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신년 기자회견 개최 여부와 방식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면서 국정 설명 책무를 저버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연초부터 대통령실은 신년 기자회견 개최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했지만 다른 소통 방식을 고심 중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왔고 결국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기자들과 식사하는 환담회 방식에 이어 특정 방송사와 단독 인터뷰 방식이 거론됐지만 대국민 메시지 전달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습이다.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 등 김 여사 관련 질문과 답변 위주로 신년 기자회견 내용이 흘러갈 경우 국정 방향 및 정책 설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김건희 리스크’를 신년 기자회견 개최 최대 변수로 꼽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처리 방식에 대한 갈등 속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사퇴 요구를 했다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신년 기자회견 개최 불투명성이 더욱 짙어진 모양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여러 언론을 통해 어떤 방식으로 할지 정해진 게 없다며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하고 있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당장 신년 기자회견은 기본적인 대국민소통 방식인데 ‘김건희 리스크’ 등 유불리 변수를 따져 개최 여부를 따지는 게 온당하냐는 비판이 거세다. 기자와 식사하는 환담회 방식과 특정 언론사의 단독 인터뷰 방식 모두 ‘꼼수’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결국 김건희 리스크 같은 정권에 불편한 질문에 대한 답변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느냐는 의문 탓이다.

공개된 자리에서 모든 현안 이슈에 답하는 게 대통령의 책무인데 이를 거부하고 있는 게 근본적인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정치자금 스캔들로 인해 기시다 내각 지지율이 10% 대로 바닥을 치고 있지만,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수시로 기자회견을 열어 현안 이슈에 답하고 있다.

신년 기자회견을 할지 말지 대통령실 관계자 입만 바라보고 있는 가운데 관계자가 언급하는 소통 방식들이 여론의 반응을 떠보기 위한 의도된 전략일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단독 인터뷰 대상으로 언급됐던 방송사 관계자는 “생중계든 녹화든 단독 인터뷰라면 주관방송사와 협의를 해야 하는데 대통령실과 전혀 조율된 게 없다”고 전하기도 했다.

▲ 2023년 5월10일 취임 1주년을 맞은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 청사 1층 기자실을 방문해 기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2023년 5월10일 취임 1주년을 맞은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 청사 1층 기자실을 방문해 기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상황을 두고 한 대통령실 출입기자는 “국정 설명은 민생토론회로 방향을 잡은 것 같고, 신년 기자회견은 결론 내리지 못하고 특정 방송사와 단독 인터뷰를 검토한다는 것은 사전에 조율된 질문과 답으로 (대통령 발언을) 통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김치찌개 식사 환담회 방식도 언급되는데 민감한 현안에 대한 답변이 나오겠느냐. 찌개를 먹는다고 하면 모욕적으로 받아들이고 가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박종현 한국기자협회장은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이 비공식적으로 기자회견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한 뒤 “언론이 하라고 한다 해도 대통령실 자체가 기자회견의 중요성을 인지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신년 기자회견 개최 여부에만 매몰될 게 아니라 소통 방식에 대한 전반적인 재고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안수찬 세명대학교 저널리즘대학원 교수는 “미국의 경우 트럼프가 일시적 예외적 일탈의 모습을 보여줬지만 대통령 기자회견 자체는 매우 활성화됐다. 하루에도 대통령실 브리핑이 수차례 열리고 모든 것을 물어보고 대변인이 답한다. 실시간 내용이 백악관 홈페이지에 공개된다”고 지적했다.

안수찬 교수는 “(미국은) 대통령이 질문에 답해야 하는데 상황이 어려우니 대변인이 수시로 답한다라는 게 기본 마인드로 깔려 있다. 가급적 일정이 허락되면 대통령이 기자회견에 임한다”면서 “대통령제에서 선출된 사람은 국민에게 수시로 국정활동을 공개할 의무가 있는데 기자회견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대통령의 기본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안 교수는 이어 “대통령 기자회견은 연중 수시로 개최해도 마땅하다. 신년 기자회견의 경우 한국의 특수한 관례로 자리 잡았는데 이조차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마지노선이 무너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대통령실 출입기자도 “기자회견보다 시급한 것은 대통령실 공보기능의 정상화”라며 “대변인이 적어도 하루에 한번 기자들을 만나거나 전화로 답변을 해줘야 하는데 그게 안 된다. 어쩌다 브리핑을 열어도 질문 3~5개 받고 끝난다. 공보 기능이 매우 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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