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예비 후보 신청자 집계 결과 대통령실 참모와 정부 부처 장차관급 인사 등 용산 인사들 상당수가 주로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기 수월한 이른바 ‘양지’에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예비 후보 신청자 849명 가운데 대통령실 참모(비서관과 행정관) 출신은 38명이었으며 서울 강남과 영남(대구 경북 부산 경남) 지역에만 17명이 신청했다.

서울 강남을 지역구에는 윤석열 정부 초대 외교부장관을 지낸 박진 의원이 현직 의원인데, 실세 검사 출신 이원모(1980년생)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이 신청했다. 유경준 현역 의원이 있는 강남구병에는 이인실 전 특허청장이 예비후보로 신청했다. 하태경 의원이 서울로 출마지를 옮김에 따라 현역의원이 없는 부산 해운대갑의 경우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의 검사 출신 실세로 알려진 주진우(1975년생) 전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이 신청했다. 대통령실 파견은 아니지만 석동현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 사무처장도 송파구갑(김웅 의원 불출마)에 출마했다.

황보승희 의원이 불출마한 부산 중구영도구에는 박성근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과 조승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출마했다. 현 안병길 의원 지역구인 부산 서구동구엔 고 김영삼(YS) 전 대통령 손자인 김인규(1989년생) 전 대통령실 정무수석실 행정관이 예비후보에 신청했다. 5선의 현역 서병수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진구갑에는 박성훈 전 대통령실 국정기획비서관이 도전장을 냈고, 이헌승 의원 지역구인 부산진구을에는 김유진 전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이 신청했다.

▲주진우 전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이 지난달 29일 부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부산 해운대갑 선거구에 출마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YTN 영상 갈무리
▲주진우 전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이 지난달 29일 부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부산 해운대갑 선거구에 출마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YTN 영상 갈무리

조경태 의원이 버티고 있는 부산 사하구을 지역구엔 정호윤(1979년생)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이 예비후보로 등록했고, 이주환 의원 지역구인 부산 연제구엔 이창진(1968년생)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선임행정관이 신청했다.

국민의힘의 텃밭인 대구에도 대통령실 참모들이 집중 투입됐다. 김상훈 의원 지역구인 대구 서구엔 성은경(1966년생)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신청했고, 양금희 의원 지역구인 대구 북구갑엔 서울신문 기자와 박근혜정부에도 청와대에 있었던 전광삼 전 대통령실 시민소통비서관이 도전장을 냈다.

경북지역에도 대통령실 참모들의 신청이 눈에 띈다. 김정재 의원이 현역으로 있는 경북 포항시 북구엔 이부형(1972년생) 전 대통령실 행정관과, 윤석열 정부 고위관료인 윤종진(1967년생) 전 국가보훈부 차관이 예비후보에 등록했다. 김병욱 의원 지역구인 포항시남구울릉군에는 이병훈(1984년생) 전 대통령실 정무수석실 행정관이 신청했다.

국민의힘 기재위 간사를 맡고 있는 송언석 의원의 지역구인 경북 김천의 경우 현 정부 출범 후부터 대통령실 관리비서관을 했던 김오진(1966년행) 전 국토교통부 제1차관이 예비후보로 나섰다. 구자근 의원 지역구인 경북 구미시갑엔 김찬영(1982년생) 전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실 행정관이 예비후보에 출마했다. 초선의 연구자 출신 김영식 의원 지역구인 구미시을에는 허성우(1960년생) 전 대통령실 국민제안비서관과, 강명구(1977) 전 대통령실 국정기획비서관이 도전장을 냈다.

이밖에 박형수 의원의 지역구인 경북 영주시영양군봉화군울진군에는 임종득(1964년생) 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제2차장이 공천 신청을 했고, YTN 보도국장 출신 윤두현 의원 지역구인 경산시엔 조지연(1987) 전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실 행정관이 예비후보 등록을 했다.

▲석동현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이 지난달 18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총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석동현 페이스북
▲석동현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이 지난달 18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총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석동현 페이스북

박완수 의원 지역구인 경남 창원시 의창구엔 배철순(1979) 전 대통령실 정무수석실 행정관이 도전장을 냈다.

경기도의 국민의힘 강세지역인 포천시 가평군엔 허청회(1970) 전 대통령실 정무수석실 행정관이 신청했다.

충청북도에서 비교적 국민의힘 강세지역인 충주시(현 이종배 의원) 지역구엔 이동석(1985)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예비후보 신청을 했고,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 지역구인 충북 제천시단양군엔 최지우(1979) 전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실 행정관이 등록을 마쳤다. 또한 박덕흠 의원 지역구인 충북 보은군옥천군영동군괴산군의 경우 막말 논란으로 대통령실에서 가장 먼저 낙마했던 김성회(1965) 전 대통령실 종교다문화비서관이 공천 신청을 했다.

충청남도에서는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 지역구인 홍성군예산군에 강승규(1963)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이 예비후보 신청을 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지역구에도 대통령실 참모들 중 공천 신청자들이 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다른 지역구로 출마하겠다고 선언한 중구성동구갑엔 권오현(1981년생)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이 출마했다. 박성준 민주당 의원 지역구인 중구성동구을엔 하태경 의원과 이영(1969년생)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맞붙는다. 안규백 의원 지역구인 동대문구갑엔 여명(1991년생) 전 대통령실 정무수석실 행정관이 신청했다. 남인순 민주당 의원 지역구인 송파구병엔 김성용(1986)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후보 등록을 마쳤다.

정일영 민주당 의원 지역구인 인천 연수구을엔 KBS 기자 출신 김기흥 전 대통령실 부대변인이 도전장을 냈다. 돈봉투 사건으로 실형이 선고된 윤관석 의원 지역구인 인천 남동구을엔 신재경(1969)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이 등록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을 맡고 있는 김영진 의원 지역구인 경기 수원시병엔 방문규(1962)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도전장을 냈고, 김병욱 민주당 의원 지역구인 성남시분당구을엔 김은혜(1971) 전 대통령실 홍보수석비서관이 예비후보에 등록했다.

이번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오영환 민주당 의원 지역구인 의정부시갑엔 전희경(1975) 전 대통령실 정무1비서관이 예비후보 신청을 했고, 전해철 의원 지역구인 안산시상록구갑엔 장성민(1963) 전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이 도전했다. 윤호중 의원 지역구인 구리시엔 전지현(1977)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김민기 의원 지역구인 용인시갑엔 김대남(1966) 전 대통령실 시민소통비서관 직무대리가 신청했다. 김주영 민주당 의원 지역구인 김포시갑엔 김보현(1975)전 대통령실 부속실 선임행정관이 예비후보에 신청했다. 이정문 민주당 의원 지역구인 충남 천안시병에는 신진영(1967)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이 신청했다.

현재 검사 출신 또는 친윤 인사들이 주로 국민의힘 강세지역인 양지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당내에서도 나온다. 이를 두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5일 저녁 기자들과 만나 “공천을 어디 신청하는지는 본인의 자유지만 이기는 공천, 수긍할 만한 공천을 하는 것은 당의 문제”라며 “그것과 그건 별개 문제”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검찰독재 정치탄압 대책위원회는 6일 성명을 내어 주진우 전 비서관, 이원모 전 비서관, 석동현 전 민주평통 사무처장(서울 송파갑)의 사례를 들어 “이처럼 지역구가 쇼핑몰도 아닌데 유독 ‘친윤’ 검사들은 당선이 편한 양지만 골라 출마하고 있다”며 “반면 검사가 아닌 후보들은 ‘험지’에 차출된다”고 해석했다. 민주당 대책위는 “사회에서 영입한 전문가들을 총선 험지 패전 처리, 순장조로 이용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며 “국민을 대표해야할 집권여당이 검사들에게 꽃길이나 깔아주는 ‘정치인 등용문’으로 전락한 꼴”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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