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결국 탈당하고 의원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비례대표의원직은 탈당시 의원직이 자동상실된다. 그동안 당내 비판과 압박을 받으면서도 탈당 하지 않다 결국 이 같은 결정을 했다. 류 의원은 정의당이 독자적인 제3의 정치세력이 아닌 민주당의 2중대의 길을 가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의 도움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정당으로 몰락하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고도 했다. 그는 제3신당에 합류하기로 했다.

류 의원은 15일 오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당기위원회에 출석해 소명한 이후, 정의당을 탈당하고, 의원직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했다. 당기위는 19일 오후 열릴 예정이며, 탈당 시점은 22일경이 될 전망이라고 류 의원은 설명했다.

류 의원은 전날 정의당 당 대회에서 녹색당과의 선거연합정당을 승인하고, 당원총투표에는 당명과 공동대표 중 정의당 대표에 대한 찬반만 묻겠다고 한 점을 들어 “당의 진로에 관한 당원의 총의를 묻지 않겠다는 어제의 결정 때문에 당원총투표까지 당원을 최대한 설득하겠다던 저의 노력도 여기까지”라고 했다.

류 의원은 특히 정의당이 다시, 민주당 2중대의 길로 가고 있다고 규정했다. 류 의원은 “(정의당이)운동권 최소연합을 선언했지만, 조만간 조국신당과 개혁연합신당, 진보당 등과 함께 민주당이 주도하는 비례위성정당에 참가하게 될 것”이라며 “연합정당이라는 교묘한 수사와 민주당 느낌을 최대한 빼는 수작으로 인천연합과 전환, 막후의 심상정 의원은 마지막까지 당원과 시민을 속일 테지만, 실제로 지도부 내에서 논의되고 있고, 비대위원장의 인터뷰에서도 관측할 수 있는 분명한 흐름”이라고 주장했다.

류 의원은 올해가 민주노동당이 원내에 진입한 지 20년 째인데도 “20년 전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20년 후에도 정의당의 주류”라고도 주장했다. 그는 “정의당은 시대 변화에 맞춰 혁신하지 못했고, 오직 관성에 따라 운동권연합, 민주대연합을 바라고 있다”며 “조국 전 법무부장관 지명, 박원순 전 시장 조문 시기에도 정의당은 민주당과 정확히 일치하는 세계관에 따라 선택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정의당이 민주당의 도움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는 정당으로 몰락해 가는 걸 참을 수가 없다”고 성토하기도 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15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한 뒤 기자들에게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영상 갈무리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15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한 뒤 기자들에게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영상 갈무리

자신이 결국 이 같은 정의당의 퇴행을 막지 못했다며 온전히 자신의 책임이며 사과드린다고 했다. 정의당 비대위가 자신을 추방했지만 당기위원회에서 소명한 뒤 징계결과와 무관하게 정의당을 탈당하고 의원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류 의원은 기자회견 후 프레스라운지에서 연 백브리핑에서 ‘갑작스럽게 탈당 결정한 배경이 뭐냐’는 질의에 “제가 의원직을 유지한다는 비판을 들으면서까지 있었던 이유는 당원총투표에서 정의당의 선거방침을 바꿔보겠다, 당원들에게 (선거연합정당) 부결을 호소해보겠다는 목적이 있었기 때문인데, 어제 당 대회에서 선거연합 방침에 대한 투표는 하지 않기로 했고, 당대표 투표만 한다고 해서 당원 총투표까지 있을 이유가 없어졌다”고 답했다.

정의당이 21대 국회에서도 민주당 2중대 역할을 했다고 보느냐는 질의에 류 의원은 “저는 2017년에 심상정 1분 발언 보고 입당했다”면서 “민주당과 정의당은 달랐고, 내 삶에 필요한 정당이라고 생각해서 입당했는데. 막상 중앙에 가까워질수록 민주당과 관계를 너무 의식하는 선배들을 봤다”고 지적했다. 그는 21대 국회에서도 공수처, 검수완박, 이재명 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등 민주당과 관계가 걸려 있는 일이 있었을 때의 정의당 선택을 들어 “너무 많이 중립성을 잃어버리는, 독자적인 제3지대로 신뢰받기 어려운 태도를 보여왔다”고 비판했다.

정의당이 진보의 가치를 잘 구현하지 못했다고 보느냐는 미디어오늘 기자 질의에 류 의원은 “선배들의 모든 것을 폄하하고 싶지 않다. 필요한 정당이었고, 사회적 약자 위해 일해왔고, 그 진심 하나만큼은 변하지 않고 공유하고 있다”면서도 “2024년인데도 과연 변화하는 노동환경에 맞춰서 정책을 새로이 제시했느냐. (정의당) 선배들은 87년에 같이 운동한 사람들과 민주진영 대연합이라는 관성을 떨쳐내지 못한채 오늘날에 이르렀다”고 답했다.

정의당이 다시 조국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할 우려도 있다고 보느냐는 질의에 류 의원은 “결국 민주대연합, 운동권 대연합을 실현한다면 조국 전 장관 당시의 반성도 거짓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앞으로 합류하겠다는 제3지대 신당은 민주당 2중대를 넘어 진보의 가치를 담을 수 있다고 보느냐고 묻자 류 의원은 “정의당이 그동안 얘기해왔던 양당정치 극복, 민주당과 결별, 조국 사태 이후 반성과 성찰 측면에서 볼 때 지금도 제가 더 정의당 당론에 가깝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새로운 선택으로 당을 옮길 것인지에 대해 그는 “자연스럽게 합류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답했다. 미래대연합 등 제3지대 빅텐트론을 두고 류 의원은 “양당의 강성 지지층에 기생, 의탁해서 진영 갈등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위성정당에 참여하는 부류가 있고, 양 극단의 진영정치에 반대하면서 진정한 의미로 다당제 국회를 만드는 부류가 있을 것”이라며 “후자의 제3지대가 더 튼튼하고 커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하나로 더 크게 뭉쳐야 이런 양극단의 진영 정치를 끝낼 수 있다는 믿음은 공유하고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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