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KBS 대담에서 본인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가 300만 원 상당의 명품 브랜드 가방을 받은 의혹에 대해 “정치공작”이라 생각한다며 “아쉽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 해외 주요 언론을 통해서도 보도됐다.

그간 영미·아시아권 언론을 중심으로 김건희 여사의 고가 가방 수수 논란이 한국의 주요 정치권 소식으로서 보도돼왔다. 지난 7일 윤 대통령 대담이 방영된 뒤에도 일부 외신은 윤 대통령의 첫 입장 표명이 비판을 잠재우지 못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 홈페이지 갈무리
▲로이터통신 홈페이지 갈무리
▲BBC 홈페이지 갈무리
▲BBC 홈페이지 갈무리

지난 8일 영국 로이터통신은 “국민 대다수가 영부인의 사과와 대통령의 해명을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집권 보수당인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도 영부인에게 반성의 뜻을 밝히라고 요구했다”며 “그러나 방송사 KBS와의 이번주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은 그의 아내가 가족과 인연이 있는 목사를 ‘냉정하게 잘라내지 못한 것’은 ‘아쉽다’라고만 말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AP 통신과 이를 인용한 미국 공영라디오 방송사 NPR 등도 유사한 보도를 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의 경우 “한국 언론이 이른바 ‘디올백 스캔들’로 부르는 것에 대한 윤 대통령의 첫 발언은 시민들을 실망시키고 야당을 화나게 했다”고 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영문판(닛케이 아시아)은 윤 대통령 대담에 비판적인 한국 언론계 반응을 상세히 소개했다. “통상 윤 대통령의 보수정당을 옹호하는 우파 언론들조차 그가 이 사건 관련 질문에 대처한 방식을 비판했다”며 조선일보, 동아일보의 비판적 보도를 전한 것이다. 조선일보의 경우 김 여사에게 접근한 목사가 ‘몰래카메라’로 그를 촬영한 것을 비판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이 신문은 또 “윤 대통령은 최고 지도자 자리에 오르면서 언론과 소통하겠다고 약속했다. 2022년 그는 취임 100일을 기념해 처음이자 여전히 유일한 기자회견을 주재했다. 그는 또한 아침마다 그가 서울의 집무실에 도착할 때 기자들의 질문을 받는 격식 없는 출근길 문답을 했다”며 “그는 윤 대통령이 뉴욕 순방했을 때 발생한 사건으로 MBC와 갈등 중이던 2022년 말에 이런 교류를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대담을 계기로 김 여사에 대한 여러 논란들도 소환되고 있다. BBC는 “디올백 스캔들은 김 여사를 둘러싼 일련의 논란 중 가장 최근의 사건”이라면서 “야당은 오랜 시간 그가 주가 조작에 연루돼있다고 비판해왔다. 이달 초 윤 대통령은 그 의혹에 대해 아내를 수사하도록 촉구하는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지난해 정부는 고속도로 건설이 김씨 일가가 소유한 땅값을 올려 금전적 이익을 얻게 할 수 있다는 의혹에 따라 고속도로 프로젝트를 폐기했다”고 설명했다.

▲CNN 홈페이지 갈무리
▲CNN 홈페이지 갈무리

CNN은 9일 “영부인은 논란은 낯설지 않다. 지난 몇년간 그는 이력 위조에 대해 사과했고, 논문 표절, 주가 조작 등 여러 의혹에 직면해왔다”면서 “김 여사는 후자의 두 개 혐의에 대해 공개적으로 논평하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그가 주가 조작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반복적으로 부인했다”고 했다.

CNN은 또 “김 여사를 둘러싼 최근의 폭풍은 쉽게 가라않지 않았고, 4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윤 대통령과 한국 여당에게는 본격적인 위기로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7일 블룸버그통신도 윤 대통령이 야당이 추진한 김건희 여사 관련 특검법(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에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면서 “한국 대통령들은 5년 단임제를 수행하는데 4월 선거를 통해 윤 대통령이 자신의 어젠다를 밀어붙일 수 있을지 남은 임기 3년 교착 상태에 가로막힐지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오후 KBS 1TV에서 방영된 ‘특별 대담 대통령실을 가다’에서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대통령이나 대통령 부인이 누구한테도 이렇게 박절하게 대하기는 참 어렵다”며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 좀 문제라면 문제이고, 좀 아쉽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재미교포로 알려진 최재영 목사가 김 여사를 찾아가 명품백을 건네고 이를 촬영한 영상을 공개한 행위에 대해선 “시계에다가 몰카까지 들고 와서 했기 때문에 공작”이라며 “선거를 앞둔 시점에 1년이 지나 터트리는 것 자체가 정치 공작이라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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