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내 의견그룹인 ‘원칙과 상식’(김종민 윤영찬 이원욱 조응천 의원)이 이재명 대표와 최고위원 전원 총사퇴를 요구했다. 친명 지도부가 아닌 통합 비상대책위원회 구성도 제안했다.

이들은 총선 위기감에 친윤 핵심 장제원 의원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사퇴하는 등 혁신에 본격 나서자 민주당도 리더십의 혁신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했다.

원칙과 상식 소속 의원들은 14일 오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철옹성 같았던 여당의 기득권 세력도 총선승리라는 명분 앞에서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결단을 내리고 있다”며 “새로운 정치를 꿈꿔왔던 우리 당 초선의원들은 기득권 정치의 벽에 막혀 안타까운 불출마 선언을 이어가고 있으나 그러나 정작 결단해야 할 우리 당 지도부는 ‘우리는 다르다’며 묵묵부답”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여전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승리에 취해 있”다고 했다.

원칙과 상식은 윤석열 정권에서 이탈한 중도적 민심이 민주당으로 모이지 않고 있다며 “이것이 정권 실정의 반사이익에 안주할 수 없는 이유”라고 밝혔다. 그런 점에서 원칙과 상식은 “국민과 우리 당에 대한 충정을 담아 그동안 소통하고 심사숙고해서 정리한 민주당 혁신 방안”이라며 이재명 대표의 사퇴와 통합 비대위를 제안했다. 이들은 “선당후사의 길, 민주적 통합의 길, 통합 비대위로 가자”며 “당 대표만이 물길을 열 수 있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이 대표에게 “총선 승리와 윤석열 정권에 대한 압도적 심판을 위해서 한발만 물러서 달라”며 “그래야 민주당이 방탄 정당, 팬덤 정당, 패권 정당의 굴레에서 벗어난다”고 했다.

▲원칙과 상식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4일 오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 옆 프레스라운지에서 이재명 대표 및 최고위원 총사퇴를 요구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원칙과 상식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4일 오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 옆 프레스라운지에서 이재명 대표 및 최고위원 총사퇴를 요구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이들은 “당 대표의 선당후사 결단에 친명, 비명 모두 합류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원칙과 상식의 네 사람도 조건없이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그것이 모두가 친DJ, 친노, 친문이 됐듯이 민주당 모두가 친명이 되는 길이며 결국 당과 국민이 다시 살려낼 것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이들은 비대위로 간다해도 이재명 대표와 친명 세력이 배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친명 비대위가 아니라 통합 비대위여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이들은 “한 목소리의 현재 지도부로는 진정한 통합을 이뤄내기 어렵다”며 “다른 목소리를 존중하고 수용하지 않는 통합은 무늬만 통합, 패권적 통합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가 한 발 물러나라는 제안을 두고 이원욱 의원은 기자회견 후 백브리핑에서 “당 대표와 최고위원들 전체가 사퇴하고, 새롭게 통합 비대위로 가자는 말씀”이라고 밝혔다. 조응천 의원은 “국민의힘도 김기현 체제가 어제 부로 무너졌다”며 “우리가 얘기하는 통합 비대위라는 것은 이재명 대표 물러나고 통합 비대위로, 전 민주당을 아우르는 통합적인 비대위로 가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종민 의원은 “비대위를 만들어 지도부를 교체하되 통합적으로 가자”며 “과거 김은경 혁신위처럼 편향적 기구 말고 통합적 기구로 가자는 것”고 말했다. 윤영찬 의원은 “지금 국힘도 비대위로 전환할텐데, 결국은 혁신 경쟁”이라며 “정치권 자체가 신당 논의로 요동을 치는데, 이런 상황을 주도적으로 막기 위해서라도 당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심정으로 호소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험지 출마든 백의종군이든 자신들도 희생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우리 네명 모두는 자신의 공천이나 당선 욕심을 내려놨다”며 “험지 출마든, 백의종군이든 선당후사의 길에 앞장 서겠다. 민주당 혁신, 민주주의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어떤 희생과 헌신도 할 각오가 돼 있다”고 밝혔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원칙과 상식 기자회견을 한 뒤 기자와 만나 이재명 대표 사퇴와 통합비대위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원칙과 상식 기자회견을 한 뒤 기자와 만나 이재명 대표 사퇴와 통합비대위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이재명 대표의 단합 주장도 강요된 단합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조응천 의원은 전날 부산 현장 최고위에서 당의 단합이 중요하다고 한 지도부의 주장을 두고 “국민의힘도 장제원 불출마, 김기현 사퇴로 현 체제가 무너졌는데, 우리는 아무 문제 없다? 단합만 하면 된다고 계속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단합하자고 하는 것을 국민들이 동의해줄 것인지,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본다”며 “혁신경쟁을 해야 한다. 선수를 국힘이 쳤기 때문에 강력하고 빠른 템포로 혁신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말씀드린다”고 역설했다.

조 의원은 “말로는 단합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지도부나 당직 구성을 보면, 하나의 색깔 하나의 목소리만 나오는 것으로 느껴지지 않느냐”며 “중앙위를 통해 강성 지지자나 강성 의원 주장 쪽으로만 개정하고 있다. 한쪽으로만 계속 가면서 단합하자는 것은 ‘이 흐름과 방침에 그냥 따르라’는 것으로, 강요된 단합이자 패권적 단합이다. 자발적 단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영찬 의원은 “이재명 대표를 끌어내린다는 게 아니고 이 대표가 한 발 옆으로 비켜서면 된다”며 “그래야만 우리 당이 좀더 포용성과 확장성을 갖고 이번 총선의 확실한 승리를 견인해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낙연 전 대표의 신당 창당을 두고 김종민 의원은 “이낙연 전 대표 신당의 내용과 취지는 잘 모르겠지만 신당을 만들든 안 만들든 헌법적 권리인데 비난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이를 막으려면 우리가 더 혁신하면 되는데, 의원들이 ‘혁신하자, 내가 책임지겠다’는 얘기를 왜 안하는지 모르겠다. 그게 답답하다”고 답했다.

이원욱 의원은 이낙연 신당을 사쿠라 노선이라고 한 김민석 의원 주장을 두고 “그럼 왜 송영길 신당, 추미애 신당 때는 얘기 안했나”며 “대표님과 (색깔이 같으니) 안하고, 색깔을 달리하는 이낙연 대표만 비판하는 건 전형적 내로남불식 비판이다. 친명의 이런 태도가 패권정치의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대표 사퇴 등의 이유는 총선 패배 우려 탓인데, 반대로 이대로면 민주당은 총선에서 압승할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미디어오늘 기자 질의에 조응천 의원은 “현재 의미있는 선택지가 두개 밖에 없고, 국민에 볼 때 제대로 득점을 한 적이 없다”며 “상대방의 실수에 의해 상대적으로 득점한 것처럼 일시적으로 보이는 것”이라고 답했다. 조 의원은 “그건 우리나 국힘도 자체 득점원이 없다는 건데, 국민의힘은 실점을 멈추고 자체 득점원을 갖자고 지금 몸부림을 치는 것 아니냐”며 “우리는 ‘손님 실수’로 연명해 왔다. 요행이다. 언제까지 요행을 바라고 가려느냐”고 밝혔다. 그는 “상대가 실수 더 많이 하니, 국민들이 그럼 너희다라고 선택한다? 그건 기대할 수 없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윤영찬 의원도 “현재 여론조사에서 우리 당이 좀 더 앞서 나간다고 나오지만, 4개월 남은 선거에서 여러번 변곡점 있을 것이라고 본다”며 “그 과정에서 어떻게 바뀔지 알 수가 없다. 혁신을 더 강도높게 결국 누가 혁신 잘하냐. 강도높게 확실하게 하는 정당이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와 함께 총선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위성정당 금지를 위한 선거법 약속을 지키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당의 이익보다 국민 신뢰가 먼저”라며 “국민의힘이 끝내 기득권 정치를 고집하더라도 민주당은 위성 정당 내지 말고 국민에게 호소해야 한다”며 “그래야 국민이 민주당을 살려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총선에 승리하려면 선거법 약속 어겨서 10석 더 얻는 구차한 길 말고, 선당후사 통합비대위로 수십석 더 얻는 당당한 길을 가자”고 제안했다.

이날 예정된 의원총회에서 선거법을 병립형으로 바뀌는 결정을 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 묻자 김종민 의원은 “당 의원들과 시민사회 뜻있는 분들, 다른 당 의원과 힘을 합쳐서 국민들께 호소하는 일이 가장 최선”이라며 “국민의힘 지도부와 민주당 지도부가 이런 인식, 선거법에 대한 정당한 요구를 무시하고 일종의 기득권 담합을 한다면 양당의 지도부 모두 심판 받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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