제신문 기자가 압구정 현대 아파트에서 허벅지에 칼 두 방이 찔렸다”는 말을 했다고 보도해 알려졌다. 황 수석이 언급한 사건은 1988년 8월 군사정권 비판 칼럼을 쓴 오홍근 중앙경제신문 사회부장이 군 정보사령부 군인들에게 흉기로 허벅지를 찔리고 집단폭행 당한 사건으로, 고인 유족 측은 황 수석 발언에 대한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언론에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