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위원장의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인적 쇄신과 지도부 희생 등 핵심사안에서 실패로 마무리하자 당 내부 뿐 아니라 조선일보 중앙일보 문화일보 등 보수매체에서 “선거 위기감이 없다”, “윤 대통령도 달라진 것이 없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러다 다 죽는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왔고, 이준석 전 대표는 내년 의석 수를 83~87석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김기현 대표의 사퇴나 책임지는 모습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두고는 당내 갈등으로 비화되는 모양새다.

인요한 혁신위 실패와 관련해 내년 총선의 위기상황을 가장 먼저 폭로한 곳은 조선일보였다. 조선일보는 지난 8일자 3면 머리기사 <[단독] 與, 서울 49석 중 우세 6곳뿐… 당 내부에선 알고도 쉬쉬>에서 “국민의힘이 내년 4·10 총선 판세를 자체 분석한 결과, 서울 49석 가운데 ‘우세’ 지역은 6곳 정도인 것으로 7일 알려졌다”며 “6곳 모두 여당 텃밭인 강남·서초·송파 등 이른바 ‘강남 3구’에 속한 지역구인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총선 판세는 12월에 큰 틀이 결정되는데, 국민의힘이 혁신을 미적대다가 골든타임을 흘려보내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1일 오후 국회 본관 228호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국민의힘 오른소리 영상 갈무리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1일 오후 국회 본관 228호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국민의힘 오른소리 영상 갈무리

조선일보는 “국민의힘 사무처가 작성한 총선 판세 분석 보고서에는 국회의원 선거구별로 ‘인물 대결’ ‘유권자 지형’ ‘각종 여론조사 결과’ ‘과거 전국 단위 선거 결과’ 등을 종합해 전망한 예측 결과가 담겼다고 한다”며 “판세는 ‘우세’ ‘경합 우세’ ‘경합’ ‘경합 열세’ ‘열세’ 5단계로 나뉘었는데, 서울에서 국민의힘 우세 지역은 강남 갑·을·병, 서초 갑·을, 송파 을 6곳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썼다. 서울 중 우세지역이 6곳 뿐이라라는 내용이다.

이에 김근식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11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 보도를 두고 “혁신위도 실패로 끝나가고 김기현 대표와 ‘영남권 기득권 의원들’이 연대한 이른바 영남 기득권 카르텔의 힘이 커져가는 상황에서 수도권은 망해 가는구나라는 걸 여실히 드러낸 계기가 됐다”며 “수도권에 있는 당협위원장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이러다간 다 죽는다’는 위기감이 팽배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김 위원장은 “그런데도 아직까지 지도부나 그다음에 현역 의원들이나 초선이나 중진들은 입 다물고 절간처럼 조용하다”며 “우리 집에, 당에 불이 났는데도 절간처럼 조용하다. 이게 정말 큰 문제”라고 우려했다.

▲조선일보 2023년 12월8일자 3면 머리기사
▲조선일보 2023년 12월8일자 3면 머리기사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도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유출된 보고서 내용을 두고 “이번에 유출되었다는 결과가 한 4주 된 결과”라며 “그 뒤에 부산 엑스포의 결과도 있었기 때문에 결과가 더 안 좋아졌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 전 대표는 “어제 자로 제가 들은 정량적인 것들을 합쳤을 때 (국민의힘 전체 예상 의석이) 83에서 87 사이가 될 수도 있다”며 “지금 상태로 가면 그렇다는 건데, … 그 정도 수치를 바라보고 선거를 대비하고 있느냐”고 우려했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은 자신들이 잘못하면 80석까지 내려간다라는 생각으로 선거를 준비하는 반면, 국민의힘은 100(석) 밑으로 내려가 본 적이 없다”며 “막연한 심리적 저항선이다. ‘100밑으로 갈 일 없지 않아’? 이거다. 그게 보수정당의 시대착오적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중앙일보와 문화일보까지 우려하고 나섰다. 중앙일보는 11일자 사설 <‘서울 우세 6곳뿐’ 보고서에도 위기감 없는 국민의힘>에서 “혁신위가 용두사미로 막을 내리며 국민의힘은 강서구청장 보선 참패 때보다 더 큰 위기에 봉착했다”며 “엑스포 유치 실패의 후폭풍이 겹치면서 부산 민심마저 흔들리는 조짐”이라고 내다봤다.

▲중앙일보 2023년 12월11일자 사설
▲중앙일보 2023년 12월11일자 사설

중앙일보는 “이대로 가면 국민의힘은 내년 총선에서 100석도 못 건져 야당의 대통령 탄핵이나 개헌 발의조차 막지 못하는 ‘미니 여당’으로 전락할 공산이 크다는 탄식이 여권 내부에서 나오는 지경”이라며 “이렇게 되면 집권 2년도 안 된 윤석열 정부는 사실상 식물정권이 되고 만다”고 우려했다. 중앙일보는 김기현 책임론에 주류 의원들이 민주당 패를 보고 움직여도 늦지 않다고 보고 있다는 점을 들어 “최소한의 위기감이라도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당 대표 거취를 포함한 여권 전체의 전면쇄신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라고 걱정했다.

석간인 문화일보도 11일자 1면 머리기사 <“불출마” 제로… 기득권 포기않는 여당>에서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를 4개월 앞둔 11일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제안한 ‘지도부·영남 중진·친윤(친윤석열)’에 대한 험지 출마 또는 불출마 선언에 응답한 지역구 현역 의원은 전무해 집권여당에서 혁신의지가 과연 있는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화일보는 “친윤계 의원 중 이용(비례대표) 의원만 ‘당 요구대로 따르겠다’고 밝혔을 뿐 혁신위의 권고는 좀처럼 수용되지 않고 있다”며 “여당의 내년 총선 참패론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희생 없는 기득권 정치’를 고수하는 김기현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이 여당 안팎에서 분출되고 있다”고 전했다.

▲석간 문화일보 2023년 12월11일자 1면 머리기사
▲석간 문화일보 2023년 12월11일자 1면 머리기사

문화일보는 같은 날짜 사설 <“타이태닉 같다”는 여당 현실, 尹정권 핵심은 모르나>에서도 “총체적 위기에도 김기현 대표는 혁신위 안에 ‘계속 혁신할 것’이란 말만 되풀이하고,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던 윤석열 대통령 역시 검찰 선배를 방송통신위원장에 지명하는 등 별로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며 “당장 성과는 없더라도 심기일전하겠다는 의지와 행동이라도 보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신문은 “윤 대통령과 김 대표가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는 게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라고 조언했다.

이런 위기의 해법으로 김기현 대표 책임론이 나온다. 다만 사퇴론과 유지론이 맞선다. 사퇴요구에 가장 적극적인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왜 김 대표의 사퇴가 답이냐’는 질의에 “김기현 대표한테 무릎 꿇고 빌고 싶은 심정”이라며 “김 대표에 대한 국민적 검증이 끝났다. … 혁신을 거부하는 정도가 아니라 심지어 방해까지 하면서 사실상 민주당의 X맨이 됐”다고 밝혔다. 하 의원은 “지금 혁신위한테 전권을 준다고 그랬는데, 전권이 아니라 무권이었다”며 “반혁신의 아이콘이 당의 중심에 있는데. 일단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가 없다 … 김기현 대표 하나만 바꾸면 된다”고 밝혔다.

▲문화일보 2023년 12월11일자 사설
▲문화일보 2023년 12월11일자 사설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혁신위 해체에도 국민의힘 지도부가 혁신 의지가 없다는 점을 들어 “도대체 왜 혁신하겠다고 나섰는지 그새 잊었나”라며 “그러니 국민의힘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때보다 더 큰 위기”라고 진단했다. 조선일보의 보고서 보도 내용을 두고 서 의원은 “서울에서 참패한다는 분석에 놀랍단다. 나는 놀랍다는 반응이 더 놀랍다”며 “서울이 험지라고? … 국민의힘이 하는 짓에 실망하며 한 사람 한 사람 떨어져 나가니 이 꼴이 된 게다”라고 분석했다. 서 의원은 김기현 대표를 향해 “대통령실만 쳐다볼 게 아니라 단호하게 바로잡겠다는 그런 결기가 김기현 대표 당신에게 있냐고 묻지 않았던가”라며 “이 모양 이 꼴로 계속 간다면 국민의힘이 필패하리라는 것만큼은 분명하다”고 촉구했다.

김병민 최고위원도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말 어렵고 힘든 수도권에서 국민의힘 간판을 달고 간절한 마음으로 뛰는 정치인들에게 우리 당 지도부가 희망이 되지는 못할망정 절망과 원망의 대상이 되어서야 되겠나”라며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지도부 중 어느 누가 혁신위의 희생에 대한 요구에 대체 답을 내어놓았단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11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내년 총선 국민의힘 의석수가 83~87석 수준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사진=MBC 시선집중 영상 갈무리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11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내년 총선 국민의힘 의석수가 83~87석 수준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사진=MBC 시선집중 영상 갈무리

이에 반해 김기현 지도부와 주류 의원들은 지도부 흔들기라고 반박한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김 대표 사퇴를 촉구하는 하태경 의원을 두고 중앙 언론활동에만 몰두해 자신의 지역구(부산 해운대구)를 열세로 만들었다면서 “본인들의 무능을 백번 자성해도 모자랄 이들이 김기현 지도부를 ‘수포자(수도권 포기자)라며 사퇴’를 종용했다.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라고 반박했다. 배 의원은 “지금이라도 명분없이 떠드는 무실력 인사들을 과감히 정리하고 수도권에 활기를 불어넣어줄 수 있는 새로운 인사들과 새로운 전략으로 수도권 총선의 큰 수레바퀴를 굴려야만 한다”며 “두려워 말고 움직이시라”고 촉구했다.

김석기 의원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안 없는 지도부 흔들기를 멈춰야 한다”며 “대안 없는 당 지도부 흔들기 발언들을 당내에서 자꾸 하니까 국민들께서 당과 지도부를 불신하게 되는 것이고 당에 대한 지지가 떨어지는 원인이 된다”고 반박했다. 김가람 최고위원도 이날 회의에서 김 대표 사퇴 요구에 “도대체 당 대표가 물러나는 것에 어떤 혁신과 전략이 있나”라며 “부산에서 5선을 채우고 부산시장을 지낸 분(서병수)이나 해운대에서 3선(하태경)을 하고 호기롭게 서울에 오더니 우리 당 현역의원 지역을 탐하는 분들로부터 시작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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