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 연합뉴스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 연합뉴스

농담이라면 듣는 사람이 웃을 수 있어야 한다. 농담의 발화자는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었다. 권력의 정점인 대통령의 대리인이 굳이 “MBC는 잘 들어”라며 노태우정부 시절 군사문화를 비판하는 칼럼을 썼다가 육군 정보사령부 군인들에 의해 회칼 테러를 당한 중앙경제신문 오홍근 기자의 이야기를 꺼냈다. MBC 보도가 국익에 반한다며 전용기 탑승까지 막았던 대통령실이다. 회칼 테러 이야기를 듣고 웃을 수 있는 MBC 기자가 있었을까. 

군인이 언론 자유를 침해하고 기자를 살해하려던 사건을 왜 언급했을까. 발화자의 의도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 ‘MBC 기자들도 회칼 테러당하고 싶지 않으면 정권 비판 보도를 자제하라’는 메시지로 읽는 게 상식적이다. 농담이라고 수습했지만, 실은 살벌한 경고였던 셈이다. 하물며 발화자는 단어 하나까지 신중하게 골라내는 일에 익숙한 KBS 앵커 출신이다. 더욱이 발화자는 기자들에게 ‘정보보고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문제적 발언임을 알고 있었다는 의미다.

황상무씨는 애초부터 시민사회수석 자격이 없는 인물이다. 2022년 2월 당시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언론전략기획단장이던 황씨는 자신이 JTBC‧한국기자협회 주최 대선후보 TV토론을 무산시켰다며 “주최 측인 기자협회가 심하게 좌편향 돼 있고, 방송사는 종편 중 역시 가장 좌편향 된 JTBC였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언론사 대다수가 회원사인 한국기자협회와, 중앙그룹의 JTBC마저 좌편향이라 믿던 그가 어떤 언론관을 갖고 있을지 짐작할 수 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뒤에야 대통령실은 “언론의 자유와 언론기관의 책임을 철저하게 존중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국정철학”이라고 해명했다. 발화자인 황씨는 4줄짜리 사과문을 내놨다. 턱없이 부족하다. 윤 대통령은 황상무 수석을 경질하라. 그렇지 않으면 36년 전 군사정권의 언론탄압 본능을 ‘검찰정권’이 계승했다고 인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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