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내 혁신그룹 ‘원칙과 상식’ 김종민 이원욱 조응천 의원 3인이 10일 탈당을 선언했다. 윤석열 정치, 이재명 정치가 실패했다고 규정하고, 기득권을 내려놓은 모든 세력과 대연합해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첫 모임 발족부터 함께 하면서 대변인 역할을 해온 윤영찬 의원은 탈당에 동참하지 않고, 이날 발표에도 불참했다. 같은 지역구 경쟁후보인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성희롱 문제로 파문을 일으켜 지역구 공천 상황에 변화가 생긴 것과 무관치 않은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와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기도 했다.

원칙과 상식 의원들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우리는 오늘 민주당을 떠나 더 큰 민심의 바다에 몸을 던진다”고 밝혔다. 이들은 “윤석열 정권의 독선과 독주, 무능과 무책임을 심판해야 하나 지금 이재명 체제로는 윤 정권을 심판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윤 정권 반대 민심이 60%인데도 민주당을 향한 민심은 그 절반밖에 되지 않는 점을 들었다. 이들은 그러나 민주당은 미동도 없이 이재명 중심의 단결만 외치고 있다며 “끝내 윤 정권 심판에 실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불어민주당 원칙과 상식 소속 김종민 이원욱 조응천 의원 3인이 10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한 뒤 프레스라운지로 옮겨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영상 갈무리
▲더불어민주당 원칙과 상식 소속 김종민 이원욱 조응천 의원 3인이 10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한 뒤 프레스라운지로 옮겨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영상 갈무리

또한 원칙과 상식은 자신들이 방탄 정당, 패권 정당, 팬덤 정당에서 벗어나자고 호소했지만 거부당했다고 털어놨다. 전임 세 명의 총리가 진심어린 충고를 했지만, 어떤 진정성 있는 반응도 없었고, 선거법 문제를 대하는 태도에도 절망했다고 했다.

이들은 대한민국 정치가 실패한 이유로 승자독식을 들며 대통령과 야당 대표를 ‘승자독식 대통령’ ‘승자독식 당 대표’이라 했다. 이들은 “기득권 정치를 심판하기 위해 여의도 정치에 물들지 않은 윤석열 이재명 두 사람을 대통령 후보로 뽑았으나 윤석열 정치도, 이재명 정치도 실패했다”며 “오히려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최악의 승자독식 기득권 정치를 지켜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이들은 “새로운 가치, 새로운 비전, 새로운 정책을 제시하는 정당이 필요하다”며 “자기 기득권을 내려놓을 각오가 되어 있다면 모든 세력과 연대 연합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김종민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 발표 후 프레스라운지에서 한 백브리핑에서 향후 계획을 두고 “원칙과 상식 중심이 돼서 ‘기득권 정치 반대하는 제 세력을 결집하겠다’는 것이 기본적인 방향”이며 “동참하는 분들 누구와도 같이 하되,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한국 정치판 바꿔보겠다는 그런 각오가 돼 있어야지, 옛날에 하던 정치를 이어서 세 불리기하는데 같이 하겠다는 정치는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낙연 대표와는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는 제안을 드리면 저는 이 대표도 같이 동참하실 거라고 본다”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원칙과 상식 소속 김종민 이원욱 조응천 의원 3인이 10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한 뒤 프레스라운지로 옮겨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영상 갈무리
▲더불어민주당 원칙과 상식 소속 김종민 이원욱 조응천 의원 3인이 10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한 뒤 프레스라운지로 옮겨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영상 갈무리

마지막까지 이재명 대표 측의 연락이 없었느냐는 질의에 김종민 의원은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전날 여러 의원들을 통해 ‘통합비대위와 선거법 개정’ 관련 내용을 이재명 대표와 최종적으로 정리해볼테니 시간을 달라고 말을 전했다고 소개하면서도 “너무 늦었다”고 했다. 김 의원은 “우리가 결단하겠다고 밝혔는데, 기자회견 예정 전날 얘기해보자는 것은 어렵다”며 “이재명 대표가 결심해 어떤 방향으로 하겠다는 것을 갖고 왔다면 고민해봤을텐데, 이제야 ‘대표와 얘기하겠다’고 하니 우리도 국민과 한 약속이 있기 때문에 시간을 드리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이원욱 의원도 “(이 대표 사퇴와) 통합비대위를 해야 한다는 것을 세분의 총리가 충분히 전달했고, ‘버스 떠나기 전 결단하라’고 한 정세균 총리 얘기, ‘결국 분열되는 것도 대표 자기 책임’이라는 얘기도 전달됐는데, 그 자리에서나 그 이후에도 한 번도 태도 변화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조응천 의원도 “원칙과 상식 발족이 11월16일이었는데, 그동안 뭘했나”라고 반문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등과도 함께 할 경우 선거 때는 연대해도 선거 후에 이념 격차와 리더십 등의 문제 탓에 갈라질 수 있지 않느냐’, ‘총선용 정치공학적 결합 아니냐는 우려에 어떤 견해냐’는 미디어오늘 기자 질의에 이원욱 의원은 “국민의힘이나 민주당 내부 구성원의 이념적 스펙트럼이 전부 똑같지 않다”며 “경제나 사안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 다르고, 대중정당은 (그 폭이) 굉장히 넓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이준석 신당이 극우 보수적 정당 모습을 띄어서 우리와는 도저히 못하겠다고 하는 게 아니라고 한다면, 국민의힘 개별 의원과 정의당 개별 의원까지 포함해 굉장히 폭넓게 문이 열려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원칙과 상식 소속 김종민 이원욱 조응천 의원 3인이 10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한 뒤 프레스라운지로 옮겨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영상 갈무리
▲더불어민주당 원칙과 상식 소속 김종민 이원욱 조응천 의원 3인이 10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한 뒤 프레스라운지로 옮겨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영상 갈무리

김종민 의원은 “기득권 정치의 타파를 결단한 세력과 앞으로 협력하고 대화하겠다는 것만 확정돼 있다”며 “대화를 통해 새로운 정치를 한다는 뜻이 같으면 같이할 것이고, 선거를 위해서(만) 같이하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윤영찬 의원의 중도 이탈에 대해서는 당혹감과 불쾌감을 드러냈다. ‘윤영찬 의원이 빠진 이유가 뭐냐, (현근택 원장 사건으로) 지역구 공천 상황 변동이 컸던 것 같다’는 질의에 김종민 의원은 “윤영찬 의원이 입장문을 냈고, (통보받은 것은) 그 내용과 차이가 없다”며 “현근택 변호사 얘기를 하는데, 윤 의원이 합류하지 않기로 한 고민은 그 전이었다. 직접 관련은 없다”고 답했다. 김종민 의원은 “당혹스럽고 안타깝다”며 “윤 의원 결정은 개인적인 문제”라고 답했다.

이원욱 의원도 “절대 흐트러짐이 없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는데, 오늘 아침에 깨지게 돼서 당혹스럽고 안타깝다”면서도 “윤 의원이 잔류한다고 해도 양극단 혐오정치를 극복하는데 있어 좋은 역할을 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조응천 의원은 “(이준석 신당에도) 천아용인에서도 용(김용태)이 빠지지 않았느냐, 여기도 하나 빠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윤영찬 의원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저는 민주당에 남기로 했다. 어렵고 힘든 결정이었다”며 “원칙과 상식 동지들에게 미안하고 미안할 따름”이라고 썼다. 윤 의원은 “민주당을 버리기에는 그 역사가, 김대중 노무현의 흔적이 너무 귀하다”며 “당을 기어이 재건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원칙과 상식이 추진하는 신당의 가치와 염원에 동의하고 성공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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