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개딸’(개혁의 딸의 약어)을 창시했다는 더불어민주당원이 개딸 명칭을 공식 파기한다며 민주당이 언론에 이 같은 표현을 쓰지마라고 요구하라는 청원글을 올려 논란이다.

민주당 지지층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열성 지지층을 뜻하는 이 표현은 그동안 용어 자체의 호불호와 무관하게 명칭을 스스로 자랑스럽게 사용해왔고, 이재명 대표조차도 자신의 보궐선거 동안 ‘개딸님들’이라고 애정어린 글을 SNS에 공개적으로 올리기도 했다. 스스로 만든 용어를 언론에조차 쓰지 말라고 요구한 것은 혐오 표현이 됐다고 자인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박아무개씨는 9일 더불어민주당 국민응답센터에 올린 청원글 ‘“개딸” 명칭 파기 확인 및 각종 기사 “민주당원” 정정보도 요구’에 <‘개딸’ 창시자 공식 입장문>을 올렸다. 자신을 명튜브라 소개한 박씨는 입장문에서 “2023년 12월9일 0시 부로 ‘개딸’ 이라는 명칭을 공식 파기한다”며 “앞으로 ‘개딸’이란 명칭 대신 ‘민주당원’ 또는 ‘민주당 지지자’로써 명명하여 주시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른바 개딸이라는 명칭을 창시했다는 민주당원이 지난 9일 민주당 국민응답센터에 올린 글에서 공식적으로 이 명칭을 파기한다며 민주당원으로 바꾸고, 언론에 정정보도를 요구하라는 청원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국민응답센터 갈무리
▲이른바 개딸이라는 명칭을 창시했다는 민주당원이 지난 9일 민주당 국민응답센터에 올린 글에서 공식적으로 이 명칭을 파기한다며 민주당원으로 바꾸고, 언론에 정정보도를 요구하라는 청원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국민응답센터 갈무리

개딸 명칭을 쓴 이유를 두고 박씨는 “(대선 패배후) 눈물로 무너져 내린 민주당원들의 흩어진 마음들을 위로하고 하나로 모아 지난해 3월10일 새벽2시 재명이네마을 소위 잼마을을 제가 개설하였고 개딸, 개혁의 딸이란 명칭을 쓰며 서로를 격려하고 민주당을 위해, 이 땅의 검찰독재를 막기 위해 힘을 내고 다시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하지만 상대진영은 전두광의 음모처럼 우리를 프레임하여 선동하였고, 이에 더 이상 참지 못하여 이 글을 작성하고, 청원으로써 공식화한다”며 “이제 더 이상 ‘개딸’은 없다. 오로지 ‘민주당원’만 존재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박씨는 “앞으로, 이 지구상에 있지도 않은 ‘개딸’이란 기사 제목 및 내용으로 우리 민주당원을 매도한다면 마치, ‘폭도’라는 프레임을 걸어 광주를 잔혹하게 포격했던 전두환처럼 허위, 날조, 선동하는 기사와 기자로 확인하고 낙인찍겠다”며 “더불어민주당은 ‘개딸’ 이라는 명칭을 쓴 기사 및 언론사에 대하여 ‘민주당원’ 이라는 명칭으로 정정 보도 요구할 것을 청원한다”고 썼다.

그러나 개딸 명칭은 이재명 대표조차 ‘개딸님들’이라고 표현하며 끈끈함을 과시했다. 이 대표는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운동 기간 중이던 지난해 5월24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계양산 솔밭길의 기분좋은 흙냄새가 다시 느껴지는 듯하다”며 “시민 여러분과 나눈 온기마저 느껴지는 따뜻한 그림, 우리 개딸님의 애정이 담~뿍 담겨서겠지요? 정말 고맙잔아”라고 썼다.

재명이네 마을 게시판을 보면, 굳이 개딸이라는 명칭을 바꿀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도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5월24일 자신의 트위터에 개딸님들이라고 감사의 표현을 올려놓았다. 일부 대목 강조표시. 사진=이재명 트위터 갈무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5월24일 자신의 트위터에 개딸님들이라고 감사의 표현을 올려놓았다. 일부 대목 강조표시. 사진=이재명 트위터 갈무리
▲JTBC가 지난해 3월19일 뉴스룸 백브리핑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시 개딸님들이라는 표현을 쓰며 답장정치를 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사진=JTBC 뉴스룸 영상 갈무리
▲JTBC가 지난해 3월19일 뉴스룸 백브리핑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시 개딸님들이라는 표현을 쓰며 답장정치를 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사진=JTBC 뉴스룸 영상 갈무리

또한 용어를 자신들이 만들어서 써놓고 이젠 혐오의 표현이 된 것이냐는 냉담한 평가가 나왔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1일 오전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개발 명칭 파기 입장을 두고 “개딸의 명칭을 누가 만들었나, 저희가 만들지 않았다. 그들이 만들었다”며 “작년 지방선거 직후에는 이재명 대표가 심야에 트위터를 통해가지고 서로 이렇게 소통하면서 그들의 힘을 이제 강화시키는 데 노력을 했고, 개딸들은 이재명 대표를 아빠라고 부르기까지 했다. 근데 이제 와서 부르지 마라?”라고 반문했다. 이 의원은 개딸이라는 용어를 두고 “당시에는 자신들이 자랑스럽게 생각했지만 이제 ‘국민 혐오 단어’가 됐구나라는 걸 스스로 자임한 거 아닌가”라며 “문제는 그 용어보다도 태도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지금도 저한테 문자들을 보내는데 이재명 대표 지지자들은 ‘총알 한 방이라도 있으면 쏴버리고 싶다’는 등 폭력적 태도도 보인다”며 “폭력적 태도 자체를 없애는 것이 먼저 중요하고 당 지도부가 그 개딸과 강성 팬들과 단절을 위한 실효적인 조치를 보여주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일단 이재명 대표가 재명이네 마을 이장직을 사퇴하라는 것이 당장 실효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커뮤니티 재명이네 마을의 11일 오후 개딸 명칭 파기 관련 의견들이 올라와 있다. 사진=재명이네 마을 갈무리
▲커뮤니티 재명이네 마을의 11일 오후 개딸 명칭 파기 관련 의견들이 올라와 있다. 사진=재명이네 마을 갈무리

김근식 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도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본인들 스스로가 개딸이라고 굉장히 자랑스럽게 말했고 … 규탄대회도 했는데, 갑자기 (이제)와서 재명이네 마을 설립자라는 분이 이걸 다시 쓰지 말라고 하는 거 보니 총선을 앞두고 부정적 이미지가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거라는 판단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이미 국민들 눈에는 개딸 하면 이재명 대표를 열렬히 옹호, 비호하는 강성 극렬 팬덤이라고 딱 인식이 박혀 있다”며 “그 명칭을 부르든 안 부르든 이재명 대표 홍위병 역할로 낙인찍혀 있어서 그 이미지를 어떻게 탈피할지는 두고 봐야 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맡고 있는 현근택 변호사는 같은 방송에서 “용어가 그 내용을 규정하는 경우도 있다”며 “처음에는 개혁의 딸, 개딸, 양심의 아들, 양아들이라 불렀는데 언론에서 부정적인 이미지로 극성 당원, 강성 당원 이미지로 굳어지다 보니까 처음에 쓰신 분들이 쓰지 말아달라는 건데 모르겠다”고 말했다. 현 변호사는 노무현 대통령 때 노사모와 문재인 대통령때 문팬(문파)을 들어 “당시엔 ‘노사모, 문팬 그만두세요’라는 얘기는 없다가 이재명 대표한테는 유독 그게 강하다”라며 “개딸이라는 용어를 굳이 안 쓸 필요는 없다고 보는데 부정적인 의미로 본다면 언론에서도 안 쓸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오전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개딸 명칭을 파기한 것을 두고 자랑스러워하더니 스스로 혐오단어가 됐다는 것을 자인한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사진=YTN 뉴스킹 영상 갈무리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오전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개딸 명칭을 파기한 것을 두고 자랑스러워하더니 스스로 혐오단어가 됐다는 것을 자인한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사진=YTN 뉴스킹 영상 갈무리

현 변호사는 “많은 분들이 이런 얘기를 들으면 굉장히 모욕감을 많이 느낀다고 한다”며 “폭력적으로 나가거나 좀 나가는 분들이 있고, 그런 부분은 제(한)해야 되는데 그렇지 않고 자기 스스로 행사에 참여하고 발언을 내는 분들은 당 입장에서는 고마운 분들”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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