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8일 물가 점검을 위해 하나로마트 서울 양재점을 찾은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제공
▲ 지난 18일 물가 점검을 위해 하나로마트 서울 양재점을 찾은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제공

“하나로마트는 이렇게 하는데 다른 데는 그렇게 싸게 사기 어려울 거 아니에요?”- 윤석열 대통령

“5대 대형마트 다 합니다.” -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정부에서 재래시장까지 정부 할인쿠폰을 적용해서…” - 염기동 농협유통 대표

875원짜리 대파(한 단 기준)가 논란이 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물가점검을 위해 하나로마트 서울 양재점을 방문한 자리에 부각된 대파가 지나치게 저렴했기 때문이다. 이날 현장 발언을 종합하면 하나로마트는 물론 대형마트, 재래시장에서도 정부 지원 등을 통한 할인가를 적용해 저렴한 대파를 구입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았다. 

대형마트도 할인? 2배 이상 비싸

21일 하나로마트를 제외한 서울 소재의 유명 대형마트와 재래시장 인근에 위치한 중소형마트 등 6곳을 확인한 결과 1000원대 미만의 대파를 판매하는 곳은 없었다.

▲ 이마트 서울 신촌점의 대파 매대. 사진=금준경 기자
▲ 이마트 서울 신촌점의 대파 매대. 사진=금준경 기자
▲ 홈플러스 서울 강서점의 대파 매대. 사진=금준경 기자
▲ 홈플러스 서울 강서점의 대파 매대. 사진=금준경 기자

대형마트에선 정부 지원 등을 적용한 할인을 하고 있었으나 송미령 장관 발언과 달리 하나로마트 양재점의 할인 가격과는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홈플러스에선 농식품부 할인지원 정책을 통해 대파를 판매했으나 가격은 2030원이었다. 같은 날 이마트에선 1980원에 판매했다. 할인이 이뤄진 건 맞으나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된 것과 달리 하나로마트 양재점과 비교해 대파 가격이 2배 이상 차이가 난 것이다.

대형마트가 아닌 중소형 마트에선 이보다 높은 가격에 판매됐다. 서울 강서구 소재의 A마트에선 대파 한 단을 3000원에 판매했고 B마트에선 2480원에 판매했다. 강서구 소재 대형슈퍼마켓(SSM)에선 4990원에 판매하기도 했다.

한국농수산물유통센터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21일 기준 대파 한 단의 평균 소매가격은 2980원으로 나타났다. 

800원대의 대파는 매우 이례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대파 한 단의 권장 소비자 가격은 4250원인데 농림축산식품부의 도매상 납품 단가지원액 2000원, 하나로마트 자체 할인 1000원, 여기에 추가로 정부 농산물 할인쿠폰 지원을 통한 30%의 추가 할인을 적용했다. 두 가지의 정부 지원을 적용한 다음 추가로 자체 할인까지 큰 폭으로 해야 나오는 가격인 것이다.

▲ 서울 강서구 소재 중소마트의 대파 매대. 사진=금준경 기자
▲ 서울 강서구 소재 중소마트의 대파 매대. 사진=금준경 기자

하나로마트 일부만 800원대, 그마저도 ‘한정물량’

하나로마트에서도 일부 매장에서만 800원대에 대파를 판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하나로마트 서울 등촌점에선 대파를 2990원에 판매했다. 1000원 할인을 적용한 가격이었다. 

반면 하나로마트 서울 마곡점에선 대파를 870원에 판매했다. 다만 손님이 몰리면서 마곡점에선 1인당 대파를 한단씩만 구매할 수 있게 했다. 방문 당시 대파는 다섯단만 남아 있었다. 점원은 “이 물량이 전부”라고 설명했다.

하나로마트는 대형유통센터에 해당하는 전국 7곳의 대형점포에서 대파를 875원에 판매하는 할인 행사를 시작했다. 대파 할인이 주목 받자 지점에 따라 개별적으로 유사한 규모의 할인을 하고 있는데, 일부에 그쳤다. 하나로마트에서 대파를 저렴하게 판매한다는 소식을 듣고 방문했다가 헛걸음을 할 수 있다. 이마저도 한정 물량이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방문한 서울 양재점 기준 하루 1000단씩 한정 판매한다. 

▲ 하나로마트 서울 마곡점(왼쪽)과 등촌점. 사진=금준경 기자
▲ 하나로마트 서울 마곡점(왼쪽)과 등촌점. 사진=금준경 기자

대파 가격 논란 어떻게 볼 것인가

윤석열 대통령이 800원대 대파를 보고서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말해 논란이 커졌다. 대통령 방문 일정에 맞춰 무리한 할인을 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됐고 윤 대통령이 대파 가격을 잘 모른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이재명 대표는 20일 인천 토지금고시장을 찾아 대파를 들고선 “850원짜리가 맞느냐. 5000원이다”라며 “이 정부는 국민의 삶에 관심이 없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입장을 내고 “농협 하나로마트의 대파 가격은 18일에만 특별히 낮춘 가격이 아니다. 최근 발표된 정부 물가 안정 정책이 현장에서 순차적으로 반영된 가격”이라고 했다.

▲ 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 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실제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대파를 해당 가격에 판매하는 건 사실이지만 일부 지점에서만 이 가격대에 판매가 이뤄지고 있고, 주요 대형마트의 할인 가격과도 차이가 컸다.

윤 대통령의 하나로마트 양재점 방문 목적이 ‘물가 점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인 할인 사례를 부각한 것이 적절했는지 논란의 소지가 있다. 송미령 장관이 5대 대형마트에서도 같은 할인을 진행한다는 취지로 발언한 내용은 사실과 거리가 멀었지만 윤 대통령은 설명을 듣고선 수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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