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18일 로이터통신 인터뷰 당시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2023년 4월18일 로이터통신 인터뷰 당시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2024년에도 윤석열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은 없다. 대신 4일 윤석열 대통령은 KBS와 대담을 진행하고, KBS는 사흘 뒤인 오는 7일 녹화 방송을 방영한다. 오는 7일 방송에서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들도 해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에는 조선일보와만 인터뷰했다. 2023년 1월2일 조선일보는 1면에 윤 대통령 인터뷰를 보도했다. 이 인터뷰는 2022년 12월30일에 진행됐고, 사흘 뒤인 2023년 1월2일에 보도됐다.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부터 “언론과의 소통이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해 왔기에 언론사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지난 3일 경향신문과 국민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등은 사설로 윤 대통령을 비판했다.

▲2023년 1월2일 조선일보 1면.
▲2023년 1월2일 조선일보 1면.

동아일보 녹화 방송에 “대통령이 내놓을 김 여사 관련 표현 때문이라면 다시 생각해라”

동아일보는 이번 대통령의 선택에는 2가지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尹 대담 녹화해 3일 후 방송”… 이제 신년 기자회견은 안하나> 사설에서 “첫째, KBS와만 대담하는 것은 다수 언론의 다양한 질문을 받지 않겠다는 뜻이다. 대신 대통령이 사장 인사권을 가진 방송사 측 질문만 받는 것으로 관점도 질문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둘째, 시시각각 뉴스가 움직이는 현실에서 하루 전도 아니고 ‘3일 전 녹화’라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그 사흘 사이에 북한의 핵실험, 대형 정치 사안이 발생할 수도 있다. 대통령 답변은 구문(舊聞)이 되거나 맥락이 달라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동아일보는 “질문과 답변의 민감성을 미세 편집으로 걸러내려는 리스크 관리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실은 4일 녹화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지만 구체적인 일정을 공식 확인해 주지 않고 있다. 일 처리가 너무 불투명하다”며 “이런 선택이 대통령이 내놓을 김 여사 관련 표현 때문이라면 대통령실은 다시 생각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지난 3일 동아일보 사설.
▲지난 3일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는 “3일 전 촬영된 발언과 다소 표현이 생경하더라도 생방송으로 전해지는 대통령의 말과 표정 중 어떤 쪽이 더 진심으로 여겨질까. 혹여 대통령실과 KBS가 질문 방향을 사전 공유했거나 한 사실이 언젠가라도 드러나게 된다면 ‘약속 대련’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대통령은 보여주고 싶은 장면이 아니라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대통령은 날 선 질문과 추가 질문이 나오는 기자회견을 위기로 여겨선 곤란하다. 그건 국정 주도자로서 대통령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자 의무”라고 조언했다.

다른 신문들도 사전 녹화 진행 방식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끝내 기자회견 대신 방송 대담, 윤 대통령 질문이 그리 두려웠나> 사설에서 “박민 사장 취임 이후 정권 편향적 보도가 두드러지고 있는 KBS와 녹화대담으로 기자회견을 대신하겠다는 것은 ‘약속대련’을 하겠다는 뜻”이라며 “김 여사 관련 의혹에 대해 두루뭉수리한 질문과 답변이 오갈 것이다. 이를 대국민 소통으로 받아들일 국민이 얼마나 될까. 윤 대통령은 기자들의 질문이 그렇게나 두려운 것인가”라고 했다.

한겨레·국민 “녹화 방식, 불통 이미지 더 굳어질 것” 우려

오히려 사전 녹화 방식이 윤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를 강화할 거라고도 했다. 한겨레는 <‘녹화 대담’ 택한 윤 대통령, 숨는다고 지지율 오르지 않는다> 사설에서 “사흘간의 시차를 둔 사전 녹화 방식을 택해, 미리 대담 형식과 내용을 조율하는 것은 물론 사후 편집까지 가능하도록 했다”며 “이번 한국방송과의 신년 대담은 소통 아닌 불통 이미지를 더욱 강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언제까지 참모 뒤에, 특정 언론 뒤에 숨기만 할 텐가. 국민 앞에 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4일 한겨레 사설.
▲4일 한겨레 사설.
▲4일 국민일보 사설.
▲4일 국민일보 사설.

국민일보도 <尹, 방송 대담… 의혹 솔직히 해명해야> 사설에서 “지난해에도 조선일보 인터뷰로 신년 기자회견을 대신한데 이어 2년 연속 불편한 소통의 자리를 피한 셈”이라며 “대통령이 직접 새해 국정 방향을 설명하고 기자들의 질문에 진솔하게 답하기를 바라는 여론과 다른 선택이다. 일부 언론과의 불편한 관계 탓에 새로운 논쟁의 소지를 미리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보이지만 윤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가 더욱 굳어질까 걱정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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