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공천 잡음 일으키고 종북세력에 국회 터준 정당’

최근 국민의힘 총선 전략 대언론 메시지를 압축하면 이렇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조용한 공천’과 ‘시스템 공천’을 강조하는 것은 민주당의 시끄러운 공천 잡음을 부각시키려는 전략적인 용어 선택이다. 더불어 일주일 새 하루도 빼놓지 않고 언급하고 있는 내용이 진보당이다.

지난 21일 비례연합정당 ‘민주개혁진보연합’에 민주당과 새진보연합 그리고 진보당이 합류하고 진보당이 최대 4석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국민의힘은 ‘친북 국회 입성’ ‘민주당 종북 숙주’ 같은 키워드를 대언론 메시지로 내놨다.

한동훈 위원장 등 국민의힘 주요 인사들 발언을 제외하고 국민의힘 논평만 따로 빼서 보더라도 국민의힘이 ‘진보당=민주당=종북’ 공식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지난 22일부터 28일 오후 현재까지 일주일간 ‘친북세력’과 ‘민주당’이 포함된 논평 제목을 나열하면 <친북·반미 세력에 까지 국회 입성길 열어준 민주당,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 두렵지 않으십니까> <이재명 대표가 일신의 보호를 위해 국가를 판돈으로 걸고 있습니다> <반국가 세력의 국회 입성을 돕고 있는 민주당, 선거연합을 철회하십시오> <‘민주당의 통진당화’는 그야말로 시간문제입니다> <국민 여러분께서 이번 총선에서 반(反)대한민국 세력에 대해 반드시 심판하여 비정상적인 국회 권력을 바로 잡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국민은 반국가적 위성정당 사태를 초래한 민주당에 그 원죄를 물을 것입니다> <야권 위성정당을 발판 삼아 국회로 입성하려는 반국가 세력들과 그 길을 터주려는 민주당을 용납해야 합니까?> <민주당은 종북 세력과 공범이 되려는 것입니까> 등이다.

단일 주제로 하루가 멀다하고 논평을 내는 것도 이례적이지만 민주당 공천 잡음 내용을 다루면서 ‘반국가 친북세력에까지 국회 입성 길까지 열어줬다’는 말을 덧붙이는 것도 특징이다. 대언론메시지로 ‘색깔론’을 주입시키려는 의도로 읽히는데 실제 한동훈 위원장은 색깔론 관련 질문을 받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색깔론이 아니라 사실론”이라고 말했다.

언론보도는 어떨까. 조선일보·문화일보와 동아일보·중앙일보를 나눠서 보면 진보당 관련 보도의 양과 비난 강도에서 차이를 볼 수 있다.

지난 22일 진보당이 ‘민주개혁진보연합’에 합류하자 조선일보가 내놓은 1면 보도 제목은 <친북파 국회 입성 민주당 보증 섰다>였다. 관련 기사에서 야권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선거 연대가 아니었으면 진보당이 비례에서만 3석이나 가져갈 수 있었겠나” “민주당이 금배지를 달아준 진보당과 새진보연합 등은 축제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날 5면에서도 조선일보는 <반미 친북 괴담 세력에 ‘비례 당선권’ 20석 중 절반 내줬다>란 제목의 보도를 실었다. <비이재명은 쳐내고 반대한민국엔 국회 진입 길 터준다니>란 제목의 사설도 실렸다.

이어 25일 5면 <진보당, 이석기와 활동 이상규 김재연 등 포진...연합정치시민회의는 반미 좌파 230명 집결> 26일 1면 <“경기동부연합, 이재명을 숙주 삼아 국회 진출 시도”> 5면 <“경기동부, 민노당 민노총 이어 민주당 접수하려는 구상”> 보도가 나왔고, 27일 <저급 주사파 ‘경기동부’ 국회 대거 진출을 돕는 이재명 대표>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가 26일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열린 선대본부장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가 26일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열린 선대본부장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문화일보 지면배치도 비슷하다. 22일 사설 <종북 괴담 세력에 10석 보장 ‘이재명당’ 정체성 뭔가>를 싣는데 이어 23일 1면 제목은 <“한미관계 해체” 진보당과 ‘금배지’ 나누자는 민주당>이었다. 6면엔 <북 헌법 닮은 진보당 강령…그 손 잡은 민주당> <간첩단 터질때마다…진보당 간부들 연루>를 실었다. 그리고 26일에도 <우려되는 진보당 비례 면면, 커지는 李 ‘종북 숙주’ 책임> 사설을 실었다.

반면 동아일보는 22일 6면에 관련 보도를 싣고, 23일 사설 <‘위헌’ 통진당 후신에 4석 내주는 민주당, ‘숙주 역할’ 자처하나>를 보도했지만 이후 조선일보와 같이 연달아 보도를 내놓지 않았다. 중앙일보도 22일 4면 <민주당, 해산된 통진당 출신 김재연 금배지 달아주나> 기사를 실었지만 관련 보도를 이어가지 않았다.

진보당은 “진보당과 통합진보당은 법적으로 전혀 다른 정당이며, 당내 경기동부연합 조직은 어디에도 없다”고 반박하면서 “진보당이 민주당을 접수하려 한다는 보도는 ‘​외계인이 지구를 접수한다’​는 식의 상상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윤석열 정권을 압도적으로 심판하려는 연합정치를 흠집 내려는 이간계일 뿐”(정혜규 대변인 논평)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경향신문은 국민의힘 주장에 대해 “과거 통진당의 종북 이미지를 민주당에 이입해 보수층을 결집하고 중도층을 민주당에서 이탈시키려는 의도로 읽힌다”고 지적했다.

진보당 관계자는 “타 언론사가 관련 보도를 하면 동아일보의 경우 사실 확인취재를 하고 보도를 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과거 색깔론 보도와 다른 양상인데 공정성과 균형성을 맞추려는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26일 YTN에 출연, ‘색깔론이 아니라 사실론’이라는 한동훈 위원장 발언에 “말도 안되는 헛소리다. 그런 것을 보도 해주니까 자기 말이 맞는 줄 알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진성준 민주당 의원도 23일 라디오에 출연해 “국민의힘 전신은 민주자유당이고, 그 민주자유당의 또 전신은 민주정의당, 민정당 아니냐”며 “전두환 대통령이 만든 당인데 그런 전력을 들어서 전두환 시즌2다 이렇게 부르면 국민의힘으로서는 인정하겠느냐? 현재를 보고 판단해야죠”라고 주장했다. 다만 민주당 공천 잡음 논란이 수그러들고 비례정당 후보자 명단 윤곽이 나오면 현재 양상은 바뀔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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